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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음악그룹 ‘복숭아 프레젠트’의 강기영, 장영규, 방준석, 이병훈 [2]

이 땅에서 어떻게 음악을 풀어나갈 것인가?

달파란(강기영)

성기완_지난 가을, 백현진과 함께 달파란을 뺀 나머지 복숭아 멤버들이 모두 어어부 프로젝트의 멤버로 독일에서 공연을 하고 왔다. 물론 영규씨는 피나 바우쉬의 음악감독을 하기 위해서 간 목적도 있지만. 독일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해달라.

장영규_ 어어부 공연 때, 우리는 독일에서 역시 각자 놀았다. 공연있는 시간에 맞춰 모이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적으로 돌아다니고 그랬다. 개인적으로 피나 바우쉬와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한국에서 작업하다보면, 제작자가 음악가가 가지고 있는 것을 무조건 ‘빼내려고만’ 한다. 그렇게 뽑아내서 제작자의 요구사항과 비슷하면 오케이를 하는 식인데, 그쪽은 좀 다른 것 같다. 무조건 빼내려고 하지 않고 그 사람의 진짜를 기다린다.

방준석_그게 한 단계 높은 방식인 것 같다. 오히려 그게 더 빼낼 수 있는 방법이다. 한 사람의 진짜 모습을 뽑아내려면 그 사람의 자유로운 마음속 깊은 것을 빼내야 하지 않나.

▲ 장영규_ 그래서 그동안 한국에서 작업할 때, 저쪽의 요구와 부합하지 않는 것들은 잘라 없애버렸는데, 뭐 하러 그랬나 싶다. 앞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 최소한의 정보 속에서 서로 소통하며 있는 그대로의 상대방의 것을 끄집어내는 작업 방식이 맘에 든다. 그동안 한국에서의 작업에서 한계를 느꼈던 것이, 바로 잘라 없애가며 하는 방식에 길들여져 있어서 그랬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방준석_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웃음)

성기완_준석씨는 어떤가. 지금의 한국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나.

● 방준석_한국 음악이 내가 음악 하는 ‘터’라고 생각한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여기 돌아가는 방식에 맞춰줘야 하긴 하는데, 처음에는 여기의 방식에 눌려 제대로 일을 못한 면도 있다. 물론 한국에서 음악하며 물질적인 어려움도 없지는 않다. 또한 너무 획일적으로 음악가들을 규정짓는 풍토도 힘들다. 그러나 복숭아 같은 네트워크 속에서 활동하는 지금은 맞추면서도 자유롭게 내 식대로 풀어가는 방식이 점점 생기는 것 같다.

■ 달파란_우리나라의 음악에 대해서는 할말이 별로 없다. 그러나 ‘음악’을 어떻게 다루느냐의 차원에서는 문제가 있는 듯하다. 음악적으로는 어느 정도 깊이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 안 되는 음악은 밖에서도 안 되고, 여기서 되는 음악은 밖에서도 가능성이 있는 정도의 단계는 된 것 같다. 그러나 음악이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과정, 음악을 소비하는 사람의 태도나 취향, 이런 것들은 뒤죽박죽이고 혼란스럽다. 역시 구조적인 문제라 할 수 있다. 지금은 매체가 바뀌어가는 과도기적인 시기인데, 그런 시기와 원래의 혼란스러운 구조가 겹쳐지니까 혼란이 가중된다. 이런 혼란이 정리되어야 할 것 같다. 뭔가 자연스러운 구조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한국 영화음악계의 현실

성기완_‘모조소년’의 앨범을 ‘히어’(Here)라는 인디 레이블로 만들어 발매했는데….

■ 달파란_이번에 어어부 프로젝트도 독일 가서 반응이 괜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땅에서 만들어지는 음악도 국제적인 감성에서도 소통 가능한 것으로 본다. 국제적인 교류의 시도가 필요한데 메이저 차원에서의 대규모 상업적인 교류 가지고는 안 된다. 그런 것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성기완_그렇다면 메이저 차원에서는 잘 보이지 않으나 개성을 지닌 소규모 인디적인 네트워크와 외국과 연결이 되어야 하지 않나.

■ 달파란_한국이 온라인은 잘되어 있는데, 실제적인 소규모 네트워크는 약하다. 밖에서 보면 아직 제3세계적이고 동떨어져 있는 듯이 보인다. 소규모의 연결을 개인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작은 인디 레이블끼리 서로 네트워킹을 하고 서로 유통시켜주고 하는 국제적인 연결관계 속에서 활동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금은 음악을 만들기가 예전보다 많이 쉬워졌다. 디지털 기기들과 컴퓨터의 발전 결과다. 뮤지션들도, 음악 만드는 노력을 예전보다 덜 해도 되니까 연결 관계에 관해 더 많이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런 현실을 좀더 깊이 생각해봤으면 한다. 아까 <씨네21> 광고를 보니까 ‘10년 안에 <매트릭스> 같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이 있었다. 이제는 그런 식이 아니라 ‘<매트릭스>와 다른 영화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식으로 질문해야 한다. 이제는 따라가는 식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와는 다르게 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방식으로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장영규

성기완_한국 영화음악계의 현실은 어떤가. 그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아쉬운 점도 있을 듯싶은데.

▲ 장영규_ 예를 들어 영화음악계에서 음악가에게 돈을 지불하는 방식도 비합리적이다. 음악감독의 작업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음악 관련 버젯 전체가 정해지고 그것을 알아서 음악하는 사람들이 나눠야 한다. 비체계적이다. 이런 불합리하고 비체계적인 방식이 영화음악계 전체의 현실을 규정하고 있다. 전체 예산 속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가 좀 가시화되었으면 좋겠다.

■ 달파란_100억원짜리 영화나 10억원짜리 영화나 음악 예산은 똑같다. 그러니 결국 음악에 관한 제작자들의 생각은 아직도 분화되어 있지 않다.

● 방준석_이제는 우리 영화음악 예산으로 나올 수 있는 음악이 거의 소진되었다고 생각한다. 이 이상의 어떤 분위기를 원한다면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도 어느 정도 여유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성기완_2004년에 할 영화들도 잡혀 있나. 앞으로의 계획은.

장민승_그동안 장·단편 합쳐 30편 가까운 영화음악을 해왔는데, 2004년에도 몇개의 영화를 하기로 벌써 이야기가 되고 있다. 바쁜 한해가 될 것 같다.

■ 달파란_개인적으로는 음반 활동을 한동안 쉬었는데, 음반 활동에 주력하며 해외의 소규모 레이블, 뮤지션, 인디적인 사람들과 네트워킹도 하고 페스티벌 참여하면서 조금 활발하게 움직여볼 생각이다.

▲ 장영규_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조금 있다. 우선은 그 음악들을 해나가면서 피나 바우쉬와의 프로젝트 등 개인적인 것들도 함께 생각해보려고 한다.

● 방준석_공연을 더 많이 하고 싶다. 그 속에서 새로운 음악의 줄거리들을 끄집어낼 수도 있고.

성기완_다양성 속의 하나라고 할까, 다양한 하나라고 할까, 인간관계의 측면에서만 봐도 좀더 ‘쿨’한 관계를 추구하는 복숭아의 모습, 음악을 보고 듣는 일이 즐겁다. 내년에도 열심히 음악들 하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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