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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 극실험영화
2001-05-30

너는 날아가고… 일상은 남으니까

<바다가 육지라면>

연출 김지현·김나영| DV6mm| 41분|

컬러

대표적인 인스턴트 식품인 라면에 대한 각양각색의 조리법을 TV요리쇼 형식으로 보여주는 영화. 가장 손쉬운 요리인 라면에서 사람들의 개성과 가치관을

읽어내는 아이러니를, 참신한 화법으로 풀어간다. 문화예술계 인사들로 보이는 일곱명의 사람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이들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와

무관하지 않은, 창의적인 방법으로 라면을 끓여보이며 라면의 유래나 특성, 라면에 얽힌 개인적인 추억들을 이야기한다. 계룡산에서 터득했다는 ‘수행정진’

방법으로서의 라면 끓이기, 화학 조미료의 맛과 향을 배가시키는 방법, 라면에 자연재료를 가미해 자연식품화하는 방법, 양 많은 라면을 골라 대충

끓여 먹기, 라면의 사각 모양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방법 등이 소개된다. 공동 연출자인 김지현 감독은 이번 인디포럼에 리얼리티와 말맛을 살린

또 한편의 극영화 <연애에 관하여>를 출품했다. 인디포럼 개막작.

<삶은 달걀>

연출 황철민| DV6mm| 37분| 컬러

삶은 무엇인가? 삶은 달걀. 조금은 썰렁한 유머지만, 여기엔 철학이 있다. 삶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고통스러운 순간도, 지나고 나면 아무 일

아닌 듯 가볍게 느껴진다는, 현자의 철학. 폐광과 카지노가 나란히 들어선 강원도 산골, 아버지의 굴레는 죽음이고, 딸의 굴레는 아버지다. 딸은

카지노에서 모든 것을 잃은 중년 남자에게서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딸은 그를 집으로 데려와 자살을 권하고, 이를 저지하던 아버지는 자신에게도

미약하나마 생의 의지가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신산스러운 겨울 풍경과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잘 어우러지는 작품. 지난해

서울넷페스티벌에 <푸른 하늘 은하수>를 선보이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보이고 있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황철민 교수의 최근작이다.

<미미>

연출 임창재| DV6mm| 10분| 컬러

강렬하고 독특한 이미지의 실험영화를 주로 만들어온 임창재 감독의 신작. 사회 부적응자들이 품은 내밀한 상처나 고민들을, 물과 날개 등의 이미지로

표현해온 임창재 감독은 <미미>에서도 비슷한 테마와 상징을 동원하고 있다. 인형 미미는 외계에서 또는 천상에서 내려온 전령이다.

미미는 강을 건너고 차를 타고 길을 걸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가학적인 소년들의 장난감이 돼서도, 미미는 그들과의 만남에서 어떤 의미를

발견하려 하고 간직할 추억거리를 찾으려 한다. 저항하지 못한 채 웃고만 있던 미미는 단절과 폭력으로의 추락을 경험한다.

<부적격자>

연출 유상곤| 16mm| 17분15초| 컬러

옥탑방에 사는 남자는 매일 화초에 물을 주고, 술을 마시고, 고무인형과 섹스를 한다. 가끔 멀리 차를 몰아 바람을 쐬러 나가기도 하지만 일상은

여전히 건조하고 지루하다. 꿈 속에서 그는 커다란 성기를 달고 돌진하는 군인도 되고, 바닷속을 거니는 꽃게도 된다. 가끔은 고무인형과 화초의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고무인형에 담뱃불로 구멍을 내 보기도 하지만 반창고로 그 상처를 동여주고 다시 일상의 파트너로 삼는다. 스스로 사회와

격리돼 자폐적인 삶을 살아가는 옥탑방 남자는 ‘부적격자’의 전형. 어떤 면에서, 얼마간은 우리 자신도 ‘부적격자’가 아닌지를 생각게 하는 작품이다.

<외계의 제19호 계획>

연출 민동현| 16mm| 15분| 흑백

동심의 세계를 만화적인 상상력을 동원해 펼쳐낸 작품. 고등학교 불량배들에게 쫓기던 초등학생들이 낯선 폐건물에 다다른다. 이곳에는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제3의 시선이 있었으니, 그들은 지구를 지배하려는 야심으로 외계에서 날아온 귀신들이었다. <지우개 따먹기>를 선보인

바 있는 민동현 감독은 이번에 다시 한번 동심으로 회귀했다. 대사를 말풍선에 담아 자막으로 처리하는 등 흑백 무성영화 스타일로 가다가, 80년대

댄스그룹 스타일의 춤과 노래로 꾸민 뮤지컬 시퀀스를 보여주는가 하면,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나라 여행>을 패러디하고, <토마토

공격대>의 컬트적인 상상력을 곁들이는 등 발랄한 실험들을 가미했다. <박하사탕>에서 영호의 첫사랑 순임을 연기한 문소리씨가

처녀귀신으로 출연한다.

<달이 지고 비가 옵니다>

연출 박혜민| 16mm| 13분30초| 컬러

올 서울여성영화제 아시아단편경선에서 대상을 수상한 작품. 시골에서 할머니와 살아가는 어린 남매의 풍경화 같은 일상에, 잃어버린 것에 대한 그리움과

아픔을 포개놓은 성장영화다. 집 나간 엄마를 그리며 서로 보듬고 사는 남매는 문둥이네라고 소문난 외딴 집을 기웃거리다 한 청년을 만난다. 동전

마술을 보여주는 청년과 친해진 남매는 함께 어울려 숨바꼭질을 하고, 이 와중에 누나는 청년에게 강간당한다. 누나가 엄마처럼 의지하던 달은 하늘에서

사라지고, 동생은 비오는 하늘에서 떨어진 미꾸라지를 발견한다. 자연 사물의 표정으로 많은 얘기와 느낌을 전하는, 섬세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

<오후>

연출 장명숙| 16mm| 13분| 컬러#@008#@

덥고 나른한 오후에 쓸 만한 피사체를 찾아 헤매던 사진작가에게 한 청년이 인사를 건넨다. 작가는 청년의 얼굴에 나 있는 화상으로, 오래 전

자신의 카메라 앞에 섰던 꼬마를 기억해낸다. 흉터 때문에 왕따 신세를 면치 못하던 꼬마의 하소연을 흘려 들으며, 꼬마의 얼굴 각도를 고쳐주고

카메라에 담아내는 데 몰두했던 기억. 작가와 청년은 어색한 인사를 마치고, 각자 가던 길을 재촉한다. “삶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비밀스런 우물

같고, 내 두레박은 너무 초라하다.”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사람과 인생을 이야기할 때마다 마주치는, 가책에 가까운 고민과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있다.

<희망이 없으면 불안도 없다>

연출 염정석| 35mm| 8분| 흑백

늦은 밤, 역 대합실에서 남자와 여자가 마주친다. 남자는 일자리를 구하러 낯선 도시에 찾아온 것이고, 마중 나온다던 사람을 기다리는 중이다.

여자는 오가는 남자들을 상대로 몸을 파는 창녀다. 오랜 시간이 흐르도록 허탕치고 있던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다. 사람에 대한 기대도,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는, 어둡고 무거운 오늘의 빛깔과 질감이, 흑백의 나른하고 건조한 영상 속에 녹아 있다. <광대 버섯>의 염정석 감독

작품.

<뉴스데스크>

연출 허종호| 16mm| 18분20초| 컬러

<뉴스데스크>는 이야기 전체를 뉴스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무장 탈주범의 인질극, 편의점 습격사건, 40대 실직문제, 불곰

출현 소동, 기상예보와 휴일 스케치가 이어진다. 무장 탈주범의 인질극은 기자가 현지 인터뷰를 시도하면서 비극적인 국면을 맞는다. 공교롭게도

이 날 헤드라인 뉴스에는 모두 탈주범이 연루돼 있었다. 뉴스 토막을 퍼즐 조각처럼 활용, 탈주범의 어제와 오늘을 설명하는 구성의 묘미가 돋보인다.

<나는 날아가고… 너는 마법에 걸려 있으니까>

연출 김영남| 16mm| 46분20초| 컬러

올 칸영화제 시네 파운데이션부문에 초청돼 화제를 모았던 작품. 등만 바라보는 사랑,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중심을 잃은 사랑을, 남루한 일상의

단면 속에 담아내고 있다. 여자는 사귀어 오던 남자친구가 아니라 자기 친구의 애인을 사랑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친구는 여자의 남자친구를

불러내 여자가 자기 애인과의 관계를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한다. 여자의 위험한 충동은 현실이 되지 못하고 관계는 원점으로 돌아온다.

괴테의 시에서 따온 영화 제목은, 남자가 헤어진 여자친구를 위로하는 극중 대사이기도 하다. 화법과 분위기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향이 느껴지는

작품.

<봉자바라>

연출 조명희| DV6mm| 8분| 컬러

소매치기가 경찰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질주하는 중이다. 경찰은 그를 저지하기 위해 뒤에서 봉을 휘두르는데, 이때 소매치기가 그의 봉을 바통처럼

이어받아 달리기 시작한다. 경찰은 계주 선수로 선발돼 함께 뛰었던 어린 시절의 소매치기를 기억해낸다. 성인이 되어 예기치 않은 곳에서 마주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풀어낸 작품.

<굿 로맨스>

연출 이송희일| DV6mm| 36분| 컬러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유부녀와 10대 남학생의 ‘원조교제’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이 남녀가 어떻게 처음 만났는지, 왜 만나게

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여자가 남자를 찾아가 밀린 얘기를 하고, 여관을 찾는 식의 데이트는 이들에게 익숙해 보인다. 이들은 감정이 깊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서로의 존재가 이미 절실해져, 사랑하고 다투고 헤어지고 만나기를 반복한다. 흔들리는 남녀의 섬세한 감정의 결을 잘 살려낸

수작. <슈거 힐>에서 동성간의 사랑을 그렸던 이송희일 감독은, 다른 사랑, 다른 세대간의 사랑 역시 아름다운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자살 비디오>

연출 최양현| DV6, 8mm| 23분10초|

컬러

자살 사이트에서 알게 된 연극배우와 웨이터가 여관으로 향한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이는 연극배우의 후배로, 촬영을 부탁받고 찾아왔다. 열심히

살아온 데 대한 보상이 없고 살아가는 의미가 없어 자살을 결심하게 됐다는 하소연을 들으며 후배는 한번만 더 생각해 보라고 말리지만 소용이 없다.

이들의 최후를 찍는 동안 후배의 흐느낌은 거세진다. 죽음을 앞둔 이들의 회한, 죽음을 목격하는 이의 공포와 번뇌가 불안정한 앵글로 고스란히

전해져 ‘실제 상황’으로 착각할 법하지만, 이는 다큐멘터리를 가장한 픽션, 즉 가짜 다큐멘터리다. 인디포럼 프로그래머들 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을

불러일으켰다는 문제작. 박은영 기자

▶ 독립영화의

축제 인디포럼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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