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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영화 세트 건축은 상상력에 좌우된다”

영화 프로덕션 디자인의 거장 단테 페레티, 영화의 집 개관 전시 열어

오스카 후보에 일곱번이나 오르고, 마틴 스코시즈의 최근작 <애비에이터>(The Aviator)의 세트를 설계한 단테 페레티가 로마 영화의 집에서 지난 10월에 간담회를 가졌다. 영화의 집의 개관을 기념해 마련한 이 행사는 단테 페레티가 직접 그린 스케치가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간담회에는 영화의 집의 책임자 펠리스 라우다디오, 영화감독 프랑체스코 로시, 엘레타 출판사의 가브리엘레 루치를 비롯, 이탈리아 영화감독과 배우, 제작자들이 대거 참석해 그의 명성을 입증해주었다.

올해 예순한살의 단테 페레티는 지난 30년간 영화 세트 설계와 제작에 몸담으며, 이탈리아 영화사뿐 아니라 세계적인 영화 세트 건축가로서 주목받아온 인물이다. 파졸리니의 <메데아>는 그에게 영화의 길을 터주었고,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살로 소돔의 120일>까지 이어졌다. 그 이후 펠리니와도 <여자들의 도시>(La Citta` Delle Donne), <달의 목소리>(La Voce Della Luna) 등 다섯 작품을 함께했다. 그외에도 마르코 벨로키오, 엘리오 페트리, 세르조 시티, 릴리아나 카바니, 마르코 페레리, 에토레 스콜라, 프랑코 제피렐리 등 이탈리아 영화사의 중요 감독들과 작업해왔다.

그중에서도 파졸리니는 그를 영화로 인도하고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 “그는 미술가다. 그는 미술에서 힌트를 얻어 영화를 만들곤 했다. 그런 그에게서 예술적인 안목을 배울 수 있었다”고 페레티는 회상했다. 펠리니에 대한 추억도 남다르다. “그는 몽상가이다. 꿈을 꾸는 사람이다. 펠리니는 잠을 조금밖에 자지 않았다. 항상 눈을 뜨고 꿈을 꾸곤 했다. <여자들의 도시>를 만들 때 펠리니가 내게 물었다. ‘남자들은 어디에서 자위행위를 하지?’, ‘침대에서’, ‘그러면 큰 침대를 만들자’, 이렇게 해서 큰 침대가 탄생한 것이다.”

영화의 집의 운영 책임자인 펠리스 라우다디오는 단테 페레티에 대해 “느낌이나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내고, 이를 살아 있는 건축물로 설계해 영화의 배경을 만들고, 시나리오에서 받은 느낌을 스케치해서 건축으로 제작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또한 “시간과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하여 죽어 있는 배경을 살아 있는 건축물로 설계, 제작하는 사람”이라고 단테 페레티를 평했다.

단테 페레티는 그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나는 아주 긴 여행을 했다. 이 긴 여행에서 내가 경험한 것은 영화 세트 건축은 ‘상상력’에 좌우된다는 것이다. 세트 제작가가 먼저 할 일은 충분한 자료를 모으는 것이고, 나머지는 상상력이다. 개인적인 경험이 영화 제작에 많은 도움을 주었고, 내 상상력을 믿어준 감독을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그는 자신이 거장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과 감성이 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상상력의 기본은 잘 갖추어진 원본을 보고 나름대로 해석하는 것이다. 제대로 분위기를 잡아내는 것이 훌륭한 창조의 밑거름이며, 거기에 관점을 부여해 재구성하는 것이 다름 아닌 영화 세트 건축가가 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단테 페레티는 1986년 장 자크 아노의 <장미의 이름>을 시작으로, 이탈리아 밖으로 눈을 돌려 활동하기 시작했다. 3년 뒤 테리 길리엄의 <바론의 대모험>의 세트를 맡아 처음으로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다. 이 밖에 닐 조던의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앤서니 밍겔라의 <콜드 마운틴>도 그의 대표작들이다.

<카지노>부터 인연을 맺은 마틴 스코시즈와는 <쿤둔>을 비롯, <순수의 시대> <갱스 오브 뉴욕>을 함께했고, 최근에 제작된 <애비에이터>에도 참여했다. 마틴 스코시즈는 단테 페레티의 책 <영화 건축의 예술>에 서문을 쓸 만큼 그의 작품세계에 매료돼 있다. “모든 영화는 함께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한 영화들은 내게 귀중한 선물이었다. 살아 있는 우주, 이 안에는 무수한 공간이 있고, 그 공간들이 서로 교차하고 있다. 그리고 이 우주는 같은 시간 속에 있다. 그의 작품은 이 우주 속에 밀도있는 아름다움을 만들어낸다. 단테가 모로코 사막에서 <쿤둔>을 위해 티베트 건물을 짓고, 로마의 치네치타에 <갱스 오브 뉴욕>의 파이브 포인트 거리를 만들어냈을 때 나는 그것을 ‘기적’으로 여겼다.” 또 단테 페레티의 프로 정신에 대해 “작품마다 무한한 능력을 펼쳐 보이며, 자기 분석이 날카롭다. 창작을 위해 끈기있게 몰두하고 예리한 직관을 갖고 있다”고 평하며, “그가 예술적인 감성과 능력을 발휘해주지 않았다면, 나도 원하는 영화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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