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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멜로드라마 급발진하다, <홍콩 익스프레스>

차인표·조재현 주연의 <홍콩 익스프레스> …<해신> 누를 수 있을까?

국내 방영이 끝나는 대로 일본에 방송하기로 해 큰 기대를 모았던 <유리화>의 부진으로 수·목 밤 시간대 시청률 경쟁에서 참패한 SBS가 <홍콩 익스프레스>로 도약을 꿈꾸고 있다. <홍콩 익스프레스>는 재벌 2세와 삼류 건달, 여기에 이 둘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정통 멜로드라마로, <해신>의 원작자이기도 한 최인호의 소설 <불새>가 원작이다. 한 작가의 소설이 같은 때 드라마로 방송되는 것도 신기한 일인데, 이 두 작품이 동시간대 경쟁을 하게 돼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나 <홍콩 익스프레스>가 현재 시청률 30%를 넘기며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해신>의 인기를 쉽게 사그라뜨릴지는 아직 미지수다. 양아치 민수(조재현)가 재벌 2세 강혁(차인표)의 교통사고 살인 누명을 대신 쓰고 옥살이를 한 뒤 신분 상승을 위해 내달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요즘 인기를 얻고 있는 <해신>과 <쾌걸 춘향> 등에 비해 너무 무겁고 또 진부한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콩 익스프레스>는 원작 <불새>가 이미 여러 번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던(현석, 유인촌, 이미숙, 윤석화 등이 출연했던 1987년 드라마는 60%에 이르는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터라 기본 이상은 할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원작의 진부한 요소(재벌 2세와의 사랑 등)를 2005년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한 점도 돋보인다. 연출을 맡은 조남국 PD는 “원작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이는 1980년대에나 ‘먹힐’ 소재”라며 “<홍콩 익스프레스>의 초점은 재벌 2세가 등장하는 뻔한 삼각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욕망이 충돌했을 때 벌어지는 갈등”이라고 주장했다. 김성희 작가는 “처음 기획 당시부터 철저하게 멜로로 가기로 했다. 그래서 두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원작에서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았던 정연이 드라마의 중심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니 <홍콩 익스프레스>는 지독한 혹은 순수한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 남자의 비극적인 이야기라고 설명하는 편이 옳다. 김 작가는 “강혁이 자신을 배신했음을 알고 끔찍한 복수를 계획한 민수와 그의 어릴 적 첫사랑이자 강혁의 현재 약혼녀인 정연이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홍콩 익스프레스>의 클라이맥스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극 초반 강혁이 민수에게 “내 일, 내 가족, 내 여자는 건드리지마”라고 한 말은 뒤에 있을 엄청난 비극을 암시하는 복선이다.

<홍콩 익스프레스>의 이같은 러브스토리가 더욱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주인공들의 연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제작진은 이를 고려해, 젊은 배우들을 기용하겠다는 처음의 의도를 뒤엎고 ‘연기력이 되는’ 배우들을 선택했다. 코믹과 진중함을 절묘히 조화해낼 수 있는 조재현은 사실 말이 필요없는 배우. 그는 삼류 건달이긴 하지만 삶의 희망을 버리지 않는(강혁과 그렇게 얽히기 전까지) 민수가 되기 위해, 머리도 기르고, 파마도 하며 그간의 강한 이미지를 벗었다. 조재현은 “민수는 초반부에는 코믹한 모습을 종종 드러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면의 욕망과 칼을 드러내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홍콩 익스프레스> 제작진이 의도한 ‘천성적으로 악한 사람은 없다’는 데 따른 것.

조 PD는 “민수와 강혁은 상황 속에서 악인이 되는 것이지, 본성 자체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러니 엄밀히 따지면 악역이 없다”고 말했다. 차가운 이미지를 연출해야 하는 차인표는 조재현과 반대로 머리를 짧게 자르고, 도도한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걷는 법을 연습했다. 극 초반에는 조재현보다 차인표의 카리스마가 빛날 것이라는 것이 제작진의 중론이다. 송윤아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연약한 여성이 아닌, 그들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여성 정연으로 분했다. 김 작가는 “초반에는 송윤아의 역할이 크지 않다. 하지만 5, 6부로 넘어가면서 두 남자의 욕망을 잠재우는 강단있는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3부의 배경이자 갈등의 시작점인 홍콩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홍콩 익스프레스>의 매력 중 하나다. 과거와 현대, 가난과 부, 동양과 서양이 공존하는 홍콩은 극중 강혁과 민수의 강한 대비를 상징하는 장소다. 그래서 <홍콩 익스프레스>에서는 홍콩의 아름다운 자연 대신 도심의 정경을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화려한 홍콩 마천루와 그 뒤편에 존재하는 어두운 뒷골목은 강혁과 민수를, 또 헛된 욕망을 좇는 민수의 이중성을 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목 ‘홍콩 익스프레스’는 욕망을 좇아 파멸의 길로 숨가쁘게 달려가는 한 남자의 급행열차를 나타낸 중의적 표현이다.

사실 외국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는 것은 요즘 드라마의 한 추세다. <홍콩 익스프레스>는 여기에 현지 유명배우를 출연시켜 볼거리를 더했다. 홍콩 촬영분이 방송되는 1∼3부에서는 홍콩의 내로라 하는 인기 배우 증지위와 고든 류 등을 만나볼 수 있다. 고든 류는 민수를 괴롭히는 건달 레슬리로, 증지위는 강혁의 홍콩 진출을 돕는 홍콩스타회장으로 나온다. 조 PD는 “여명과 성룡, 홍금보도 선뜻 출연을 승낙했지만 촬영일정 등이 맞지 않아 출연을 고사했다”며 아쉬워했다.

<홍콩 익스프레스>가 <해신>의 뒤를 바짝 쫓는 화제작이 될지, 소문난 잔치만큼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다른 드라마의 전철을 밟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제작진의 바람처럼 <겨울나그네> 같은 가슴 속에 오래 남을 멜로드라마가 되길 기대해본다.

<홍콩 익스프레스> vs <불새>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졌나?

<홍콩 익스프레스>의 연출을 맡은 조남국 PD는 “구도만 <불새>에서 빌려왔을 뿐 기존에 발표됐던 영화, 드라마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에서 촬영된 1∼3부까지의 이야기는 교통사고 부분을 제외한 대부분이 새롭게 창작한 것이라고. 이어 조 PD는 “에피소드나 정황 등은 비슷하게 차용할 예정이지만, 캐릭터는 확연히 다르다”고 덧붙였다. 조남국 PD와 김성희 작가의 이야기를 종합해 주인공 3명의 캐릭터를 살펴봤다.

강민수(조재현) 원작에 나오는 민수는 다소 ‘악마적’이다. 미친 여자에게서 태어난 그는 신부 손에서 자랐는데, 자신을 돌봐준 유모를 겁탈하고 뛰쳐나온다. 드라마에서는 삼류 건달이지만 삶에 대한 의지가 강한 밝은 캐릭터로 바뀌었다. 그러다 강혁을 만나면서 점차 악랄하게 바뀌어간다. 고아원에서 만났던 첫사랑 정연이 강혁의 약혼녀가 된 것을 보고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지만, 결국 사랑을 택하며 나락으로 떨어진다.

최강혁(차인표) 원작은 강혁을 대기업 회장의 아들로 방탕하고, 야비하며 나약한 인물로 그렸다. 반면 드라마 속에서 그는 능력도 있고, 심지도 굳다. 생모에 대한 아픔 때문에 자존심이 강해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자신의 속내를 보이지 않는 냉혈한이다. 극 초반에는 민수와 팽팽한 접전을 벌인다. 민수에게 (인정할 수 없는) 열등감을 느끼면서 점점 악랄해진다. 하지만 약혼자 정연에게만은 유일하게 마음을 연다.

한정연(송윤아) 드라마는 원작에서 두 남자의 기묘한 인연에 가려 빛을 받지 못했던 정연을 양지로 불러들였다. 하여 정연은 욕망 앞에서 점점 악랄해져가는 두 남자의 운명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 된다. 어린 시절 입양돼 안정된 삶을 살아온 정연의 직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착하고 밝은 심성 때문에 냉혈한 강혁에게 사랑의 마음을 심어준다. 첫사랑 민수 때문에 두 남자 사이에서 사랑의 열병을 앓게 된다. 소설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만, 비중이 훨씬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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