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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은 영원하다
2001-06-07

컴퓨터 게임 - <삼국지>의 세계

<삼국지>의 고향은 중국이다. 하지만 한국이나 일본, 또 어떤 나라든 아시아에 사는 사람치고 <삼국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 두꺼운 책을 제대로 다 읽지는 않았더라도 고우영 <삼국지>라도, 것도 아니래도 이름 정도야 못 들어본 사람은 없다. 수능대비 추천도서 목록에도 자랑스럽게 올라 있는 <삼국지>의 유명세를 등에 업은 ‘파생상품’이 쏟아져나오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해석서, 수양서, 처세술책 등 다양한 서적들 사이에 게임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건 단연 일본 ‘고에이’의 턴방식 전략시뮬레이션게임 <삼국지>다. 생존을 위해 지략을 겨루며 난세를 통일하는 묘미를 잘 살리고 있는 게임으로 벌써 7편까지 나왔다. 조금 덜 골치아픈 걸 원한다면 역시 고에이에서 나온 <삼국지 영걸전>이나 <삼국지 공명전>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SRPG인데, 비교적 낮은 연령대에서도 인기가 있다. 더 화끈한 걸 원한다면, <삼국무쌍> 같은 대전액션게임이 있다. 관우나 장비 같은 장수들이 일대일로 대결을 벌이며 화려한 무술솜씨를 뽐낸다. 그 유명한 상산 조자룡의 창이나 관우의 청룡언월도를 직접 휘둘러보는 건 각별한 느낌이지만 흥행을 지나치게 의식했는지 공명이나 초선까지 칼을 휘두르는 건 조금 뭐하긴 하다. 장비나 전위가 비단옷으로 꽃단장하고 나오는 것도 왠지 어색하다. 후속작격인 <진 삼국무쌍>에서는 장수들만 나와 싸움을 하는 게 아니라 적의 대부대 속에 단신 돌진해서 목표를 달성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이쯤 되면 고에이는 <삼국지>로 먹고사는 회사란 소리를 들을 만도 하다.

오락실과 비디오게임기로 만날 수 있는 <천지를 먹다> 시리즈는 역시 일본회사인 ‘캡콤’이 만든 횡스크롤액션게임이다.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서 진절머리나게 쏟아져나오는 적을 물리쳐야 하는데 이 게임은 여럿이 하는 게 훨씬 재미있다. 점점 화려해져만 가는 오락실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그래픽을 자랑하면서 꾸준히 장수하는 대표적인 게임 중 하나다.

요즘 유행하는 장르인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삼국지>도 물론 있다. 대만계의 ‘지관’에서 <적벽대전>이란 게임을 오래 전에 냈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실사영화를 중간중간 집어넣어서 고우영 <삼국지>의 절세가인(?) 제갈공명에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정신적 충격이 적지 않았고 게임성도 수준 이하였다.

최근 출시된 <삼국지: 페이트 오브 드래곤> 역시 실시간 전략시뮬이다. <스타크래프트>처럼 유닛 생산과 전투에 치중하는 게임이 아니라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스타일에 가깝다. 우선 본성을 개발하고 사회, 경제 시스템을 갖춰야 군대와 무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액션성은 떨어지지만 짜임새 있는 시스템이고 원작의 분위기도 잘 반영하고 있다. 제작사는 <삼국지>의 고향인 중국이지만 유통은 영국회사인 에이도스가 맡았다는 것도 특이하다. 서양게임 위주의 글로벌 차트에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다.

<삼국지> 게임을 뒤지다보면 드는 생각이, 참 종류도 다양하고 또 나오기도 많이도 나왔다. 그렇게 나왔는데도 또 나오고, 그러면서 또 즐겁게 한다. <삼국지>는 시대가 바뀌어도 새롭다. 적벽대전에서 조조를 놓아주는 관우의 행동에 안타까워하고, 장판교에서 어울리지 않게 지략을 펼치는 장비에게 당황하고, 아두를 단신으로 구출해온 조운에게 감탄하면서도 혀를 찬다. 저작권도 소멸된 지 오래니, 국내에서도 ‘쓸 만한’ <삼국지> 게임이 하나쯤 나와도 좋을 것 같다.박상우| 게임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