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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온 TV [2] - <윌&그레이스>
김도훈 2004-12-02

게이 남자친구는 최고의 ‘여자’친구?! <윌 & 그레이스>

Key Point l 이성애자 여자+동성애자 남자들=최고의 파트너≤시트콤의 여왕

잭: 대부분의 사람들은 날 처음 보고서 내가 게이인지 눈치채지 못해. 윌: 잭. 눈먼 사람들도, 귀가 안 들리는 사람들도 니가 게이인지 알아. 죽은 사람들도 알아. 잭: 그레이스! 니가 날 처음 봤을 때 내가 게이인지 알았니? 그레이스: (고개를 끄덕이며) 우리 강아지는 알고 있었지.

<윌 & 그레이스>는 그리 낯선 이름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7번째 시즌이 방영되며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NBC의 간판 프로그램이며 국내에도 이미 시즌3까지 방영되어 다수의 팬을 지니고 있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번에 방영되는 것은 4번째 시즌이다). <프렌즈>에 조금도 뒤떨어지지 않는 북미에서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왠지 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는데, ‘게이 남자친구’를 최고의 연애 상담가이자 조력가로 여기는 그쪽 여자들의 사고방식을 한국의 여자 시청자들에게도 요구하기는 아무래도 무리일는지도 모른다. 어디 주위에서 손쉬운 게이 친구 하나 찾기가 그리 쉬운 일이던가.

<윌 & 그레이스>는 제목처럼 ‘윌’과 ‘그레이스’의 이야기다. 윌은 맨해튼에 사는 성공한 변호사 게이, 뭔가 나사가 하나 풀린 듯 정신없는 여자 그레이스는 윌과 한 아파트에 사는 이성애자 인테리어 디자이너다. (아주 가끔식 양념처럼 등장하는 괜한 억지 에피소드들을 제외하면) 아무런 성적 긴장감 없이 절친한 인생의 친구이자 조력자로서 살아가는 두 사람.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두명의 웃기는 ‘물건’들이 있으니, 윌의 게이 친구인 배우지망생 잭과 그레이스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괴짜 사교계 부인 카렌이 포복절도의 순간들을 낳는 <윌 & 그레이스>의 숨은 공로자들이다.

열광적인 북미 시청자들의 반응은 네명의 주인공들을 새로운 ‘게이 아이콘’의 위치로까지 승격시켰다. 물론 스테레오 타입화된 이성애자들의 게이 이미지를 그대로 써먹는다는 비난이 쏟아졌던 것도 당연지사. 그러니까 ‘이성애자 여자들을 위한 절친한 무성(無性)친구’로서의 게이 스테레오타입을 그대로 코미디의 소재로 써먹는다는, 정치적으로는 공정하고 감성적으로는 뻣뻣한 비난이었던 게다. 사실 윌은 제대로 된 남자 연인을 만나서 알콩달콩 살기보다는 언제나 연애에 실패해 울어대는 그레이스를 위한 친구 역할에 충실하다. 하지만 그게 뭐 대수랴. 어쨌거나 여섯명의 이성애자 친구들이 번갈아가며 섹스하는(게다가 애까지 낳으며 끝이 난) 이성애자 판타지 시트콤에 비한다면, <윌 & 그레이스>는 진심으로 우리 세대 가장 ‘웃겨주는’ 미국산 시트콤의 왕, 아니 ‘여’왕의 자리에 손색이 없어 보인다. 어째 <퀴어 애즈 포크>를 남자친구나 부모님과 함께 시청하기 꺼림칙한 사람에게도 <윌 & 그레이스>는 최선의 선택이다. 정신없이 웃다보면 성적 취향에 상관없이 인류는 하나가 되는 법.

레즈비언 드라마 <엘 워드>(The L Word)

레즈비언의 다양한 삶을 알려주마

국내에서 방영이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P2P’에서 최고의 다운로드 횟수를 자랑하는 미국 드라마 중 하나가 <엘 워드>다. 게이들의 삶을 다루는 소프 오페라 <퀴어 애즈 포크>의 인기에 힘입어 케이블 방송 <쇼타임>에 의해 제작된 이 드라마는 LA에 살고 있는 중산층 레즈비언들의 삶을 다양하게 다룬다. 게이 커뮤니티에서도 주변자로 전락하기 쉬운 레즈비언들의 삶들(입양과 결혼, 양성애자 문제, 이성애자 커뮤니티에서 살아남기)을 얽히고 설킨 플롯에 품고, 비교적 노출이 강한 섹스신의 양념까지 골고루 뿌리는 솜씨가 나쁘지 않다. 까놓고 말하자면, 레즈비언 섹스 판타지를 가진 이성애자 남자들에게도 꽤 인기가 있을 법한 드라마. 아직까지 미국에서도 시즌1만이 방영 종료된 상태이므로 차후 전개가 어떤 식으로 되어나갈지는 미지수다. <퀴어 애즈 포크>처럼 늘어지는 소프 오페라의 함정에 빠지지만 않는다면 가능성은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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