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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도 퓨전을 좋아해
2001-07-03

인도영화계, 해외 투자유치와 세계화 위해 동분서주

세계 최대 영화생산국 인도가 세계시장을 향한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 첫 발걸음은 당연히 최대의 영화시장 미국. 지난 6월 말 인도영화계의 대표단은 TV, 음악산업 관계자들과 함께 미국을 순방했다. 스시마 스와라즈 정보방송부 장관을 일행의 선두로 내세운 대표단의 순방목적은 인도영화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유치와 인도가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상품 생산국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

이들은 순방기간 동안 LA의 영화 스튜디오들을 돌아보고, 미국영화협회(MPAA) 위원장 잭 발렌티 등 할리우드 인사를 만나기도 했다. 한해 800편가량의 영화를 생산하는 인도영화계는 할리우드의 100여편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작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지만, 매출면에서는 3천억달러 규모의 세계 영화시장에서 35억달러 정도만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세계시장 점유율 증대는 인도영화계의 주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10억명에 육박하는 인구를 가진 나라답게 내수시장 역시 신경써야 할 부분. 인구 100만명당 116개의 스크린을 갖고 있는 미국과 달리, 인도의 경우 현재 12개 스크린을 확보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번 순방으로 어떤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인도에 아무런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컨설팅기업 아서 앤더슨의 관계자는 영화를 포함한 인도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국가와 주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미디어들이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와라즈는 인도와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정보통신분야에서 그랬듯이 협력체제를 구축할 수 있으며 자원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녀는 “미국과의 협력에는 공동작업과 미국 자본의 직접투자가 있을 수 있다. 공동제작에 관한 내용도 논의할 수 있다. 우리는 미국 전문가들로부터 기술적인 것을 배우고 미국은 세계 수준으로 잘 훈련된 인도의 노동력을 매우 값싸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순방일정중 미국-인도 상공협회회담에서 인도영화가 국제적인 인지도를 얻기 위해서는 몇 가지 악습을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구두계약이나 불명확한 계약형태가 횡행해 양국 협력에서 장애요소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편 이같은 대외활동뿐 아니라 인도영화계의 세계 진출을 위한 내부적인 노력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주목되는 인도영화의 새로운 경향은 영어 대사에 인도 특유의 악센트와 속어, 감성을 녹이는 방식을 채택한 일련의 영화들이다. ‘인도’(India)와 ‘영어’(English)를 합성해 ‘인들리시’(Indlish)라고도 불리는 이 경향의 영화는 영어를 이해하는 젊은 관객이나 직장인과 취업 준비생들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미국에 살고 있는 인도인의 좌충우돌을 그린 <하이데라바드 블루스>의 성공에 힘입은 것이다. 이 작품은 미국문화와 인도문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젊은이의 이야기로, 유머와 통렬한 풍자를 무기로 1998년 인도 박스오피스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이후로 친영파 관리가 시골지방에 파견되며 겪는 이야기를 그린 <잉글리시 오거스트>, 게이 남성의 수난을 그린 <스플릿 와이드 오픈>, 미국에서 일자리를 얻고자 하는 청년의 이야기를 담은 <달러 드림> 등이 제작됐고, 이들 영화는 도시지역 거주자나 해외 관객에게 어필하기 시작했다. 인들리시영화는 스타일과 주제는 각양각색이지만, 영어를 이해할 수 있는 관객을 타깃으로 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들 영화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우선 대부분의 인도 관객은 가난에 시달리는 현실을 잊고자 현실도피에 도움이 될 만한 오락영화를 찾고 있다. 당연히 발리우드 배급자들은 슈퍼 스타와 현란한 세트, 따라부르기 쉬운 노래와 가족 드라마적인 주제를 가진 영화를 선호하고 있으며, 이들 인들리시영화에 대해서는 냉담한 입장을 보인다. 반면 인도의 영화제작자 압헤이 토시니왈은 “할리우드영화를 보든 발리우드영화를 보든, 어딘가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늘 있었다”며 이같은 ‘퓨전영화’가 앞으로 많은 가능성을 갖게 되리라고 내다봤다.

문석·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