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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류학의 거대한 실험장, <업 시리즈>

<업 시리즈: 7세, 14세, 21세, 28세, 35세, 42세> The UP Series: Seven Up, 7 Plus Seven, 21 Up, 28 Up, 35 Up, 42 Up

1964∼98년

감독 마이클 앱티드(<7살> 폴 아먼드)

상영시간 576분

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42세> 1.52:1 비아나모픽)

음성포맷 DD 2.0 영어

자막 없음

출시사 퍼스트 런 피처스(미국)

1964년 영국, 다양한 환경에서 선택된 20명의 아이들이 동물원에 모여 놀고 있다. 이중 14명이 <업 시리즈>에 참가했고, 시리즈는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진행된다. 그라나다TV에서 방영되는 <움직이는 세상>의 한 코너였던 <업 시리즈>는 계급과 사회구조가 개인의 미래에 끼치는 영향 그리고 다가올 영국의 모습을 진단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7년 단위로 진행된 시리즈에서 14명의 주인공(<42세>에선 3명이 빠졌다)은 가족, 친구, 애정, 교육, 계급, 타자, 부와 빈곤, 정치, 기회, 종교, 도덕, 꿈,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의 변하는 모습과 함께 죽음과 자녀 양육 같은 주제가 새롭게 등장한다. ‘스윙잉 런던’의 반대편에서 영국 기록영화의 전통을 따른 <업 시리즈>는 시간과 공간을 확대하면서 문화인류학의 거대한 실험장이 되어갔다.

<42세>에서 11명의 출연자는 ‘영국의 계급 시스템’과 ‘시리즈가 자신에게 끼친 영향’에 대해 질문 받는다. 전자에 대한 답변은 부정적이다. 대부분이 자신의 계급에서 벗어나지 못했으며, 이동의 기회 또한 제한적이었다. 상류계급의 아이들이 중년이 된 지금도 대부분 풍족한 생활과 사회적 지위를 누리는 반면, 중·하층계급 출신의 아이들은 그렇지 못했다. 혹자는 <업 시리즈>를 이론적 틀을 갖추지 않은,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기록영화로 친다. 하지만 시리즈를 진행한 마이클 앱티드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만을 원했고, <업 시리즈>의 또 다른 의미는 기록과 주인공 그리고 관객과의 관계에 있다고 보았다. 사실 관객은 주인공들만큼 <업 시리즈>와 그들의 모습으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는다. 불량소년 혹은 범죄자가 될 것 같았으나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는 토니, 외롭게 살던 농부의 아들에서 미국 대학의 핵물리학 교수로 변신한 닉, 남을 돕겠다는 어릴 적 꿈을 안고 옥스퍼드대학 졸업 뒤 빈민가학교의 선생으로 사는 브루스, 부서진 꿈과 부랑자의 삶을 뒤로하고 지역의회의 멤버가 된 닐은 각본 없는 드라마의 감동을 연출한다. 그리고 우린 모든 인간이 투쟁의 과정에 서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업 시리즈>는, 진정한 이야기는 진짜 인간으로부터 나온다는 걸 증명했다. <업 시리즈>는 영화가 인간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이다. 마이클 앱티드가 맡은 <42세>의 음성해설은 그가 <업 시리즈>를 소재로 쓴 책의 에센스와 같다. 시리즈가 이어지게끔 힘쓰겠다는 그의 말대로 내년쯤 <49세>가 등장한다면 우린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용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