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Culture > DVD > Inside DVD
어떤 매체로 영화 라이브러리를 꾸밀 것인가? Ⅱ
김태진 2004-04-16

수평해상도 240선과 돌비 서라운드까지만 수록 가능한 포맷상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비디오 테이프는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15만종(미국 기준) 이상의 타이틀을 출시함으로써 현재까지 발표된 가정용 영상 저장 매체들 중 가장 방대한 목록을 구축했습니다. 비디오 테이프의 낮은 해상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원단 소재의 개선과 크롬·메탈 증착 방식이 개발되어 정보량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킨 S-VHS 방식이 80년대 중반에 선보였습니다. 이 S-VHS VTR와 테이프로 LD 해상도의 90%까지 수록이 가능해졌지만, S-VHS 테이프는 판매 및 대여용으로는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마니아들의 녹화용이라는 좁은 영역에만 머무르고 말았습니다. DVD의 대중화에 반비례하여 2000년대 이후로는 대여점용으로만 명맥을 유지해오던 비디오 테이프는 HD가 본격화되면서 S-VHS 테이프가 HD 방송 녹화용으로 사용되고, D-VHS가 현존 최고의 화질을 담아냄으로써 기적적으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LD는 CD보다도 10년이나 더 이른 1972년에 필립스와 MCA에 의해 일찌감치 상품화되었습니다. 하지만 초기의 LD는 우리가 알고 있는 레이저 픽업 방식이 아니라 LP처럼 카트리지로 디스크 골에 새겨진 영상을 긁어서 읽어들이는 접촉식 아날로그 방식이었기 때문에 비디오 테이프에 비해 현격하게 개선된 화질을 보여주지는 못했습니다.

레이버 픽업을 사용한 디지털 방식으로 LD의 포맷이 바뀜에 따라 LD는 수평해상도 400선에 달하는 고화질과 레터박스 방식을 이용한 오리지널 화면 비율의 제공, 돌비 디지털과 DTS 5.1 채널 같은 디지털 입체 음향 채택, 멀티 트랙을 활용한 음성 해설 삽입, 제작 다큐멘터리에서부터 스틸 갤러리에 이르는 현재 DVD에 적용되고 있는 다양한 부가 영상 등을 일찌감치부터 수록함으로써 영화 애호가들에게 홈 무비 라이브러리 구축에 이상적인 매체로 찬사와 환영을 받았습니다(아쉽게도 이러한 점은 미국과 일본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국내판 LD들은 비디오 테이프와 동일한 마스터로 4:3에 돌비 서라운드 사양으로만 제작되어 국내 AV 애호가들로부터는 철저하게 외면받았습니다).

사실 LD는 일부 잘못 알려진 바와는 달리 DTS와 돌비 디지털 같은 멀티 채널 음향은 물론, 오늘날 DVD에 수록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서플먼트들을 훨씬 일찍 담아왔고, 화질 자체도 SD급 디스플레이로 감상하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음질은 DVD보다 LD가 오히려 더 좋고, 90년대 말부터는 아나모픽도 시험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포맷 교체를 통해 새로운 이윤을 주기적으로 재창출해 내려는 메이저 영화사와 하드웨어 제작 업체들의 자본의 논리로 인해 지나치게 서둘러 단종된 감도 없지 않습니다.

1999년까지 20여년 동안 3만5천종 이상(미국 기준)의 타이틀이 발매되었던 LD는 큰 부피가 컴퓨터와의 호환에 결정적인 걸림돌이 됨으로써(사실 LD는 화질이나 기능보다 크기에서 DVD가 밀린 감이 큽니다), 1997년부터 발매되기 시작한 완전 디지털 매체인 DVD에 시장을 넘겨주게 됩니다.

김태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