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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중국은 티베트를 박해해? 아니, 사랑해!

신예 감독 루추안의 환경영화 <커커시리>…중국영화계의 총애 속에 장기 상영

지난 10월 초 개봉해, 장이모 영화가 아닌 중국영화로는 이례적으로 한달여 넘는 장기 상영을 기록하며 중국 영화계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영화가 있다. 지난 10월31일 폐막한 도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더욱 큰 화제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 영화는 현재 중국 내에서 6세대 이후 가장 촉망받는 베이징영화학교 출신의 신예 루추안의 신작 <커커시리>(可可西里)다. 실화를 바탕으로 중국 내에서도 생소한 티베트족의 생활과 문화를 소재로 환경보호의 메시지까지 담은 <커커시리>를 두고 이 곳 언론 매체에서는 마치 기다렸던 중국영화가 이제야 나왔다는 식의 보도를 앞다투어 하고 있다.

단 두 작품으로 큰 대접을 받고 있는 삼십대의 루추안 감독은 베이징영화학교 감독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2년 전 자신의 시나리오로 완성한 데뷔작 <잃어버린 총>(Missing Gun)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은, 이곳 영화계 입문의 정규 코스를 밟은 감독이다. 당시 장원의 주연 및 제작 참여로 화제를 모았고 베니스영화제 등 수많은 해외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은 <잃어버린 총>은 비교적 순조롭게 차기작 <커커시리>의 제작에 착수할 수 있게 한 밑바탕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미국 컬럼비아사 자본으로 완성한 이 영화의 제작과정은 준비단계만큼 순탄치는 않았다. 오지나 다름없는 티베트 산악과 황량한 사막 지역에서의 기나긴 촬영은 밀렵군들로부터 티베트 영양들을 지키는 영화 속 주인공인 순찰대원들의 삶만큼이나 험난했다. 비전문배우 기용, 다큐멘터리적 촬영 방식, 실화에 근거한 인물과 사건 등 루추안의 이번 신작은 전작 <잃어버린 총>과는 전혀 다른 스타일로 완성되었다.

현실적인 소재와 살아 숨쉬는 인물들에 반해 순찰대원들과 밀렵군들간의 쫓고 쫓기는 전형적인 장르영화의 구조를 차용한 <커커시리>가 중국 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이유는 물론 해외영화제의 수상과 근래 제작된 자국영화와 비교해 높은 완성도가 큰 작용을 했지만, 애타게 새로운 피의 수혈을 기다리며 침체일로를 걷고 있던 중국 영화계의 과대 포장이 아니겠느냐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6세대 지하전영 세대 이후 영화법 개정, 시나리오 심사 제도의 완화, 상영 금지 영화들의 잇단 해금 등 아직 완벽한 창작의 자유를 보장하지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변화를 모색하며 중국영화의 위상을 높여줄 새로운 영화 세대의 출현을 목말라하는 중국 영화계에서 루추안 같은 감독은 가뭄 끝에 단비 같은 존재인 것이다. 혹자는 <커커시리>를 일컬어 ‘위대’한 영화로까지 추켜세운다. 목숨을 바쳐가면서까지 영양을 지키려는 순찰대원들의 모습에서 숭고하고 위대한 면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루추안이 자신있게 말하고 있는 티베트인들의 삶과 문화는 결국 영화 속의 관찰자인 베이징 기자의 시선처럼 이방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티베트어로 ‘푸른 산척’을 뜻하는 <커커시리>는 12월4일 열리는 대만 금마장영화제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등 주요 5개 부문 후보 지명을 받았다. 대륙 영화인들의 총애를 받은 <커커시리>가 대만 영화인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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