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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 전성시대 [2]
이다혜 2004-10-15

개성이 몸부림치는 코미디 리그

<폭소클럽> <웃찾사> <개그 콘서트> 비교분석

성대모사, 슬랩스틱, 말장난. 이 세 가지로만 본다면 <폭소클럽> <웃찾사> <개그 콘서트>는 일견 차이점이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 장르의 원조 <개그 콘서트>가 인기 절정기의 코미디 방식에서 탈피해서 스스로의 개성을 찾으려고 몸부림치는 방식이 낳은 개그의 방식과 <개그 콘서트>를 카피한 듯 시작했지만 이제 기성 개그맨부터 신인들까지 모두 개성을 발견해서 ‘요즘 최고로 웃겨주는 코미디’가 된 <웃찾사>의 방식은 어떻게 같고도 다른가.

<폭소클럽> 기존 코미디들, 뭡니까 이게

● 방영시간 KBS2 월요일 밤 11시● <폭소클럽>이란? ‘성인들을 위해 시도되는 국내 최초 본격 스탠드업 코미디’라는 말에 걸맞게, 콩트와 개인기 위주의 기존 코미디의 틀에서 탈피한, 좀더 코미디언 개개인의 역량에 무게를 두고 ‘말’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개그가 주를 이룬다. 시사적인 코너가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 코너는 꼭 보자 <블랑카의 뭡니까 이게>-동남아 노동자 블랑카는 정말 동남아시아인 같은 피부색과 어눌한 말투로 한국인, 한국사회의 답답한 곳을 긁어준다. 마이너리티의 시선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을 감칠맛나는 말재주로 보여준다. / <정형돈 유세윤의 객석공감>-순서와 동작, 대사가 꽉 짜여진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 무대에서 보기 힘든, 그야말로 ‘애드리브 덩어리’ 개그다. ‘한가위’를 가지고 삼행시를 짓는 내용의 방송에서, 삼행시를 짓는 것은 두명의 코미디언이 아니라 객석을 메운 관객이다. 관객이 하는 말에 따라 두 코미디언의 개그가 달라지는데, 정형돈과 유세윤의 말 호흡은 때로 만담을 보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킨다.<웃찾사> 시청률 진짜 최고인 거야, 그런 거야?

● 방영시간 SBS 일요일 저녁 5시● <웃찾사>란? 방송 시간대를 몇번 옮기다 드디어 제자리를 찾은 <웃찾사>는 처음 시작할 때는 <개그 콘서트>의 카피 정도로, 그리고 심현섭, 이병진과 같은 <개그 콘서트>의 간판 코미디언 몇몇이 <웃찾사>로 적을 옮겼을 때는 ‘욕심 많은 경쟁자’ 정도로만 인식되었었다. 하지만 아직도 그렇게 생각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현재 최고의 시청률과 최고의 오리지널리티를 자랑하는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의 대표 주자이다. 사실 추천할 코너가 따로 없을 정도로 모든 코너가 톡톡 튄다.● 이 코너는 꼭 보자 <병아리 유치원>-영화 <토이 스토리>의 어린이 버전이라고나 할까. 어른이 있을 때에는 보통 어린이지만 일단 어른이 시야에서 사라지면 아이들은 진짜 자기 모습을 드러낸다. 셋뿐인 아이들이지만 위계질서가 분명하고, “형님, 요구르트 한잔 하시겠습니까?”라고 묻는 말투는 영락없이 아저씨의 것. / <그런 거야>-남자들의 군대 얘기는 언제나 똑같은 방식으로 반복되어온 술자리 레퍼토리다. <그런 거야> 역시 똑같다. 윗사람은 아랫사람을, 아랫사람은 그 아랫사람을 끝없이 ‘갈구고 갈구는’ 이야기다. 상투적으로 보이는 이야기로 박장대소를 이끌어내는 군복 입은 세 코미디언의 호흡이 돋보인다. “애인 있냐?”는 물음에 “네, 그렇습니다”라고 하면 “납치한 거야, 그런 거야?”라고 빈정대고, “없습니다”라고 하면 “도망간 거야, 그런 거야”라고 빈정댄다.

<개그 콘서트>/ 명실상부한 원조, 대∼단해요!

● 방영시간 KBS2 일요일 밤 8시50분● <개그 콘서트>란? <개그 콘서트>에는 낯익은 얼굴들이 많다. 원래 유명한 코미디언들이 다수 출연해서가 아니라 <개그 콘서트>를 통해 스타들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개그 콘서트>의 성공으로 타 방송사에서 유사한 방식의 정통 코미디가 시도되기 시작했다.● 이 코너는 꼭 보자 <대단해요>-식인종이 한끼 식사가 되어줄 사람에게 묻는다. “너 이름 뭐야?”, “죽일 거면서 왜 물어!”, “메뉴판 만들라고”, “대∼단해요”. ‘우비삼남매’로 인기를 얻은 권진영의 “대∼단해요”라는 말은 이미 유행어가 되었고, 이 코너는 여전히 발랄한 개그를 보여준다. / <사오정 친구들>-사오정이라는 말이 ‘말귀 어두운 녀석’이라는 말로 통하는 나라는 아마 한국뿐일 것이다. 이 코너에서는 “가습기 없어?”, “내 가슴 왜 봐?”, “가습기 크다”, “내 가슴이 원래 커”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사오정 개그’를 보여주는데, ‘말귀 못 알아듣는’이라는 천혜의 모티브 덕분에 매번 보는 사람을 웃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