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인디포럼 | 다큐멘터리부문
2001-05-30

진실, 절체절명의 보루

<애국자 게임>

이경순·최하동하| 6mm| 90분| 컬러

“아, 씨발…. 도대체 이 나라가 해준 게 뭐야?” 낮술로 얼굴이 불콰해진 한 노숙자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온다. “그래, 맞아. 정말 해준

게 뭐지”라고 맞장구쳤다간, 조국과 민족 앞에 이 ‘한몸’ 바치겠다는 맹신도들에게 두들겨맞기 십상이다. <애국자 게임>은 누구에게

질세라 자신의 애국심을 뽐내는 이들을 한명씩 ‘링’ 위에 등장시킨다. 박정희의 생가를 들여다보며 그래도 70년대가 좋았다는 이들이나 한민족의

유구한 역사에 대해 장광설을 늘어놓는 수구언론의 논설위원에게 ‘애국’은 절체절명의 보루다. 서로 다른 종교 때문에 반목하기 일쑤인 이들도 ‘애국’하자고

하면 어깨를 건다. ‘애국’이라는 이데올로기가 이 땅의 뿌리깊은 레드콤플렉스와 만나 수십년 동안 파시즘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낸 주범이었음을 고발하는

작품. 지난 99년,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투쟁을 절절히 기록한 다큐멘터리 <민들레>를 연출한 이경순, 최하동하 감독이

함께 만들었다. 시종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있으며, 중간에 끼워넣은 재기발랄한 애니메이션장면도 통쾌한 웃음을 도발한다.

<매향리로 돌아가는 먼 길>

고안원석| 6mm·8mm| 90분| 컬러

미군 폭격장을 폐쇄하라며, 매향리 주민들이 정부를 상대로 벌인 투쟁을 일지식으로 정리한 작품. 2000년 5월, 주한미군의 오폭으로 6명의

사상자와 700여 가옥이 파손되자 매향리 주민들은 정부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돌아온 건 주한미군의 책임이 아니라는 정부의 답변뿐이다.

조사결과에 항의하는 대책위원장을 연행하자 마을사람들은 지난 40년 동안 묵혀왔던 분노를 터트리기 시작한다. 일궈온 삶의 터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놓고,

하나뿐인 가족의 생목숨을 앗아간 이들에게, 그들은 ‘쿠니사격장’ 대신 잃어버린 땅 매향리를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전태일의 기억> 김이찬|

6mm·8mm| 62분| 컬러

“30년이 지난 즈음, 어떤 사람들은 그를 기억하고 있고, 어떤 사람들은 그를 잊었으며, 또 누군가는 그의 모습을 새롭게 복원하고자 한다.”

1970년 11월13일 평화시장에서 자신의 몸을 불사른 청년, 전태일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어떤 형상으로 남아 있을까.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

살을 부대낀 동료들에게야 쇠줄보다 질긴 채무의식으로 남았지만, 어떤 이에게는 한 분신자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시위하던 외국인노동자의 삶을 촘촘하게 옮긴 <데모크라시 예더봉>의 김이찬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노동자뉴스제작단의

태준식 감독과 노동자 영상패가 함께 만든 <전태일 분신 30주년 옴니버스>와 비교해보는 것도 좋을 듯.

<얼굴>

김재의| 35mm| 9분| 흑백

동유럽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독특한 시적 다큐멘터리. 그녀는 이국에서 유학중인 레즈비언이다. 못생긴 외모의 그녀는 자신보다 두살 많은 그곳의

유부녀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누구도 그녀를 흘깃거리지 않는다.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를 만끽한 그녀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대신 그곳에

머물고 싶어한다. 한 레즈비언의 심경을 어눌하지만 담백한 1인칭 화법, 몽롱하고 신비로운 사운드, 느리지만 강렬한 시각 이미지 등을 섞어서

호소력 있게 전달하고 있다. 감독은 현재 폴란드 국립영화학교에서 연출수업을 받고 있는 유학생.

<질문을 하다>

박효진| 6mm| 26분| 컬러

질문은 항상 타인에게로만 향하는가. 개인적인 고민을 소재로 한, 교환일기 형식의 다큐멘터리. 누구나 한번쯤 스스로에게 던져봤음직한 질문들을

꺼낸다는 점에서 공감이 가는 작품이다. 영화는 ‘관계’, ‘집착’, ‘행복’ 등에 대한 경은과 현숙의 문답을 통해, 20대가 갖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비춘다. 사운드를 비롯한 기술적인 부분들은 습작이 아닌가 할 정도로 거칠지만, 상대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형식과 맞물리면

오히려 진솔하게 느껴진다.

<침묵이 깨어지는 시간>

이진필| 6mm| 57분| 컬러

침묵의 뒤안에는 약자의 수치심과 고통과 굴욕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 롯데호텔 노동조합원들이 자신들이 파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절절히 이야기한다. 흑자를 냈음에도 노사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성폭력이 자행되고, 이에 항의하는 이들에게는

원치 않는 인사발령 조치가 떨어지자 ‘싸울 줄 몰랐던’ 평범한(?) 사람들은 회사를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다. 결국 정부의 무자비한 공권력 투입으로

파업현장은 74일 만에 난장판이 되지만, 그들은 싸움은 끝나지 않았으며, 세상에 대해 ‘왜’라고 질문하는 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이영진 기자

▶ 독립영화의

축제 인디포럼2001

▶ 애니메이션

부문

▶ 극실험영화

▶ 다큐멘터리부문

▶ 특별상영작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