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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 진짜 DVD세상으로 바뀌긴 한 거야?
2001-06-29

DVD가 영화관람 패턴에 끼친 영향

1996년 최초의 DVD 타이틀이 세상에 나온 이후 지금까지, DVD 에 대한 관심은 주로 기술적인 면에 집중되어왔다. 뛰어난 화질과 음질을

자랑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한 LD 와 가장 보편적인 영상저장 매체로 시장을 장악한 상태인 VCR 과의 차별화가 성공의 관건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LD 의 실패를 경험했으며, VCR 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던 소비자들도 초기엔 DVD 가 가진 기술적 우위에 관심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DVD 의 보급률이 높아지고 엄청난 양의 타이틀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DVD 를 둘러싼 관심은 점차 기술적인 면을 벗어나

DVD 가 만들어내는 문화적, 산업적인 변화에 집중되고 있다. 그 맥락에서 DVD 가 과연 사람들의 영화관람 패턴에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알아보는 것은, 영상 소비자의 입장에서 DVD 의 수용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DVD 의 모태는 LD

그런데 아이로니컬한 것은 그 시작을 DVD

가 아닌 LD 에서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비록 완전히 실패해 사라진 매체이기는 하지만 LD

가 만들었던 영화관람 패턴이 그대로 DVD

에 이전되었기 때문. ‘극장의 감동을 그대로’라는 LD

의 광고 문구가 말해주는 것처럼 LD

는 영화관람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인 극장시스템을 재현하려는 노력에 의해 만들어진 매체였다. LD

의 역사를 ‘가정에서 작은 극장시스템의 구현을 목표로 했던 끊임없는 여정’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는 것이다. 그 결과 LD

는 우선 화면의 구성비율에서부터 기존 매체들과 차별화를 만들었다. 극장에서 보는 일반적인 와이드스크린 규격(1.85:1 또는 2.35:1)이

TV (1.37:1)로 옮겨오면서 잘리는 것을 최대한 막기 위해 화면 위아래에 검은색 테두리가 나타나는 레터박스(Letterbox)

형식을 선보였던 것이다. 이는 TV 크기에 맞추어 화면을 잘라낼 경우, 잘린 화면에 들어 있는 정보들을 보지 못하게 되는 현상에 대한 LD

소비자들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였다.

또한 LD 는 ‘영화의 반은 소리’라는

명제에 따라 돌비 서라운드, 돌비 프로로직, THX,

AC-3 등 입체음향의 구현을 위한 다양한 사운드시스템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TV 와 바로 연결해서 보는 VCR

과 달리, LD 를 보기 위해서는 앰프와

스피커 등에 대한 다소 전문적인 AV

지식이 어느 정도 필요했던 것도 바로 거기에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결과 여러 개의 오디오 채널을 이용하는 입체음향의 일부 채널을 희생할 경우(예를

들어 스테레오 기능을 포기하고 모노로만 들을 경우), 남게 되는 채널들을 다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영화를 만든 감독

혹은 배우의 인터뷰나 장면해설을 넣는가 하면, 그 장면에 사용된 배경음악의 원곡을 실을 수 있게 된 것. 이에 따라 영화를 감상하는 이들은

이전에는 절대로 불가능했던, 영화관람과 동시에 영화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들을 얻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플레이어가 대중화되지 않아 대여보다 구매가 중심이 되어 시장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타이틀의 구매욕구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새로운 시도들도 계속되었다. 영화의 제작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삭제된 장면, 뮤직비디오, 주요 제작진과 출연진 인터뷰 등이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사실 초기의 LD 들에는 그런 추가정보들이 없었지만 90년대 초 미국의 보이저사가 크라이터리온이라는 수집가용 특별판을 발매하면서 그

효과를 증명하자, 그 이후로는 대부분의 출시사가 같은 전략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추가정보들로 인해 LD 의 소비자들은 영화가

만들어지는 제작과정과 그 결과물인 영화를 하나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보이는 스토리를 수동적으로 감상하던

기존의 영화관람 패턴이, 영화의 제작과정과 제작진들의 의도를 이해하고 이에 기반해 해석하는 능동적인 관람 패턴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훗날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영화의 제작과정이 생중계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 것은, 바로 이런 LD 를 통한 경험이 확장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산업에 변화의 바람이

그러나 문제는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었던 물리적인 한계점 때문에 LD

가 대중화에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크고 무겁고, 심지어 한 영화를 위해 여러 장의 디스크가 필요했던, 그리고 그 결과 비쌀 수밖에 없었던 LD

는 평범한 소비자들에게 너무 비경제적인 것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었다. 만약 DVD

라는 새로운 매체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마도 LD

가 만들어냈던 새로운 관람 패턴은 초고속 인터넷이 영화를 고화질로 실어나르기 전까지 완전히 사장되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DVD

는 LD 에게 큰 신세를 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렇게 LD 가 만들어내

일부 마니아들에게만 의미가 있었던 새로운 영화관람 패턴은 DVD

의 성공과 함께 지금 보편화되고 있다.

특히 LD 와 달리 디지털이라는 특성을

한껏 살려 인터넷과 유사한 인터랙티브 메뉴를 통해 담겨 있는 영화와 추가정보들을 선택할 수 있는 기능까지 덧붙여지면서, 철저한 아날로그식인

기존 VCR 의 영화관람 패턴은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PC에 달린 DVD

-ROM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게임기능이나 인터넷과 연동되어 추가적인 정보들을 더 찾을 수 있는 기능을 담은 DVD

타이틀까지 등장하는 중이기 때문에, DVD

가 만들어내고 있는 새로운 영화관람 패턴은 분명 영화산업에 거대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DVD

타이틀의 구성을 미리 해놓고, 이에 따라 영화의 제작과정을 바꾸는 일이 할리우드에서는 더이상 화젯거리가 되지 못한다는 사실은 이를 잘 드러내준다고

할 수 있다. 이철민/ 인터넷 칼럼니스트 chulmin@hipo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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