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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비디오…> 500회 이끈 홍은철 아나운서
김도형 2003-12-13

“영화적 감성, 내 몸안에 녹아있어요”

지난 7일 문화방송 텔레비전 <출발! 비디오여행> 500회 특집방송에 출연한 영화배우 안성기는 프로그램 진행자인 홍은철 아나운서를 보고 “남의 자리 빼앗은 것같아 미안해”라고 말했다. 얼마전 문화방송 주최 ‘제2회 대한민국 영화상’의 사회를 맡아본 안성기는 “당연히 내자리”라고 생각했다 영화제 사회자 자리를 놓친 그의 서운한 마음을 읽은 것이다.

부천영화제도 5회나 진행했고, 대종상의 사회도 맡아봤는데 정작 내집 행사에서는 한번도 아니고 두번씩이나 배제돼 절망감을 느꼈다”는 그는 이번 일로 85년 입사해 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둘까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얼핏 직장인으로서는 ‘튀는 발언’처럼 들리지만 그의 말뜻을 뜯어보면 영화와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같은 게 고스란히 묻어난다.

1993년 10월29일 <비디오산책> 이름으로 첫회가 나간 이후 지난 7일 500회를 맞은 <출발! 비디오여행>의 진행자로 한주도 거르지 않고 꼬박 10년간 자리를 지켜온 그를 일러 박찬욱 영화감독은 “영화인의 친구”라고 칭한다. 주성우 책임 피디는 “아나운서보다 영화인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영화를 굉장히 좋아한다고 들었다.

=영화사 주최 시사회는 놓치지 않고 가려고 한다. 한달에 새 영화는 10~15편 보는 것같다. 디브이디와 비디오를 합해 한달에 20~30편 정도 챙겨본다. 어머니와 형님·누나가 영화광이어서 4~5살 무렵부터 영화 속에서 살았다. 어릴 때부터 형성된 영화에 대한 감성이 내 몸에 녹아있는 것같다. 학창때 친구들이 모두 나를 영화와 관련해 기억하고, 직접 본 영화보다는 나한테 이야기 들은 영화가 많다고 한다.

-엠시가 개봉작을 다 챙겨볼 필요는 없지 않은가

=대본을 쓰는 작가가, 영화를 보는 관점이 반드시 옳다고 볼 수 없다. 그래서 내가 원고의 최종 점검자가 될 수밖에 없다. 진행자는 그래야 한다는 생각이다. 작가와 생각이 다를 경우 “이 멘트는 적당한 것같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해 제작진과 협의해 고치기도 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선에서 가능하다. 영화를 보지 않으면 (내가 소개하는 영화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가능하면 많이 보려 한다.

-한 프로그램을 10년쯤 진행하다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법도 한데….

=남들이 요구하기 전에 내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제작사(서울텔레콤-세종미디어)가 간판을 몇번 갈아달고 스스로 프로그램 내용 때문에 막다른 골목에 든 느낌을 가진 적은 있어도 매너리즘은 없었다. 내 자리는 누가 대체할 수 없다는 고집 같은 게 작용한 것같다. 자신에게 싫증을 잘 느끼는 성격이 아무래도 변신에 자연스럽게 도움이 된 것같다.

영화광 가족덕 코흘릴 적부터 영화와 친구, “대한민국영화상 사회 놓쳤을땐 정말 서운” -<출발! 비디오여행>이 한국영화에 끼친 영향을 어떻게 평가하나.

=93년 출범때만 해도 제작진의 전문성이 떨어졌으나 3년뒤부턴가 영화과 출신 피디가 들어오고 영화잡지 기자들이 작가로 참여하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고 본다. 마침 그때 영상세대가 본격적으로 움트면서 한국영화 붐이 시작됐다. <출발! 비디오여행>이 한국영화 붐에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출발! 비디오영화>를 통해 팬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만드는 사람들도 수준을 높여야겠다는 변혁의 시발점이 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출발! 비디오 여행>을 포함해 영화소개 프로그램은, 최근 같은 영화를 반복적으로 보여주다 방송위로부터 간접광고라는 지적과 함께 징계를 받지 않았나.

=영화소개 프로그램에서 정보전달과 홍보의 구분이 사실상 쉽지 않다. 또 지난 영화를 소개하면 당장 시청률이 크게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품위를 지키고 싶어도 경쟁에 내몰리는 현실이 때론 안타깝다. (<출발! 비디오여행> 제작진은 방송위 지적 이후 한 영화를 1회 이상 소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

-레옹 패션을 선보이는 등 패션감각이 남다르다. 패션도 전략인가.

=굳이 튀려는 생각은 아니지만 내 몸에 걸치는 것에 싫고 좋은 게 뚜렷하다 보니 아무거나 선택을 하지 못한다. 또 단점이 많은 체형이라 보완하는 측면에서 패션감각을 발휘하는 편이다. 90년인가 91년인가 어떤 프로그램의 영화코너를 진행하면서 아나운서로서는 처음 넥타이를 안매고 스웨터만 입고 진행하다 (아나운서실) 실장님한테 불려가 혼난 적이 있다.

-녹화할 때 카메라맨에게 “늙어 보이니까 바스트 샷을 잡지 말아달라”고 하고 기자들한테 나이를 밝히지 않는 것은 인기관리 때문인가

=영화 관객의 95%는 20대인데 선입관 때문에 나한테 거리를 느끼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 나이 때문에 나를 어렵게 생각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최근에는 황인뢰 감독의 <한뼘드라마>에 출연했는데….

=황인뢰 감독이 녹화장에 찾아와 내심 바라던 드라마 출연을 제의해와 선뜻 받아들였다. 박찬욱 감독은 언젠가 나한테 뱀파이어역을 해보자고 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역시 뱀파이어역이었다. 남과 다른 소수계층, 아웃사이더를 상징하는 역이라는 점에서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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