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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여기로 보러와요
박은영 2004-04-28

멀티플렉스에 맞서 생존전략 찾는 파리의 소규모 독립극장들

멀티플렉스와 무제한 카드. 몇년 전부터 이 두 가지는 파리의 시네필들에게 매우 친근한 단어가 되었다. ‘UGC’와 ‘Gaumont-MK2’라는 두개의 거대한 멀티플렉스 극장들은 파리를 비롯한 프랑스의 주요 도시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극장들은 각기 ‘UGC Illimitee’와 ‘Gaumont Le Pass’라는 이름의 무제한 카드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한달에 약 20유로(약 3만원 미만)만 지불하면 각 극장에서 상영하는 많은 수의 다양한 영화들을 무제한으로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영화관람을 자주 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카드는 필수품이 됐다.

멀티플렉스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종류도 다양할 뿐만 아니라- UGC는 상업영화를 중심으로 상영하는 반면, Gaumont-MK2는 상업영화와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영화에도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극장에 부속되어 있는 다양한 문화적 공간들- 영화 전문 서점, 비디오와 DVD 판매점, 전시회 등- 덕에 많은 시네필들이 이 극장들을 찾고 있다. 그러다보니 파리 곳곳에 있는 소규모 독립극장들을 찾는 이들의 수는 계속해서 감소해왔다. 이러한 현상은 몇년 전부터 중요한 쟁점이 되어왔으며, 소규모 독립극장들은 나름대로 생존전략을 찾는 데 고심하고 있다.

소규모 독립극장들 중 파리 중심에 위치한 극장들은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편이지만 평범하고 지리적으로 불리한 곳에 위치한 극장들은 고전을 하고 있다. 지역과 주민들의 삶과 함께해온 이 극장들은 대부분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이 극장들은 세련되고 현대적인 멀티플렉스들과는 달리 역사성과 특색있는 분위기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다채로운 테마를 가진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1928년 세워진 유서 깊은 극장인 ‘Studio 28’의 분위기 있는 카페와 정원으로 난 레스토랑, ‘Images d’ailleurs’극장의 아프리카영화 프로그램, ‘Archipel-Paris Cine’극장의 영화와 음악을 접목시킨 프로그램, ‘Epee de Bois’극장의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 등은 위기를 맞은 소규모 독립극장들의 생존전략을 보여주는 것들이다. 또한 이 극장들은 현재 프랑스국립영화센터(CNC)나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에 대한 재고와 새로운 지원 시스템의 도입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파리=차민철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