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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병의 시 세계로 떠나는 특별한 음악극 <소풍>
2005-01-25

2월2일∼5일/ 의정부 예술의전당 소극장/ 02-3673-1392

한국 연극계의 차세대 연출가로 주목받고 있는 양정웅의 신작 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연극 양식의 독창성 때문에 많은 이목을 받았던 연출가가 이번에는 별다른 형식을 취하기도 쉽지 않은 지극히 서사적인 작품을 만났기 때문이다.

은 천상병 시인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한 정통 리얼리즘 작품. 때문에 형식의 독특함보다는 대사와 배우의 연기에 기대는 면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젊은 연출가의 독특하고 재기발랄한 지휘봉이 자칫 심심해질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다.

연출가는 일단 무대를 비우기로 했다. 유난히 장면 전환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간단한 오브제나 구조물들을 사용하면서 관객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빈 공간을 채워나가겠다는 계획. 이쯤 되면 관객의 상상력을 요리해낼 줄 아는 배우에게 관심이 모아지는 것이 자연스런 수순이다. 신체 훈련이 남다른 양정웅의 단원들 속에 단연, 눈에 띄는 얼굴이 있다. 에서 노련한 연기를 보여줬던 연기파 배우 정규수, 그가 천상병 시인을 맡아 작품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아이처럼 호기심도 많고 연륜있는 배우답지 않게 부끄럼을 잘 타는 배우 정규수야말로 천상병 시인이 지니고 있던 맑은 기운을 고스란히 전할 만한 배우로 적격이란 평이다.

작품의 무게중심은 무엇보다 ‘시’에 있다. 천상병 시인의 일상적인 생애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존의 연극 작품들에 비해서 은 시인의 시를 중심으로 작품이 전개된다. 일대기의 뼈대 위에 시를 제목으로 30여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만들어졌고, 대사에는 시 구절도 사용되었으며, 시를 가사로 사용해서 작곡한 노래가 나오기도 한다.

장르를 음악극으로 분류하고 있을 만큼 은 특히 음악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무대 위에 악사석을 따로 설치해서 악기를 직접 연주할 뿐 아니라, 배우가 아닌 실제 프로급의 가수들이 직접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가수가 노래를 부르고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중앙 무대에는 영화처럼 장면이 펼쳐진다.

생전 시인의 거주지였고, 현재 시인이 잠들어 있는 의정부에서 시인을 추모하는 연극 작품이 올려진다는 사실로도 의미가 크다. 세상살이를 한껏 부푼 기대와 설렘의 아름다운 소풍으로 묘사했던 시인의 마음처럼 2월 첫주, 모처럼의 가족 나들이를 문득 의정부로 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수미/월간 <객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