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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영화를 생각하게 만드는 그 무엇, <사랑과 경멸>

<사랑과 경멸> Le Mepris

1963년

감독 장 뤽 고다르

상영시간 103분

화면포맷 2.35:1 아나모픽

음성포맷 프랑스어 2.0

자막 한글, 영어

출시사 다음미디어

크리스티앙 메츠는 ‘영화는 이해하기 쉽기 때문에 설명하기 어렵다’고 했다. 단순히 현실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면 가능한 말이겠지만, 여러 가지 구조물이 층층이 얹힌 장 뤽 고다르의 영화는 설명 이전에 이해부터 어렵다. 그나마 <사랑과 경멸>은 (비록 본 의도와 벗어난 표면적 이해에 그친다고 해도, 그러나 최소한 감상적 음악 때문에라도) 몰입과 이해가 쉬운 편이다. 이유는 <사랑과 경멸>의 소재 혹은 주제가 ‘상업영화를 만든다는 행위’이며, 카를로 폰티가 제공한 영화의 제작 환경 자체도 고다르 영화로서는 보기 드물게 상업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다르는 문화라는 말이 나오면 수표책부터 꺼내는, 뒤늦게 스튜디오의 폭군 흉내를 내는 미국인 제작자 잭 팰런스와 그로부터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꿋꿋이 철학과 영화를 이야기하는 감독 프리츠 랑을 먼저 병치시킨다(브레히트가 할리우드에서 처참한 심정으로 지었던, 짧으나 가슴 저미는 시 ‘할리우드’를 실명으로 출연한 랑이 읊는 설정이 기막히다). 둘 사이엔 돈이 필요해서 각색을 맡은 프랑스 작가 미셸 피콜리와 그의 아름다운 부인 브리지트 바르도가 있다. 감독이 시네치타 스튜디오와 카프리 섬에서 서구 문화의 원류인 ‘오디세이’를 찍고 있는 가운데, 제작자와 작가와 부인 사이에선 성 다툼이 전개되고, 권력과 계급과 운명이 이야기된다(어쩌면 <사랑과 경멸>은 ‘오디세이’의 영화적 재연인 동시에, 실제 제작자에게 던지는 농담이 아닐까). 결국 누군가는 죽고, 누구는 떠나며, 누구는 남아서 영화작업을 계속한다.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 돌아온 율리시스와 관객은 눈앞에 펼쳐진 짙푸른 바다를 함께 바라본다. 영화를 바꾼 것이 <네 멋대로 해라>였다면, 지금 다시 영화를 생각하게 만드는 건 <사랑과 경멸>이다.

제임스 모나코는 <사랑와 경멸>을 고다르의 ‘담론의 양식들' 시기에 놓으면서, 프랑수아 트뤼포가 던진 두 가지 질문- 영화는 인생보다 더 중요한가? 그리고 여자들은 신비한가?- 을 언급했다. <사랑과 경멸>에다 대고 당신도 한번 물어보라.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