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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짓, 이제 우리 헤어져,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

투덜양,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을 보고 쓴 결별 편지

이제 우리 헤어져. 사랑이 어떻게 변하냐고 말하지마.

2년 전 네가 잘 나가는, 게다가 키 크고, 잘생기고 심지어 정치적으로 올바른 변호사와 본격적인 연애질 시작을 선언했을 때 물론 나, 배 아팠어. 그래도 너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았었다고. 그때 우리의 슬로건이 뭐였는지 너도 잘 알 거야. 그냥 ‘결혼으로 일어서자’가 아니라 ‘한명이라도 결혼으로 일으켜세우자’였잖아. 친구 잘 둬서 호강해보자는 게 우리 ‘성숙(나이 많고!)하고 여유(시간 남아돌고!)있는 커리어우먼(그래도 직장은 있다고!) 연대’의 설립 취지였던 거 기억하지? 우리의 30평대 아파트 소유주에게 회원 시집보내기 운동에서 유일하게 성과를 거둔 너에게 우리는 모두 아픈 배를 의연히 견디며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고. 근데 너 브리짓.

어떻게 너 갈수록 상태가 그렇게 안 좋아질 수 있니. 2년 동안 살 못 빼고 술, 담배 못 끊은 거야 그냥 그렇다치자. 거야 우리 중 아무도 해낸 사람이 없으니. 영계들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살아남는 방법으로 채택한 품위와 교양은 도대체 어디 해외출장이라도 간 거야? 영계들의 외모 경쟁력에 주눅들기 시작하면 스스로 용도폐기를 인정하는 바와 다름없다고 우리 얼마나 많은 밤을 손잡고 맹세했었니. 근데 뭐야. 고작 여자 인턴 사원의 등장에 사시나무 떨듯 흔들리기 시작하다니. 더 기분 나쁜 건 네가 생각했던 위기의 순간, 친구들에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았다는 거야. 친구가 뭐니. 친구는 그런 경쟁자가 나타났을 때 본인 손에 피묻히지 않고 테러하는 데 써먹으라고 있는 거 아냐? 네가 진작 연락했으면 그 젊고 예쁜 지지배, 우리가 깔끔하게 제거할 수 있었는데 너는 최악의 길을 선택했더구나. 남자한테 약점이나 잡히는. 소중한 친구들은 완전 카메오 수준으로 밀어놓고 말이지. 애인 생겼다고 친구 버리는 건 어린애들이나 하는 짓이야. 걔네들이야 복구 가능한 시간이 남아 있잖아. 삼십대 중반에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네 말대로 나중에 반쯤 썩은 시체로 고양이한테 발견되기 딱 좋은 조건 된다고.

네가 연락 안 했다고 헤어지자고까지 말할 나, 아니야. 난 네 한심스러운 회사생활을 보면서 정말 결별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어디 가도 개무시당하고, 항상 상사, 동료 뒷담화로 시간보내면서도 한번 열심히 살아보겠다고 노력했던 너는 어디 갔니. 게다가 말끝마다 ‘남자친구, 인권변호사’를 붙이며 ‘이래서 여자는 안 된다’라는 남자 꼰대들의 손을 들어주는 네 모습은 우리에게 남아 있던 연대감을 완전히 끊어버렸어.

브리짓, 그래도 마크랑 잘돼서 결혼하길 바래. 잡은 봉 놓치지 않는 것도 훌륭한 미덕이야. 다만 결혼했다고 남편 바람, 애 교육 걱정하는 지리멸렬한 이야기 들고 다시 돌아오지는 말길 바래. 그러면 정말 미워할 거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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