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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프랑스영화인가? 미국영화인가?

<베리 롱 인게이지먼트> 흥행 호조…한편 프랑스 정부 지원금 둘러싸고 법정 공방

지난 2001년 <아멜리에>로 프랑스영화 사상 최고의 흥행을 기록한 장 피에르 주네가 이번에는 1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신작 <베리 롱 인게이지먼트>(A Very Long Engagement)로 다시 한번 프랑스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10월27일 개봉 일주일 만에 약 17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프랑스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이 영화를 둘러싸고 법정 공방이 불거져 프랑스 영화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영화 개봉 10일째가 되는 지난 금요일(11월5일), 파리 행정법원에서는 주네의 새 영화 <베리 롱 인게이지먼트>에 대한 공판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독립영화제작자조합(SPI: 소규모 독립영화사들의 조합)과 독립영화제작자협회(API: Gaumont, UGC, Pathe, MK2 등 프랑스 주요 영화사들로 구성된 협회)는 이 영화에 수여된 프랑스 국립영화센터(CNC: Centre National de la Cinematographie)의 제작지원 승인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주네의 새 영화를 제작한 2003 프로덕션스는 외형적으로는 프랑스 국적의 독립제작사처럼 보이지만, 경영구조와 회사의 운영체계를 살펴보면 워너브러더스 프랑스가 프랑스와 유럽권 제작사에 주어지는 프랑스 정부의 공공지원 기금을 할리우드를 위해 사용하려고 만든 ‘트로이의 목마’라는 것이다. 문제의 영화사인 2003 프로덕션스는 회사 지분의 32%가 워너 브러더스 프랑스의 몫이고, 주주 중 상당수가 워너브러더스 프랑스의 직원들이기 때문에, 결국 이 회사는 허울만 있는 허수아비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러한 할리우드 제작사가 만든 영화에 주어진 프랑스 정부의 공공지원 혜택에 대한 적법성 여부에 이의가 제기되었다.

이러한 이의 제기에 대해 정부 담당검사는 “2003 프로덕션스는 전적으로 워너브러더스 프랑스에 존속되어 있으며, 따라서 프랑스 정부의 공공지원을 받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한편, 주네의 새 영화에 대해 지원 승인 결정을 내린 프랑스 국립영화센터는 “이 영화가 프랑스 문화에 기반하고 있는 것은 명백하며, 따라서 프랑스의 국익에 부응한다. 또한 프랑스 영토에서 프랑스어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프랑스와 유럽의 참여와 고용의 창출을 가능하게 했다”고 변론을 제기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11월 말에 내려질 예정이며, 프랑스 영화계는 판결의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프랑스 국립영화센터의 <베리 롱 인게이지먼트>에 대한 지원 승인이 적법한 것으로 판결되고, 500만 이상의 흥행을 기록한다면, 2003 프로덕션스는 앞으로 360만유로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지원 승인이 위법으로 판결될 경우, 이미 받은 지원금과 앞으로 받을 지원에 대한 새로운 결정이 내려질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프랑스의 영화지원정책에 있어 수혜 자격에 대한 좀더 정밀한 심사의 필요성을 시사해주는 한편, 프랑스 영화계의 할리우드에 대한 반감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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