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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탄력이 느껴지는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김현정 2005-02-04

2월20일까지/ 소극장 축제/ 02-741-3934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천 한장을 제외하면 무대장치가 없고 음향장비도 없다. 배우들의 육체와 목소리가 전부다. 생소하게만 들리는 장르 아카펠라 뮤지컬. 그러나 <거울공주…>는 가끔은 학예회 같기도 한 치기마저도 못 본 척 넘어가게 만드는 귀여운 뮤지컬이다. 몸으로 동굴과 의자를 만들고, 나란히 붙어앉은 배우들이 음계를 나누어 맡아 스스로 악기가 된다. 젊은 탄력이 아니라면 불가능했을 <거울공주…>는 고정된 틀을 아예 생각지도 못하는 듯 자유롭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바보 온달이 전쟁영웅으로 등극한 고구려, 허영심 강한 평강공주의 시녀 연이는 상전의 옷과 장신구와 거울을 훔쳐 숲속 동굴에 감춘다. 그것들을 걸치고 거울을 볼 때만은 그녀도 공주가 되는 듯하다. 뿌듯한 마음으로 숲속에서 잠이 들고만 연이. 숲에서 혼자 살아 말도 할 줄 모르는 소년은 연이를 발견하고, 연이 마음대로, 연이의 온달이 된다. 그 숲에선 온달을 암살하기 위해 파견된 후주국 자객 두명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었다. 그들은 연이가 가르쳐준 대로 자기 이름이 온달인 줄 알고 있는 소년을 진짜 온달로 착각해 살해하려고 한다.

다소 산만하고 굵은 줄기 없는 이 이야기를 원만하게 따라갈 수 있는 건 친숙한 설화를 패러디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잔가지를 털어내고 속도를 붙이는 소박함 때문이기도 하다. 거울 속의 이미지와 거울 밖의 실재가 나누는 대화, 허영심이 부른 비극은 지나치게 깊게 가라앉지 않는다. <닥터 슬럼프>의 두 외계인처럼도 보이는 자객들은 비슷한 몸짓과 대화의 반복에 싫증이 날 때쯤 빈대떡을 그리워하는 노래로 객석의 주의를 단단하게 붙들어놓는다. 내레이터 한명을 가운데 두고선, 배우가 관객 역할을 하고, 세트가 되고, 자신들의 관습적인 유머를 조롱하는 형식의 파격은 때로 유치해도 때로 대단하다.

어떤 장르에 속하는 문화이든 형식만의 실험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거울공주…>는 충분한 웃음과 재미를 주고 그들의 뒷날을 기대하게 하는 여지를 남겨둔다. 실수까지 이해받을 수는 없다 해도, 젊음은 그런 이해를 넘어서는 에너지로 세상을 흡입하는 법이다. 그래서 배우들이 모두 나와 관객과 말배우기 놀이를 하는, 악을 써도 즐겁기만한 일종의 작별 공연은, 젊은 에너지로 가득 차 있어서 경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