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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브리 스튜디오의 원형,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김태진 2004-03-03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 감독 작품(<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이나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첫 작품(<천공의 성 라퓨타>)은 아니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출발점이자 원형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작품이다.미야자키가 오랫동안 애니메이션화를 기획했던 <전국마성>과 <롤프>의 이미지를 통합해 만들어낸 이 작품에는 자연과의 일체감이라는 미야자키의 이념뿐만 아니라 그가 창조해낸 지극히 독창적인 세계관 속의 다양한 생물과 메커닉들이 시각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특히 히로인인 나우시카와 비행장면의 묘사는 미야자키의 이후 작품들의 근본 이미지가 되었다.

일본에서 ‘지브리가 가득’ 시리즈로 발매되었던 초기의 DVD들이 LD와 별 차이가 없는 화질을 보여주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일본에서 3년에 걸쳐 발매되었던 ‘지브리가 가득’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했던 가장 최근의 타이틀인 만큼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우수한 화질을 보여준다. 아나모픽 1.85:1 영상은 전체적으로 매우 투명하고 윤곽선이 또렷하며 색상의 채도와 순도도 높아, 이 작품 특유의 수채화적인 톤이 잘 살아나는 부드럽고 깔끔한 화질을 보여준다. 사운드도 모노이지만 대사와 음악, 효과음이 매우 명료하며, 음의 대역도 넓다. 우리말 더빙도 무난하다. 지브리 타이틀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음성 해설을 이 작품에 원화 담당으로 참여했던 안노 히데아키가 맡은 점도 주목할 만한다.

서플먼트 디스크는 멀티 앵글 스토리보드와 예고편 모음, 더빙 스케치 등 지브리 시리즈 고유의 구성이지만,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제작과정과 지브리 스튜디오의 설립에 관한 다큐멘터리(28분)가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