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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독립다큐멘터리의 활로는 어디에?

<국경의 작가들> 두 감독, 홍보 위해 관객에게 직접 호소… 대안적 배급시스템 필요

파리 생미셸의 한 작은 극장에서는 두달 전부터 <국경의 작가들>(Ecrivains des frontieres)이라는 영화가 상영 중이다. 매일 저녁 7시 상영이 끝나고 나면 관객은 이 영화를 만든 사미르 압달라와 호세 레이네스와 함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우리가 만든 영화가 좋았다면, 그것에 생명을 불어넣어주기 위해 이 포스터를 여러분들이 가는 곳에 붙여주세요.” 영화관람 뒤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가는 관객에게 압달라와 레이네스는 절실한 부탁의 말을 전한다.

텔레비전 채널이나 영화시장의 개입없이 만들어진 독립다큐멘터리로서 <국경의 작가들>은 파리 시내 단 하나의 극장에서 개봉한 뒤 한달 만에 4천명의 관객 수를 기록한다. 이러한 성공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일반 극장이나 멀티플렉스에서는 상영되기가 어려운 형편이다.

한편의 영화가 완성되기 위해서는 단지 만들어지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관객을 만나지 못한 영화는 완전한 것이 되지 못한다. 비디오로 촬영된 독립다큐멘터리와 극영화들, 규격화의 범주를 벗어난 내용과 형식을 지닌 영화들은 기존의 상영 및 배급 시스템 아래에서는 관객과의 만남의 기회를 가지기가 쉽지 않다. 예컨대, 35mm 필름의 포맷이 규격처럼 되어 있는 대다수 일반 극장들의 상영 시스템에 들어가기 위해서 비디오나 디지털로 제작된 영화들은 키네스코파주(kinescopage: 비디오 밴드를 영화필름 위로 옮기는 과정)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전체 제작비용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을 만큼 비용문제는 만만치 않은 과제이다. 설사 이러한 과정을 거친다 하더라도 영화의 내용이나 길이 또는 형식이 규격을 벗어난다면 여전히 그 영화는 관객을 만나기가 어렵다.

DV카메라와 디지털 매체의 대중화에 따라 소규모의 독립적 영화제작의 가능성은 급속히 늘어났고 독립적 제작 여건을 지닌 많은 시네아스트들이 다양한 대안적 작업들을 하고 있지만, 이러한 영화들이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서는 상영을 포함한 배급 시스템의 개혁이 필요하다. 현재 프랑스 내에서는 영화제(특히 리옹 뉴제네레이션영화제), 유토피아(Utopia)와 MK2의 독립영화 전용관, 다큐멘터리스트협회(Addoc) 등 여러 기관들이 규격을 벗어난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영화들을 위한 상영 및 배급 시스템(비디오 및 디지털 프로젝션)을 마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