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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 전성시대 [3]
이다혜 2004-10-15

<폭소클럽> ‘블랑카’ 정철규 인터뷰

“야심만만 나빠요∼, 지방에선 서태지”

어렸을 때부터 ‘조상 중 한명은 분명히 흑인이었을 것’이라는 말을 들어왔다는 정철규는 2003년 KBS위성TV의 <한반도 유머 총집합>에서 블랑카 캐릭터로 데뷔한 뒤, <폭소클럽>으로 자리를 옮겼다. 팬카페 회원 수가 5만명을 넘는다는 블랑카 코미디의 진수를 알고 싶은 사람은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시길. 블랑카 하이라이트 하나만 봐도 하루종일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을 것이다.

어디서 아이디어를 얻는가.<한반도 유머 총집합> 때 김웅래 선생에게서 “개그는 시사를 담아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뉴스가 가장 좋은 아이디어 창고이다.

블랑카 캐릭터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얻었나.3년간 군 대체복무를 위해 근무했던 산업현장에서 만난 동남아 근로자들로부터 블랑카라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방송을 보신 분들 중에 “외국인 노동자를 너무 선한 피해자로만 그린다”는 분들도 몇분 계신데, 동남아 노동자들이 어떤 상황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직접 봤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존경하는 선배 개그맨이 있다면.신동엽 선배를 존경한다. 주병진 선배의 토크쇼와 <이홍렬 쇼>도 즐겨봤다.

무대 위에서 긴장해서 떠는 설정이 ‘블랑카’의 캐릭터와 잘 맞아떨어진다. 설정인가.실제로 떠는 것이다. 블랑카와 내가 워낙 비슷해서인지 다들 설정이라고 생각하더라.

<폭소클럽>은 충실한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시청률이 낮다.방영시간대가 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폭소클럽>은 <야심만만>하고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야심만만> 방송이 되지 않는 지방에서는 블랑카가 더 잘 알려져 있어서 ‘지방 서태지’라는 별명도 있다.

방송시간 같은 외적 요소 때문에 다소 덜 알려져 있는데.초등학생들이 블랑카 흉내를 내며 지나가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어떻게 알고 있냐고 신기해서 물어봤더니 “<논스톱>에서 장근석이 하는 거잖아요”라고 하더라. 그런 때는 서운함을 느낀다. 길거리를 걷다가 내 앞에 가는 사람들이 블랑카 흉내를 내는 것을 몇번 본 일도 있다. 그런 때는 달려가서 “제가 블랑카예요”라고 하고 싶다.

<웃찾사> 박재연 PD 인터뷰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는 부가가치 높은 장르”

예능 프로그램 분야에서 17년간 일해온 박재연 PD는 2003년 12월부터 <웃찾사>를 지휘하고 있다. 6개월째 동일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웃찾사> 막후의 실력자인 셈.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야말로 ‘정통’ 코미디라고 말하는 그가 생각하는 <웃찾사>의 키워드는 단언코 “땀과 열정”이다. 박 PD는 인터뷰가 있던 방송 녹화 당일 미키마우스 셔츠를 입고 등장했는데, 리허설 도중 마이크가 옷에서 떨어진 강성범에게 “출연료에서 까”라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유머보다는 ‘호랑이 PD’ 같은 면이 엿보였다.

시청률이 높은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불경기 때문이라던가 하는 여러 분석이 있지만, 땀과 열정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어떤 프로보다 연습량이 많다고 자부한다. 녹화가 있는 날은 정식 리허설만 2번을 거치는데, 녹화가 끝난 뒤 다음 방송을 준비할 때 매일 오후 1시에 모여서 밤 11시, 12시까지 연습을 거듭한다. 버라이어티쇼의 경우는 MC들의 천재성이 빛나는 장르지만, 이런 식의 정통 코미디는 정직한 장르다. 마지막 한치까지 치밀하게 짜 있어야 하고, 투자한 만큼 거둘 수 있다. 신인들이 커리어를 시작하기 좋은 장르이기도 한데, 그래서 신인 구성이 많다. 신인이건 스타급 개그맨이건 계급장을 떼고 한다는 각오로 참여한다.

계급장을 떼고 한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성실함이 가장 중요하다. 비공개 버라이어티쇼를 드라마에 비유한다면 방청객 앞에서 하는 정통 코미디는 연극 무대에 비유할 수 있다. 이미 스타덤에 오른 코미디언들에게도 마음의 고향과 같은 곳이다. 부가가치가 매우 높은 장르이기도 한데, 신인 발굴이 거의 유일하게 가능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버라이어티쇼에서는 신인들이 카메라에 잡힐 기회를 얻는 것만도 힘들지만, <웃찾사>와 같은 방식의 공개 코미디에서는 신인도 스타급 개그맨들과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독립된 코너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관객의 취향을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인가.시청률뿐 아니라 방청을 온 관객의 피드백이 프로그램의 방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방송 한번에 1천명에서 1200명의 방청객이 입장하는데, 이들이 시청자 대표라는 생각으로 방송에 임한다.

미국 스탠드업 코미디와 한국형 스탠드업 코미디가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미국식 스탠드업 코미디는 단순하고 정직하게 관객과 승부를 본다. 그런데 한국식 스탠드업 코미디는 웃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아이템 차용이 불가능한 분야가 바로 코미디이다. 언어와 문화적 배경이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우리 코미디가 최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