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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영화 속 천사들 유형분석

베를린 영화박물관의 성탄맞이 전시회 <영화 속의 천사들>

‘천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여전히 르네상스 시대 버전이다. 틴토레토, 카라바치오나 벨리니의 화폭에 담긴 천사들의 모습은 지금까지 스탠더드로 간주된다. 꽃미남일 것. 보글보글 고수머리에 등 뒤에 달린 푹신한 날개. 육체미깨나 하는 천사들은 상반신 누드로도 등장한다. 종종 흉갑도 껴입고 있다. 천사들의 여러 유형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재미난 자리가 마련됐다. 베를린 영화박물관의 성탄맞이 전시회 <영화 속의 천사들>이다. 여기서 만난 작품들을 중심으로 천사의 유형 6가지를 분류해보자.

1. 클리셰형: 망토처럼 걸친 날개.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사진)의 브루노 간츠를 떠올리면 된다. 킨스키는 <멀고도 가까운>에서도 이 클리셰를 계속 유지한다.

2. 스탠더드형: 진지하고 우아하며, 유행을 타지 않는 옷차림이다. 클래식한 검은 양복정장 차림이 대부분. 프리츠 랑의 1934년작 <릴리옴>이 그 시작으로 지금까지 영화에 출연한 천사들이 가장 애호하는 의상이다.

3. 심플형: 진지한 분위기를 풍기지만, 어느 정도 규격에서 벗어날 줄 안다. 사이즈도 풍성해 몸매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검고 긴 정장풍 외투를 즐겨 입는다. <베를린 천사의 시>에서 브루노 간츠가 연기한 천사 다미엘이나 <천사의 도시>에 등장하는 천사들의 유니폼이 대표적이다.

4. 흉갑필수형: 천사장 미카엘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은보다 금을 좋아한다. 덜그럭거리는 소음 효과를 노려 유성영화 시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천사영화의 대표작 <베를린 천사의 시>를 다시 보자. 다미엘 천사가 인간이 되기로 작정하자 흉갑이 떨어져나간다. 다미엘은 일상복을 사 입기 위해 이 흉갑을 고물상에 판다.

5. 요괴인간형: “인간이 되고 싶다!”라는 마지막 절규. 하여 천사도 첨단 유행을 신봉한다. 2001년작 <신이란 직업>에 등장하는 하이케 마카시가 대표적. 의상코드는 ‘섹시’로 긴 부츠에 짧은 반바지니 효리 버전 천사라 하겠다. 신분이 천사라 청색 깃털 외투를 걸친다. 날개가 빠질 수 없는 만큼.

6. 투명인간형: 기독교영화가 유행하던 1950, 60년대 영화에 자주 등장한다. 절대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대합창이 울려퍼지거나 한 줄기 강한 빛이 내려쬐는 통에 천사의 등장은 감지된다.

천사들이 영화에 가장 자주 출연한 시기가 2차대전 중이던 1940년대 초와 새로운 밀레니엄을 기다리던 1990년대 말이다. 그리고 지상에서 하늘로 올라가 천사가 된 인간보다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려온 천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 불안할수록 기댈 언덕은 하늘밖에 없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