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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기자클럽] 한국영화, 세계로 가려면 안정된 시스템과 충분한 인력 필수

12월17일 영화진흥위원회의 ‘해외배급용 한국영화 제작의 국제적 표준화 포럼’에 참석하면서 지난 5년간 한국 영화업계가 거듭한 발전이 다시금 떠올랐다. 우린 ‘한국영화 붐’을 얘기하지만 사실상 두개의 붐이 있었다. 국내시장에서의 자국영화 인기폭증과 더불어 국제무대에서 일어난 더욱 진기한 변화가 그것이다. 영화제 상영과 해외 세일즈, 세계 영화계 참가의 전체적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졌다. 이렇게 빠른 성장은 큰 이득을 제공하는 동시에 또한 엄청난 난제를 제시하기도 한다.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겠지만 필자는 한국 영화업계를 그릴 때 굉장히 빠른 파도를 타면서 그 뒤를 모는 기세를 통제하고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애쓰는 서퍼가 떠오른다.

한국 영화업계는 국내 붐에는 준비가 잘된 것 같고, 아마 한국에서 흥미로운 영화가 만들어지는 한 그 붐은 계속될 것이다. 그런데 이 업계가 국제 붐의 파도를 탈 수 있는 능력은 훨씬 더 위태로워 보인다.

한국영화가 세계에 걸친 극장 스크린, 텔레비전, DVD 플레이어에 더욱 퍼져나갈 수 있는 가능성은 확실히 있지만, 그러려면 영화인들에게 영감과 창의성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자재, 더 많은 인력, 그리고 널리 행해지는 제작방식에의 변화와 같은 실제적인 요소가 요구될 것이다. 영진위 포럼에서 발표자들의 얘기를 들으니 업계의 어떤 부분들은 이미 심한 무리를 겪고 있음이 명백했다. 한국영화들이 가공과정의 재료 흐름의 관리나 인력부족과 같은 평범하게 실제적인 요소들 때문에 해외에서의 잠재 가능성을 실현시키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일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영화를 구매하는 많은 해외 회사들은 필요한 선재를 한국에서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유럽 DVD사들은 PAL 방식으로 영화 사본을 받아야 하는데, NTSC 방식을 쓰는 한국은 고품질 사본을 제공할 수 있는 기자재가 없다. 자막 대신 더빙을 사용하는 나라의 배급사들은 (대사없이) 음악과 효과음만 있는 사운드트랙 사본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한국 제작사들은 이런 걸 미리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건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해외 영화사들이 첫 한국영화를 구매했을 때 이런 불편을 겪고 나면 다시 구매할 리가 없다.

한편 국제영화제들은 한국영화 상영에 굉장한 관심을 보이지만, 가용 자막 프린트가 부족하거나 (더 많은 경우) 한국에 있는 직원들이 모든 요청을 처리할 수 있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많은 경우 상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한국영화의 전체적인 관객 수가 줄어든다. 종종 영화업계에서 일하는 모든 이가 극도의 피로상태가 되도록 과로에 시달리는 것 같다. 인력이 많으면 한국영화는 더 많은 관람자를 얻을 것이며 더 효과적으로 팔리고 마케팅할 수 있겠지만 영화사와 정부는 붐을 따라가는 데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몇년간 한국은 국제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에 뒤지지 않기 위해 많은 자원을 동원해왔다. 한 가지 예로, 1998년 영진위 해외진흥부는 상근 직원이 3명밖에 없었지만 현재는 8명의 상근 직원과 4명의 상근 인턴이 있다. 그렇지만 한국이 이 정도 수준의 발전을 계속하려면 아직 더 많은 트레이닝과 인력과 기술이 필요하다. 기자재와 인력 투자의 필요성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더 큰 도전이 될 것은 업계에 성행하는 태도와 업무 방식을 바꾸는 것이 될 수도 있다. 한국영화가 다양한 포맷으로 세계를 누비는 지금, 국내 회사들은 훨씬 더 복합적인 요구를 받게 됐다. 한국 제작사들은 영화가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초기 기획단계부터 해외에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마케팅하고 팔지에 대해 고려해야 할 것이다. 포럼에서 발언한 사람 중 많은 이는 한국의 정신없는 제작 페이스가 느려져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 기술 전문가들은 한국영화들이 거치는 후반작업의 속도에 종종 충격을 받곤 한다. 영화사들이 호흡을 가다듬고 속도보다 품질과 완성도에 초점을 맞춘다면 한국영화의 미래 잠재력에 이득이 될 것이다.

달시 파켓/ <스크린 인터내셔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