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Report > 해외통신원
[베를린] 베를린, 사방의 적

오스카와 할리우드 스타 모시기, 로테르담과 영화마켓 경쟁 불가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올해부터 한달 앞당겨진다. 일정 변경이야 주최쪽 맘먹기에 달린 문제라 해도, 이로 인한 국제 영화계의 충격 파장은 만만치 않다. 그 첫 희생자가 바로 2월5일 개막되는 제54회 베를린영화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베를린영화제와 아카데미 시상식은 6주간의 시차가 있었지만 올해부터는 빠듯한 2주다. 6주라는 간격은 사실 베를린영화제에 호재였다. 오스카상 후보명단이 베를린영화제 동안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마침 그 후보가 베를린영화제에 참가 중이라면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베를린으로 집중되었다.

그러나 올해 오스카 후보명단은 베를린영화제의 공식 프로그램이 발표된 바로 다음날(1월27일) 이루어졌다. 따라서 베를린영화제 참가는 오스카 노미네이팅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큰 타격은 베를린영화제가 한창 진행 중인 2월9일(월) 밤, LA의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열리는 오스카 만찬이다. 이 전통적인 만찬에 참석하는 것은 오스카상 후보들에게 절대 빠뜨릴 수 없는 의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베를린영화제에 참가하려면 행사 초기 잠시 모습을 보였다가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야 한다.

현재에는, 영화제란 영화를 보여주는 마당이라기보다는 영화를 팔기 위한 장터의 의미가 더 커졌다. 세계 최고 영화제라는 타이틀을 둘러싼 경쟁에서 베를린이 칸에 밀리게 된 원인도 바로 영화마켓에 있다. 칸영화제의 마켓은 공간적으로만 베를린 마켓의 3배 규모다. 2005년부터 미국필름마켓(AFM)이 2월에서 11월로 앞당겨지면서 베를린 영화마켓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라는 속편한 기대도 있지만, 복병은 바로 코앞에 있다. 로테르담영화제. 점점 인지도가 높아가는 로테르담영화제는 베를린영화제 개막 4일전까지도 문을 열어놓는데, 내년부터는 일정을 1주일 늦춘다 하니 베를린영화제와 겹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