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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특집] 2004년의 얼굴 - 문근영

“나이에 맞게 살아야 예쁜 거 같아요”

문근영이 말하는 2004년의 문근영

● 2004년 활동 명암

올 한해 인기도 얻었지만, 무엇보다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얻었어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기에 대한 열정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장화, 홍련> 때는 그저 감독님의 말씀대로 하면 됐으니까. 그런데 <어린 신부>를 하면서 비로소 내가 어떤 것을 보여주고 어떤 연기를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러고나니까 연기라는 게 머리 아프고 어려운 거라는 걸 알게 됐죠.

잃은 게 있다면 그건 아마 시간일 거예요. 나를 돌아볼 시간도 없어졌어요. 아, 이럴 때일수록 더 오래 생각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으니까…. 지난해만 해도 학교에도 자주 가고 하늘도 자주 쳐다보고 했는데,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나네요. 그리고 친구,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없으니까 너무 아쉬워요.

● 나이, 지금보다 적거나 많거나

열일곱, 열여덟, 제가 지금 모호한 선에 서 있잖아요. 근데 요즘 들어 성숙하고자 하는 욕망이 생긴 것 같아요. 구두도 샀어요. 예전에는 한번도 구두를 신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늘 운동화만 신고 다녔는데, 이상하게 구두가 신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굽도 있고 여성스런 느낌의 구두를 샀어요. 그런데 <어린 신부>로 절 좋아하신 분들은 제가 성숙해 보이기는 게 싫은가봐요. 그냥 어린아이로 머물기를 바라는 것 같더라고요. 하긴, 언젠가 한번 화보를 여성스럽게 찍은 적이 있는데, 예쁠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안 어울리더라고요. 그러고보면 엄마, 아빠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나이에 맞게 사는 게 가장 예쁘고 어울리는 것 같아요.

● 이미지, 실제와의 간극

저를 귀엽고 깜찍하게 봐주는 것은 <어린 신부>의 영향인 것 같은데요, 그런 이미지가 고정되는 건 싫어요. 그전에는 그런 이미지가 없었던 것 같아요. 광고도 거의 안 들어왔거든요. 그런데 <어린 신부> 이후로 CF 제의가 많이 들어오는 걸 보니 제 이미지가 너무 상품화되는 것 같아서 좀 싫을 때도 있어요. 똑같은 행동을 해도 그전에는 귀엽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는데…. 모르겠어요, 어쩌면 내가 변한 건지도….

● 인기, 그 원인을 가늠한다면

제가 정말로 인기가 있는 건가요? 하긴 행사장 같은 곳에 가면 너무들 좋아하니까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그런 분들을 보고 있으면 나의 어떤 점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지긴 해요. 아마도 어려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해요. 상대하기 어렵진 않으니까. 오빠들도 제가 여성적이지 않으니까 오히려 부담을 안 느끼는 것 같아요. 귀여운 여동생 느낌으로 좋아하는 것 아닐까요.

● 영화, 몸 풀기, 맛 들이기

영화나 드라마나 CF나 촬영을 한다는 데서는 별 차이가 없는데, 영화는 가장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알다시피 드라마나 CF 촬영장에 가면 긴장하게 되고 바쁘잖아요. 영화현장은 그런 느낌이 없고 편해요. 가족적이고. 그러니까, 촬영 도중에도 영화가 있는 느낌 있잖아요. 영화를 찍고 나면 두편의 이야기가 마음속에 남는 것 같아요. 하나는 영화 그 자체의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를 찍는 과정의 이야기 말이에요.

● 연기, 그 시작의 이면

초등학교 3학년 때 학교에서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를 연극으로 했는데, 다른 친구들과 연극으로 어울리는 것도 좋았고 나를 보여주는 것도 좋았어요. 그때부터 엄마를 졸랐어요. 연기학원에 보내달라고. 근데 엄마는 ‘광주 촌년이 무슨 배우냐. 꿈도 꾸지 말아라’ 하고 반대하셨어요. 그런데 그때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출마하셨을 땐데, 엄마는 그분이 대통령이 되지 못할 거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일종의 내기를 하게 됐죠. 만약 김대중 후보가 되면 연기학원 보내준다고. 그래서 김대중 후보가 당선되기를 어린 마음에 무척 빌었어요. 선거가 뭔지도 몰랐는데. (웃음)

● 선행, 아무도 모르게

저는 잘 몰라요. 그저 엄마가 누굴 도와주자, 그러시면 저는 예, 하는 거죠. 좋은 일을 한다는 게 도움받는 분들에게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도움을 주는 사람까지도 행복하게 해주는 일인 것 같아요. 예전에 엄마가 어디에 도움을 주자고 하셔서 그러자고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거기 계신 분들이 제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주셨는데, 도리어 제가 굉장히 행복했어요. 뭐 대단한 일을 한 사람처럼. 왜 좋은 일 하는 걸 숨겼나고요? 쑥스럽잖아요. 큰일도 아니고 약간 도운 것뿐인데 꼬마가 했다고서 부풀려지면 쑥스러워서. 그런데 세무신고 때문에 알려져서…. (웃음)

● 미래, 모델 혹은 목표

없었어요. 욕심이 많아서 그런지 모든 선배들에게서 좋은 것을 다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그런데 황정순 할머니가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장에서 공로상을 받고 소감을 말씀하시는 것을 본 뒤 처음으로 모델이 생긴 것 같아요. 나도 80살이 돼서 저기 위에 올라서서 소감을 말하는 모습 말이에요. 사실, 그때 내가 앞으로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면서 흔들리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거짓말같이 황정순 선생님의 열정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마음이 바로 바뀌었어요.

● 2005년

고3이 되는데 일을 아예 안 하자, 는 생각이에요. <어린 신부> 이후로 인터뷰니 광고니 바빠졌고, 서울에 올라와 살게 됐는데 아무래도 내년에는 공부를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렇다고 은퇴, 이런 건 아니고. (웃음) 활발한 활동을 잠시 못한달까, 그런 거죠. 조금씩이야 활동은 하겠죠. 다음 작품을 잡지 않았어요. 제가 공부하겠어요, 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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