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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매체로 영화 라이브러리를 꾸밀 것인가?
김태진 2004-04-09

모든 영화 애호가의 꿈은 자신만의 영화 라이브러리를 갖는 것이죠. 하지만 막상 라이브러리를 꾸미기 시작하면 곧바로 ‘어떻게’ 채우느냐에 못지않게 ‘무엇’으로 갖출 것인가가 심각한 고민거리로 대두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 필름이 대상인 감상과는 달리 소장의 전제인 어떤 매체로 구입할 것인가는 각자의 영화 취향뿐만 아니라 경제력과 공간, 외국어 독해 능력 같은 요인들의 복합적인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특히 디지털 시대에 접어든 이후로는 수록 매체 자체의 물리적인 수명은 반영구적이지만, 정작 매체를 재생하는 플레이어의 교체 주기가 지나치게 짧아져 결국 매체의 실질적인 재생 가능 기간은 10∼20년 정도로 오히려 아날로그보다 더 단명하는 기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LD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소장 매체의 선택은 애호가들의 절실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이번호부터는 필름에서 HD까지의 다양한 영화 저장 매체들의 장단점들을 살펴봄으로써 자신만의 라이브러리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작으나마 도움을 주고자 합니다.

영화 소장의 출발점이자 귀착점은 역시 필름입니다. 하지만 35mm 필름은 가격이 워낙 비싸고 부피도 커서 소장용으로 판매되는 필름은 대부분 16mm나 8mm로 옮겨진 것들입니다. 비디오 테이프가 개발되기 전까지는 유일한 소장 매체였던 필름은 우리나라에도 의외로 많은 수가 개인 소장용으로 들어왔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대중적인 영화 개인 소장 시대의 막을 연 마그네틱 방식의 비디오 카세트 테이프는 소니의 베타맥스 방식이 1969년에, 마쓰시다의 VHS 방식이 1970년대에 각각 개발되었지만, 국내에 본격적으로 VTR이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초반부터입니다. 접촉식 아날로그 매체인 비디오 테이프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대부분 익히 알고 계실 것입니다.

비디오 테이프의 셀스루 시장을 개척한 것은 디즈니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처음부터 대여용과 셀스루의 구분이 엄격하여 먼저 출시되는 대여용은 99달러로 상당히 고가이고, 30∼90일 뒤에 출시되는 셀스루용은 25달러 내외의 저가로 가격이 책정됩니다. 드물지만 판매수량이 한정된 고전이나 예술영화들은 대여용에 준하는 가격에 판매되는데, 한 예로 뉴요커 필름스에서 출시한 <도쿄 이야기> 비디오 테이프는 현재 125달러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일반 가정의 4:3 TV 화면에 맞추기 위해 와이드스크린 비율인 원필름의 좌우를 잘라내고 중앙 부분의 영상만 수록하는 비디오 테이프의 가장 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80년대 중반부터 LD와 같은 마스터를 사용하여 원래의 화면비율을 수록한 와이드스크린 포맷의 비디오 테이프들이 셀스루용으로 1천 타이틀 가까이 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2.35:1 비율인 이 와이드스크린 버전들은 일반인에게는 아래위의 블랙바에 비해 영상영역이 지나치게 좁아 환영받지 못했고, 오리지널 화면비율을 선호하는 영화나 AV 애호가들은 일찌감치 컬렉션의 대상을 LD로 옮겼기 때문에 기대했던 만큼의 호응은 받지 못했습니다.

화면비율과 무관한 고전영화들도 컬렉터들의 골치를 썩이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저작권 보호 연한이 만료된 고전영화들은 한 작품이 여러 제작사에서 다양한 버전으로 출시되기가 일쑤인데 러닝타임이나 더빙, 음악 등이 각각 다른 버전에서부터 컬러 버전이나 SP 버전들까지 뒤섞여 있어 카탈로그만을 보고는 어떤 것을 구입해야 제대로 선택한 것인지를 확신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김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