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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슈퍼 사이즈 미> 윤광용씨 한달간 패스트푸드만 먹으며 부작용 체험
2004-11-01

16일째 패스트푸드만 먹었더니…

하루 세끼를 꼬박 패스트푸드만 먹는다면 우리의 몸은 어떻게 변할까. 패스트푸드 생체실험으로 화제가 된 영화 <슈퍼 사이즈 미>(Super Size Me)가 한국에서 제작돼 화제다. 생체실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주인공은 ‘환경정의 시민연대’ 상임활동가 윤광용(31)씨로, 16일부터 하루 세끼를 패스트푸드에 의존하고 있다.

<슈퍼 사이즈 미>는 모건 스펄론 감독이 직접 30일간 맥도날드 음식만을 먹으며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제작자인 모건 감독은 영화를 끝낼 당시 체중이 84kg에서 96kg으로 12kg 늘었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급상승했다. 모건 감독은 패스트푸드로 부작용에 시달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줘 전 세계인에게 충격을 안겨줬었다.

그렇다면, 윤광웅씨가 이런 무모하고 위험한 실험에 동참한 이유는?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을 직접 체험해 시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윤씨는 “다큐멘터리 제작 참여를 결심하기 전 미국에서 먼저 한 일(모건 스펄론 감독의 <슈퍼 사이즈 미>)을 왜 따라하느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모방은 했지만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으며, ‘패스트푸드 업체들의 오만한 자세를 고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두렵고 긴장됐다. 하지만…….”

“솔직히 패스트푸드를 한 달 동안 먹을 생각을 하니 두렵고 긴장됐어요. 모건 스펄론 감독의 <슈퍼 사이즈 미>를 봤는데,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더라고요. 충격을 받았죠. 하지만 실험 전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건강상태가 좋았고 딱 한달만 실험에 참여하는 거라고 위안하며 고통을 참겠다고 결심했죠.” 패스트푸드가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윤씨는 “평생 먹을 패스트푸드를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먹고, 몇 달 치료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이달 16일부터 실험에 참여했다.

그는 하루 매끼를 맥도널드나 롯데리아에서 나오는 패스트푸드로 해결하고, 중간에 1~2회씩 프라이드치킨 등으로 간식을 해결한다. 그는 하루 평균 3100kcal 정도의 열량을 섭취하고, 1만보 가량을 걷는다. “제 하루 섭취 열량은 권장치보다 조금 높지만 운동량은 일반 사람들보다 두배 가량 많다고 보면 되요.”

실험 참여 열흘째 그의 체중은 1kg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체지방은 3.5kg이나 늘었다. 근육이 오히려 지방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뜻이다. 실험 전 23이었던 간 건강 정도를 나타내는 효소수치는 정상치(43)를 넘어, 50까지 높아졌다. 심각한 간 손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울증 등의 조짐이 보인다는 진단도 받았다.

간 수치란? 간 기능을 진단하기 위해 쓰이는 것이 간 효소검사(AST, ALT/일명 GOT, GPT)다. AST, ALT는 간세포 내에 있는 효소인데 간세포가 망가지면 혈액 속으로 흘러나온다. 따라서 혈액에 이 두 효소의 수치가 높을수록 간세포가 많이 손상됐음을 뜻한다. 흔히 ‘간수치’라고 불리는 것이 바로 이 간 효소검사 수치를 말한다. 수치는 30IU/L이하가 안전하며, 간수치가 높아질수록 간의 기능이 저하됐다고 보면 된다.

“도대체 어떤 재료를 사용했기에 내 간이 이렇게까지 나빠졌는지 모르겠어요.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이 비만 유발이라고 할 때 체지방이 늘어난 것은 이해하지만, 간 수치가 심각히 나빠졌잖아요. 엄청난 양의 식품첨가물을 사용한다는 증거죠. 이런 ‘쓰레기’같은 음식을 자라나는 아이들이 먹고 있다니, 가슴이 아프네요.”

패스트푸드의 문제는 환경 뿐 아니라 고유 음식문화까지 파괴

“‘알아보고 싶다’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실험에 참여했지만, 직접 체험해 보니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네요. 의욕이 떨어지고, 짜증도 많이 나고.” 그는 요즘 우울증을 비롯 만성 피로와 무기력증에 시달린다. 스스로 “이러면 안 된다”고 달래보기도 한다. 최근에는 ‘안티패스트푸드’ 카페(http://cafe.daum.net/antifastfood)에 올라오는 음해성 글이 그의 짜증을 돋울 때도 있다.

“대부분 패스트푸드 업계 종사자들인 것 같다는 생각을 들어요. ‘환경단체가 왜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을 하느냐’부터 ‘다른 음식을 한달 동안 먹어도 지금과 같은 부작용이 올 거다’ 등등……. 하지만 그것은 패스트푸드 사업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이죠. 밥, 불고기, 김치를 열흘간 먹었다고 가정했을 때도 제 간이 이 정도까지 나빠졌을까요?”

그는 이번 실험을 통해 패스트푸드의 위해성과 관련 비만문제를 떠나 산업 전반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싶다고 했다. 우선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간대에는 무분별한 패스트푸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건강과 관련해서는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이 단지 몇 그램 포함됐는지 수치적으로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원산지 표시와 식품첨가물까지 공개하도록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엄청난 조미료가 패스트푸드에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공개되지 않고 있어요. 이는 패스트푸드점이 수십조 원의 경제규모를 갖는 거대기업이지만 현재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법적인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죠. 패스트푸드 점포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재료를 튀기거나 데우거나 해서 내놓을 뿐인데, 정작 재료를 공급하는 공장문제를 지적할 법이 없다는 거죠. 또 배출물의 환경파괴 문제나,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가 급속히 파괴되고 있다는 점 역시 패스트푸드의 부작용 가운데 하나죠.”

원래 고기를 좋아했지만 1년 전부터 채식을 실천해 왔다는 윤씨의 실험은 11월 12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만약 건강에 심각한 위험이 생겨 의사가 그만두기를 권유하면, 그 전에 실험이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자라나는 아이들과 환경을 위해서라도 “햄버거를 밥, 콜라를 된장찌개, 감자튀김을 김치라고 생각하며 끝까지 먹어보겠다”며 의욕을 불태웠다.

윤광용 씨와의 일문일답,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을 몸으로 알리고 싶었다

보름째 패스트푸드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데, 몸상태는?

패스트푸드를 먹고 난 뒤 화장실 가는 횟수가 늘었다. 지금은 하루 3번 이상 간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무거운 몸이 하루 종일 지속된다.

몸무게가 많이 늘어서 그런가.

일주일에 한번씩 진찰을 받고 있다. 몸무게는 1kg 늘었지만 체지방은 열흘 째 3.5kg 늘었다. 근육이 오히려 지방으로 전환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패스트푸드의 위해성을 말할 때 비만을 흔히 떠올리는데 닷새 지나서 간수치가 23에서 43(정상치)이 됐고, 열흘이 됐을 때는 50이 됐다. 심각한 간 손상을 가져온다는 얘기다. 지금 하루 열량 섭취량이 평균 3100kcal 정도고, 하루 1만보 가량을 걷고 있다. 성인평균 권장 칼로리가 2700~3000kcal인 반면 운동량이 일반인의 두 배로 폭식을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체지방이 늘고 있으니 문제 아닌가.

이 실험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환경정의에서는 5년째 대안먹거리 운동을 해오고 있으며, 4년 전 내가 이 단체에 들어올 때부터 식품 관련 업무를 했다. 처음 접했던 운동이기도 하고, 관심도 있어서 제안이 들어왔을 때 하겠다고 했다.

실험에 참여한 것을 후회하지는 않았나.

후회하지 않는다. <슈퍼 사이즈 미> 영화를 봤을 때 충격을 받았지만 감수했던 부분이다. 다만, 혼자서 음식을 먹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이때 오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패스트푸드를 ‘쓰레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인터넷카페에서 인신공격을 당할 때 오는 스트레스도 있다. 햄버거는 밥, 콜라는 된장국, 감자튀김은 김치라고 생각하면서 먹고 있다.

실험은 언제까지 하게 되나.

매주 월요이 병원에 가는데, 수치상으로 위험요소가 증가하면 그만둘 의사도 있다. 예정대로 한달을 채운다면 11월12일까지 하게 된다.

패스트푸드의 어떤 문제를 지적하고 싶었던 것인가.

비만문제를 떠나 패스트푸드 산업의 전반적인 문제점을 제기하고자 한다. 건강과 관련해서는 단백질과 지방 몇 그램이 포함됐다는 것이 아니라 재료의 원산지 표시와 식품첨가물 공개 등이다.

원산지 표시와 식품첨가물 공개라니?

패스트푸드에는 조미료가 엄청나게 들어갈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는 패스트푸드점은 수십조원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는 거대기업이지만 현재 휴게음식점으로 등록돼 있어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 아이들 텔레비전 시청 시간대에 무분별한 패스트푸드 광고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 자각이 완전하게 발전하지 않은 아이들이 광고를 보면 뉴질랜드에서는 패스트푸드를 먹지 못하게 하는 날을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환경파괴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미국은 국내에서 패스트푸드 붐이 불면서 햄버거 소비량이 급증하자 브라질 등 남미국가에 목장을 짓도록 유도해 고기를 충당해 왔다. 이 때문에 브라질의 경우 지구의 산소 25%를 공급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이 급속히 파괴되는데 일조했다. 또 패스트푸드 음식을 먹고 난 뒤 배출되는 쓰레기도 무시할 수 없으며, 패스트푸드로 인해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가 파괴된다는 점도 패스트푸드의 악영향 중 하나다.

패스트푸드 뿐 아니라 다른 음식을 한 달 동안 먹는다면, 편식 때문에라도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아닌가.

밥, 불고기, 김치를 매일 한식집에서 열흘간 먹었다고 가정해보자. 지금처럼 간수치가 나빠졌겠나? 아니라고 본다. 난 지금도 패드스푸드업체에서 웰빙제품이라고 선전하는 샐러드도 먹는다. 필수영양소가 골고루 들어가 있다면 이 정도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시도해보려고 한다. 라면하고 김치만 먹어도 내 간이 이렇게 망가질까…. 이 정도로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평상시 패스트푸드 음식을 좋아했나.

가끔은 먹었지만 좋아하지는 않았다. 환경정의에 처음 들어와서 경험한 것이 대안 먹거리 운동이었다. 특히 육식과 관련된 공부를 많이 하게 됐는데, 지난 1년간 채식만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현실이 채식을 용납하지 않더라. 아침은 집, 점심은 도시락을 먹었는데, 저녁에는 회식이 있거나 하면 채식만 고집할 수 없었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없나.

의도적으로 연출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우울증에 빠지고 매사 무기력해졌다. 의식적으로는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너무 힘들어질 것 같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최면을 건다. 신경질을 내기보다 기분을 좋게 가지려고 한다. 음식도 맛있게 먹고.

하루 일과는.

집에서 아침을 먹고 나와야 하는데, 아침식사를 패스트푸드점 개장시간에 맞추다보니 출근시간이 늦어지고 있다. 또 이 실험에 참여하면서 이와 관련된 여러 가지 일을 하다보니까 본연의 일은 다른 사람에게 50% 이상 넘겨졌다. 원래 내가 했던 일은 우리 단체에서 하는 일을 일반 시민들에게 알리고 홍보하고, 시민들이 우리 단체를 후원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고 있나.

독립영화 쪽에서 일하고 유정우 씨가 찍고 있다. 전에 우리 단체에서 일했었다. 우선 한달 동안 실험이 끝나면, 1차 편집을 할 거다. 그 뒤에는 내 몸이 회복되는 과정도 찍을 예정이다. 다큐멘터리를 빠른 시일 안에 완성해 인터넷 등을 통해 공개하겠다.

주변의 반응은.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위험한 일이다. 무모한 일이다”라고 걱정하면서도 먹거리를 변화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격려해 준다. 요즘에는 길거리에서 아는 척 하는 사람도 있고,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도 있다.

이 실험에 대해 언론보도가 많았다. 어떤 느낌이었나.

우리나라 기업의 문제점은 잘되면 무조건 확장하고 보는 것이다. 지금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패스트푸드 매장이 몇 개 주는 줄어든 것은 경기가 나빠진 것에 비하면 큰 타격도 아니다. 또 최근에는 웰빙제품이 나오면서 매출이 엄청나게 늘었다. 하지만 마치 안티패스트푸드 운동 때문에 패스트푸드 업계가 ‘휘청거린다’는 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안티패스트푸드 운동은 언제부터.

환경정의는 식품첨가물 등의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왔다. 햄버거를 비롯 분유의 문제도 다뤘다. 본격적으로 패스트푸드 산업이 갖는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한 것은 안티맥도날드운동 20주년을 맞는 올해부터다. 동네 음식점이나 중국집 등에 대해서도 대안먹거리 운동을 하라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다 하면 좋지만 3~4명의 인원이 막대한 자본을 가진 기업을 모두 상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몇 안 되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한다면, 지쳐서 포기하게 될 것이다.

현재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김치찌개다.

글, 사진=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