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인터뷰
2001-06-15

“사랑이 가고 기억조차 사라진 다음의 느낌을 그리고 싶다”

허진호 감독은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 스스로 내뱉은 말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영화를 가두는 함정이 될까봐 아주 조금씩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낸다. 하긴 어떤 감독이든 미완의 작품에 대해 자세히 말로 설명하고 싶어하진 않지만 허진호 감독이 다른 점은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태도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를 본 사람이면 느끼겠지만 그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잡으려는 사람 같다. 죽음을

앞둔 남자에게 찾아온 예쁜 사랑이 어린 시절 뛰놀던 초등학교 운동장의 풍경과 겹쳐진 에는 ‘안타까움’이나

‘그리움’이라는 짧은 단어로 압축할 수 없는 어떤 느낌이 들어 있다. 인터뷰 내내 뭔가 더 많은 말을 할 듯하면서 멈추는 그의 모습을 보면

어떤 감정이나 정서를 특정한 어휘나 문장으로 표현했을 때 주는 불편함과 모자람을 카메라로 메우겠다는, 무언의 암시가 있는 듯 느껴진다.

지난 6월5일 <봄날은 간다> 3개국 투자조인식 직후에 그를 만나 이번 영화의 단면을 슬쩍 들춰봤다.

두 번째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까지 꽤 오래 걸렸다. 지난해 이맘때도 금방 촬영할 것처럼 말했는데.

이렇게 오래 걸릴 영화는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는지 잘 모르겠다.

시나리오 쓰는 시간이 많이 걸린 건가? <봄날은 간다>라는 제목은 비교적 일찍 정해졌는데.

본격적으로 시나리오를 쓴 기간만 5∼6개월쯤 걸렸지만 무슨 얘기를 할까, 찾아헤매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이번 영화의 아이디어는 언제 어떤 계기로 얻게 됐나?

믹싱을 하면서 작은 소리들이 들어가서 일으키는 효과에 주목하게 됐다. 이런저런 소리가

들어갔을 때 생기는 차이 같은 게 느껴졌고 그런 소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화를 하면 어떨까, 소리 채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데 그게 좀 복잡하더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직업도 아니고, 그런 사람을 만나기도 쉽지 않고. 그러면서 극중

인물의 직업을 잘못 선택하지 않았나, 중간에 그런 과정들이 좀 있었던 것 같다.

소리를 채집하는 사람, 사운드 엔지니어의 이야기를 한다는 데서 출발했다고 하지만 전체적인 틀은 러브스토리라고 볼 수 있는데 처음부터

사랑에 관한 영화를 한다고 전제하고 시작한 것인가?

본격적으로 연애하는 이야기를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있었다. 좀 빨리 만나고, 좀 빨리 사랑하고, 좀 빨리 같이 자고, 좀 빨리

헤어지고, 그러고 나서 잊어버리기 힘들어 하고 하는 그런 이야기, 그런 생각들은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것 같다.

사운드 엔지니어라는 직업과 그런 러브스토리의 연관성을 생각해봤을 것 같은데.

어떻게 연관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먼저 있었던 것 아니고. 그냥 주인공 직업이 결정되고 하고 싶었던 본격적인 연애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것이다. 스스로에게도 이게 어떤 연관이 있지, 라고 되물어보곤 했는데 답이 잘 안 잡히더라.

를 생각해보면 분명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의 남자가 사진사였고 이번엔

사운드 엔지니어인데, 말하자면 흘러가는 시간을 잡으려는 사람들이다. 사진을 통해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것이나 소리를 통해 지나가버리는 느낌과

정서를 담으려는 것이나 비슷한 태도를 지닌 것 아닌가 싶다.

그런 말을 음악감독인 조성우씨도 하더라(웃음).

<봄날은 간다>라는 제목은 어떤가? ‘봄날은 간다’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가 있다. 이걸 제목으로 택할 때는 만들고자 하는

영화와 맞아떨어지는 말이라는 느낌이 있어서일 텐데.

그랬던 것 같다. <봄날은 간다>라는 제목은 사이더스의 조민환 이사와 이야기하다 나온 것이다. 그때는 사운드 엔지니어인

남자가 결혼을 하려는 이야기였는데 노래 제목이어서 좀 부담스럽긴 했지만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힘들었던 건, 지금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봄날은

간다>에 봄이 나와야 되지 않겠느냐 하는 점이었다. 봄을 담으려면 촬영시기도 잘 맞춰야 하니까. 그래서 늦춰진 면도 있다.

겨울에 시작해서 봄에 끝나는 이야기인데.

겨울에 만나서 봄, 여름, 그리고 헤어진 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지만 다시 봄을 맞는 그런 설정이다.

단순히 이야기 배경이 그럴 뿐 아니라 그런 계절적 변화를 찍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계절 변할 때 좋지 않나. 봄이 올 때 좋고 여름 올 때도 좋고. 가을 올 때도 좋고, 영화에선 가을로 접어드는 건 안 보여주지만…. 주변에서

나오는 계절적 변화들이 사람들 감정이 변하는 걸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계절 변화가 재미있는 것 같다.

계절 변화를 담으려는 것 자체에서 시간이 흐르는 것에 대한 상념을 표현하려는 느낌이 든다. 남녀가 만나 헤어지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건 그런 흐르는 시간에 대한 생각과 정서가 아닌가 싶다.

계절 변화가 주가 된 것 같지는 않고 남녀의 이야기, 감정들을 잘 표현하기 위해 계절변화를 함께 담아보자고 생각한 것 같다. 그렇게

할 때 시간에 대한 어떤 느낌도 있을 것 같았고.

시나리오를 쓰면서 헌팅을 다닌 것인가? 장소 선택이 아주 중요한 영화인데.

시나리오를 쓰면서 여기저기 다녔다. 어떻게 강원도를 택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사운드 엔지니어와 여자가 만나야 하는데

어쨌든 말이 되게 만들어야 하니까 지방방송사 아나운서가 나오게 됐고,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처럼 지역의 소리를 찾는 프로그램을

하면서 사운드 엔지니어와 만나는 설정이 이뤄졌다. 서울에선 그런 일이 벌어지기 힘들 테고. 도움을 얻기 위해서 방송사 프로듀서들의 도움을

구했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도 있고 <한국소리 100선> 같은 프로그램도 있고. 담당 프로듀서랑 같이 며칠씩

소리 채집하러 다니기도 했다. 전문적인 일들이라 감을 잡기 힘들었기에 그런 작업이 필요했다.

사운드 엔지니어인 남자가 만나는 대상이 이혼한 적 있는 연상의 여자라는 설정은 어떻게 나온 것인가?

처음부터 연상, 연하 구조를 염두에 둔 것 아니었다. 이혼한 적 있는, 사랑했는데 헤어진 경험이 있는 여자라면 뭔가 삶에 대한 태도도 ‘뭐

그럴 수 있지’ 하는 모습일 거라 생각했다. 반면 남자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고 ‘어떻게 그럴 수 있나’ 하는 식이다. 그러다보니 여자

나이가 남자보다 조금 많은 걸로 설정됐다. 영화에선 구체적으로 연상, 연하라는 구조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데 기본적으로 배우들 나이도 있으니까

자연스레 드러나는 것 같다.

도 그렇고 주인공의 집이 한옥이다. 어린 시절 기억과 관련된 것인가?

이번엔 집을 찾는 게 힘들었다. 왠지 세트로 들어가는 건 싫었고. 연립주택이나 아파트는 닫힌 공간이라 실제로 촬영하는 게 너무 힘들 거

같더라. 좀 열린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옛날 집을 찾아다닌 건 아니다. 개조한 한옥 정도면 좋겠다 싶었다. 마루가

있어 마루에 앉아서 얘기하고 창문을 열면 밖이 보이는, 나무가 보이고 하늘이 보이는 그런 집이었으면 좋겠다 싶었다. 찍고보니까 주인공 남자의

집을 보면 같은 앵글로 찍어도 지루하거나 답답하지 않은 느낌이더라. 반면 여자의 집은 아파트라서 남자의 집과 상반된 느낌이다.

그런 한옥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나? 한옥에 대한 특별한 어떤 기억이 있는지?

다들 그렇지만 어렸을 때 그런 집에서 자라긴 했다. 김형구 촬영감독도 너무 옛날 식으로만 가는 거 아니냐고 하고 소품 담당도 옛날 물건들만

구해오는데…. 내가 그렇게 복고취향은 아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조금 오래된 것들을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

나는 왜 그럴까 생각해본 적 없나(웃음)? 나도 압구정동 같은 데서 영화 찍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왜 안 그러겠나? 매일 나는 왜 그럴까, 심각한 고민을 한다(웃음). 요즘 압구정동도 자주 가는데….

멜로드라마의 틀이긴 하지만 격렬하거나 폭발적이진 않다. 도 그랬지만 감정변화가 아주 잔잔하게 진행된다.

흔히 보는 멜로드라마가 운명적 사랑이나 격정을 강조하는 것과 대조되는 면이기도 한데, 실제 연애의 감정이라는 게 그렇게 잔잔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번 영화가 그렇게 잔잔하지만은 않다. 헤어지면서 겪는 감정의 동요나 집착이 표현된다. 사랑도 그렇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게 늘 하나가

아닌 것 같다.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거니까. 운명적 사랑 같은 것도 있겠지만 그런 게 전부는 아니고 연기자들에게 캐릭터의

감정을 설명해주면서 곤란함을 겪는 부분도 그런 거다. 이래서 이런 감정이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보통 대부분의 사람이 만나서 연애할

때도 그런 거 아닐까 싶다. 잘 설명이 안 되지 않나. 너랑 헤어지는데 그 이유가 못생겨서 그렇다, 게을러서 그렇다, 뭐 그런 식으로 정리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리고 그런 게 연기하거나 영화를 만들 때 더 재미있을 수도 있다.

남자의 가족을 보면 아버지는 상처했고 할머니도 혼자 산다. 다들 배우자가 없는 상태인데 어떻게 그런 설정이 나오게 됐나? 결국은

세 사람이 비슷한 어떤 상태라는 느낌이 든다.

할머니 부분이 특히 그랬는데 현재랑 너무 겹치는 게 아닌가 걱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애하고 헤어지고 하는 과정이 다 다른 거 같아도

또 다 비슷하다. 유행가 가사를 들어보면 다 자기 얘기 같이 느껴질 때가 있고. 그런 데서 오는 공통점이 아닐까 싶다. 이번에도 남자 주인공이

노래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아버지가 불렀던 노래를 부른다. 노래가사랑 영화내용이랑 비슷한 거 같다는 느낌도 들었고.

는 주인공의 죽음으로 끝난다. 이번 영화에선 할머니의 죽음이 나오는데 계속 죽음을 등장시키는 이유는

뭔가? 마치 우리 옆에서 죽음이 지켜보고 있지만 하나도 무섭거나 두렵지 않고 당연히 옆에 있어야 할 사람 같은 느낌이 든다.

주변의 누가 죽었을 때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다. 평소 생활할 때도 누군가 없어지면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드는 것 같고. 그랬을

때 감정이, 영화 만드는 데 에피소드로 많이 등장하기도 한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자꾸 집을 나와 기차역을 찾는 부분은 허우샤오시엔의 <동년왕사>를 연상시킨다. 단순히 설정이 비슷하다는

게 아니라 <동년왕사>나 <봄날은 간다>가 공유하고 있는, 시간에 대한 어떤 태도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그렇다.

<동년왕사>에서 할머니가 본토로 가려는 부분은 비슷하다. 할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만드는 게 어려웠는데 옛날에 대한 기억,

남편에 대한 기억을 찾아나선다는 점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나오게 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의 행동이나 모습을 보면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살면서 가족에 대해 애정을 느끼는

만큼 실망도 하고 증오하기도 하고, 그렇게 따뜻하게만 느껴지지는 않지 않나.

가족끼리 대화가 잘 안 되는 건 다 마찬가지일 거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그런 생각 들 때가 많은데 그러다가도 지쳐서 오랜만에 집에

돌아가면 조금씩 위안을 해줄 수 있는 것 같다. 친구가 해주는 위안이 아닌, 내용이 뭔지는 잘 모르고 하는 위안이 있지 않나. 그건 개인

경험에서 오는 걸 수도 있는데…. 실제로 부모님하고 같이 산다. 시나리오 쓰다 오랜만에 집에 들어오면 느끼는 편안함이 있다. 그런 건 쉽게

변하지 않는다.

오즈 야스지로의 조감독을 하던 이마무라 쇼헤이가 “일본에 더이상 오즈 영화의 여자 같은 여성은 없다”며 반발했다던데 아마 당신의

영화를 본 누군가는 “세상에 그런 가족이 어디 있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서로 아끼고 위하는 평화로운 가족 말이다. 어떤 답변을 할 수

있을까?

사회적 현상을 갖고 이야기하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거다. 어떤 통계를 들이대면 가족의 붕괴나 변화가 심각하겠지만 개인적인 차원에서

내가 느끼는 건 다른 거 같다. 내가 사회적 현상에 관심이 있어서 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서 그런 차이가 나오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선 오즈 야스지로 영화의 가족과 비슷한 점이 많다. 서로 위하는 것도 그렇지만 배우자가 없는 사람들이 가족 구성원이라는

점도 그렇고.

어떻게 그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랑 똑같은 얘기, 하는 거 아닌가 싶기도 했다. 와 같은지 다른지는 완성해놓고 봐야 알 거 같다.

영화형식에서 달라진 점은 없나. 카메라 움직임이 많아졌다거나 하는.

영화형식 면에서 달라진 점도 별로 없는 거 같다. 형식을 정해놓고 찍는 건 아니고 찍으면서 만들어가는 건데 여전히 움직임이 별로 없다.

소리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영화일 텐데 소리를 통해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 어떤 효과를 낼지 궁금하다. 에서

사진이 주는 느낌이 이번엔 소리로 재현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렇게까지 신경쓰진 못한 것 같고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소리가 될 거다. 오승욱 감독이랑 영화보러 갔다가 “우린 구석기시대 감독이야”라는

말을 한 적 있다. 요즘 워낙 대단한 테크닉을 보여주는 영화가 많아서 소리에 관해서도 굉장한 테크닉이 발휘된다. 물론 그런 점 때문에 이번

영화를 만든 건 아니다. 작은 소리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꼭 특별한 소리나 큰소리가 필요한 건 아니다. 그냥 둘이 소리 채집하러

갔다가 아무 말도 안 하고 소리만 듣고 있는 장면이 있는데 그런 것도 좋았다. 남녀가 그냥 그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연애감정이 생길 거

같다. 실제로 대나무 숲에서 나는 바람소리를 녹음하는 장면을 찍을 때, 그곳에 사는 한 아주머니가 “힘들 때 대나무 숲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편해진다”는 말을 했다.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고 영화에서도 그런 걸 담으면 되지 않겠나 싶다.

배우 캐스팅에 대해 묻고 싶다. 유지태, 이영애씨를 캐스팅했는데.

남자 주인공의 경우 부드러움과 맑은 느낌이 있었으면 했는데 유지태씨한테 그런 걸 발견했다. 여자는 어떤 사람일까, 상상했는데 잘 안 떠올랐다.

그러다 이영애씨를 만났는데 시나리오에 잘 표현되지 않은 어떤 느낌까지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몇 시간 동안 얘기했는데 잘 맞는 느낌이

들었다.

아버지로는 박인환씨를 캐스팅했는데.

박인환씨가 TV 인터뷰하는 걸 봤는데 좋은 느낌을 받았다.

패러디는 아닌가? 김지운 감독은 <반칙왕>에서 신구씨를 캐스팅해서 패러디를 시도했는데(웃음).

농담인 줄 알았는데 김지운 감독 인터뷰 보니까 정말이더라. 나도 패러디라고 해버릴까(웃음). 캐스팅하기 전에 김지운 감독한테 박인환씨

캐스팅하려는데 어떠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음악은 이번에도 조성우씨가 하는데 어떤 음악을 주문했나.

영화에 대해 가장 많이 얘기하고 날 아주 잘 아는 친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같이하기로 했다. 음악은 나중에 나와봐야 알 거 같다.

때는 ‘사진사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찍는다’는 모티브로 출발한 영화라고 말했다. <봄날은 간다>의

모티브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 어떤 인터뷰에 보니까 ‘할머니가 <봄날은 간다> 노래를 부른다’는 데서 시작한 영화라고 했던데.

모티브는 여러 가지다. 도 내가 어린 여자를 좋아해서 시작한 영화일 수도 있고(웃음). 물론 농담이지만.

할머니가 노래를 부르는 데서 시작한 것일 수도 있지만 어떤 여자를 만나서 헤어지기까지를 그리는 데서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둘이 만나서

뭔가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느끼는 걸 담아야 하는데 그게 어려운 부분이었다. 뭔가 사랑하는 것이 사라진 다음에, 기억만 남아있을 때 느낌,

기억조차 사라진 다음의 느낌, 이런 걸 담아보려 했다. 뭐랄까. 젊었을 때 고운 피부가 사라진 다음에, 뭔가 없어진 다음에 그것을 생각하며

느끼는 감정들, 그게 재미있지 않을까 싶더라. 아주 열정적으로 사랑하다가 헤어지면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느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달라지는데

젊었을 땐 실연하면 그런 느낌 겪지 않나. 그게 어떻게 바뀌는지, 나중에 돌이켜보면 어떤 감정이 남는지 그런 게 담겼으면 싶더라.글

남동철 기자 문석 기자 사진 손홍주 기자

▶ 베일벗는

<봄날은 간다>

▶ <봄날은

간다>는 어떤 영화

▶ <봄날은

간다> 한국·홍콩·일본 합작 투자금 회수, 걱정 안 한다

▶ <봄날은

간다> 허진호 감독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