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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영화제 | 제한구역 (Forbidden Zone)
2001-07-05

우리 안 금단지대에 꽃힌 일곱개의 독화살

허억, 뒤돌아 보지마라!

배틀 로얄 Battle

Royale

일본 | 감독 후카사쿠 긴지 | 113분 | 2000년

‘폭력을 조장하는 영화’라며 국회에서도 논란이 이는 등 지난해 일본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고희를 넘긴 후카사쿠 긴지 감독의

60번째 작품. 경제불황에 실업자가 양산되는 등 사회 시스템이 붕괴하자 전통적인 가치 역시 엉켜버린 근 미래. 학생들의 학교 보이콧이 늘어나며

누구도 어른을 공경하지도, 신뢰하지도 않는 상황이 되자 정부에서는 ‘배틀 로얄’ 법안을 발표한다. 무작위로 중학교 한 학급을 선발하여, 무인도에서

3일간 죽고 죽인 뒤 한 사람만 살아남게 하는 법이다. 의미는? 의미는 배틀 로얄에 참가하는 당사자들이 찾아내야만 한다. 사회에서 살아가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야 하듯이.어머니가 7학년 때 떠나가고, 아버지는 9학년 때 자살한 스야는 소풍을 가다가 난데없이 배틀 로얄에 참가하게 된다.

거부하던 교사는 맞아 죽고, 설명을 듣지 않던 소녀는 이마에 칼을 맞고 죽는다. 사흘 뒤 단 한 사람만 남지 않으면 그들 모두가 죽게 된다.

서로 다른 이유로 그들은 자기의 길을 택한다. 누구는 자살하고, 누구는 살인마가 된다. 함께 살아날 길을 찾자던 아이들은 사소한 의심으로 서로를

죽이고, 한 소녀는 단지 두려움 때문에 자신을 짝사랑했던 남자아이를 죽인다. 중학생들이 펼치는 지옥도는 끔찍하고, 서늘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배틀 로얄에서 살아남은 소년과 소녀는 지명수배가 되어, 돌아온 세상에서도 여전히 ‘살아남기’ 위해서 무기를 지니고 다닌다. 기이한 행동을 보이는

선생을 연기한 기타노 다케시의 서정적인 광기는 <배틀 로얄>의 백미.

시민 톡시: 톡식 어벤저4 Citizen Toxie: The

Toxic Avenger4

미국 | 감독 로이드 카우프만 | 108분 | 2000년

저예산의 ‘하드고어’ 공포영화 제작으로 유명한 트로마 프로덕션의 대표작 <톡식 어벤저>의 4번째 작품. 85년에 1편이 나온 <톡식

어벤저>는 유독성 화학물질에 빠져 기괴하게 변한 톡시가 슈퍼맨이나 스파이더맨 같은 슈퍼 히어로로 등장한다. 무기는 대걸레. 톡시의 조수는

바게트를 칼로 이용하거나 소시지로 만든 쌍절봉을 사용한다. <시민 톡시>는 트로마빌의 학교를 점거한 악당들과 싸우는 톡시의 액션으로

시작한다. 악당은 톡시를 보자마자 똥오줌을 지리고, 헌법과 성경책으로 악당의 머리를 치자 호박처럼 퍽 터져버리고, 시한폭탄의 타이머가 작동하는

동안 톡시는 집에 가서 부인과 섹스를 하는 등 말도 안 되는 상황이 태연하게 벌어진다. 이런 ‘황당무계’와 함께 인간의 육체와 모든 배설물을

이용하는 ‘엽기’가 바로 트로마의 트레이드마크다. <사우스 파크>의 인물들을 괴상망측한 형상으로 변환시키고, 모든 장면을 실사로

바꿨다고나 할까. 폭탄이 터진 뒤 톡시는 이상한 세계로 들어간다. 형상은 똑같지만 토로마빌의 ‘성격’과는 정반대인 곳. 게다가 톡시의 도플갱어인

녹시가 트로마빌에 나타나 난장판을 만든다. 트로마빌보다 엉망인 곳이 있을까 생각이 들겠지만 녹시는 극우주의자들과 함께 진짜 ‘지옥’을 만든다.

의도적으로 조잡하게 만든 <시민 톡시>는 ‘깔끔떠는’ 속물들을 조롱하는 ‘B급영화’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구역질나도록 보여준다. <트로미오와

줄리엣>도 만들었던 감독 로이드 카우프만은 트로마 프로덕션의 창립자이기도 하다.

네이키드 어게인 Naked Again

스웨덴 | 감독 토르켈 너트슨, 마르텐 너트슨 | 92분 | 2000년

오늘도, 내일도 똑같은 날이 반복된다면 어떨까. 안드레아스는 결혼식 전날 총각파티에서 곤드레가 되어 쓰러진다. 짓궂은 친구들은

엉덩이에 콘돔을 끼우고 발가벗긴 채 도심의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갖다 놓는다. 정신이 든 안드레아스는 돈과 옷을 구하기 위해 나체로 도심을 뛰어다니지만

결국 결혼식에 가지 못한다. 낙담한 채 잠이 든 안드레아스는 다음날, 똑같은 상황에서 잠이 깬다. 가만 보니 그날도 바로 결혼식날이다. 안드레아스는

전날의 실패를 거듭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다. 계속 반복되는 날 속에서 살인도 하고, 테러도 하고, 다른 여자를 유혹하기도

하지만 결국 목표는 마리아와의 평온한 결혼이다. ‘패럴리 형제판 <사랑의 블랙홀>’이란 감독들의 자평처럼, <네이키드 어게인>의 아이디어는 해럴드 래미스 감독의 <사랑의

블랙홀>에서 쓰인 것이다. <네이키드 어게인>은 <사랑의 블랙홀>의 못 된 주인공이 같은 날의 반복 속에서 일상과

주변 사람들 그리고 세상의 고마움을 깨닫는 소박한 이야기에 패럴리 형제의 ‘배설 유머’를 적극 차용하는 악동기질을 발휘한다. 그리고 마무리도

없다. 완벽하게 결혼에 성공하고, 모든 것이 성공으로 끝나지만 안드레아스는 다시 엘리베이터에서 깨어날 내일을 준비한다. <네이키드 어게인>은

시간과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보다는, 그냥 조금씩 현실을 교정하고 장난도 쳐가면서 일상을 반복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처럼.

비지터 Q, Visitor Q

일본| 감독 미이케 다카시| 84분| 2000년

더할 나위 없는 콩가루 집안. 고등학생 딸은 집을 나가 원조교제를 하며 밤거리를 헤맨다. 그 밑의 아들은 집에만 오면 어머니를 두들겨팬다.

아들의 방에는 몽둥이와 채찍이 수북이 진열돼 있다. 어머니는 상습적으로 마약을 복용하며 마약 살 돈을 벌기 위해 매춘도 한다. 아버지는 잘

안 나가는 비디오 저널리스트로 선정적인 소재를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영화는 아버지가 원조교제를 취재하다가 자기 딸을 만나는 대목에서 시작한다.

아버지는 딸을 야단치거나 설득하기는커녕 비디오카메라를 들이대며 취재한다. 그러다가 근친상간이 벌어진다. 딸에게 화대를 주면서 “모자란 돈은

엄마에게 맡길게”라고 말한다. 이 황당한 상황을 배경음악도 없이 중간거리의 카메라로 예술영화처럼 차분하게 비춘다. 곧이어 아들이 어머니를 때리고,

아버지는 여자 리포터를 살해해 시간하고, 어머니는 기묘한 행위로 성적 흥분을 느끼고… 엽기가 점입가경이다.<오디션>도 그렇고 미이케 다카시 감독은 장르를 반죽하며 장난치는 재미에 푹 빠진 듯하다. 이걸 어떻게 보라는 건지 전혀 힌트를

주지 않고 엽기의 향연을 벌인다. 잔뜩 긴장하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폭소를 터뜨리게 되는데 일찍 웃기 시작할수록 재미가 커지고 페이소스도 맛볼

수 있는, 아주 독특한 영화다.

엽기영화 공장, Terror Firmer

미국| 감독 로이드 카우프만| 출연 Will Keenan, Alyce LaTourelle| 114분| 2000년

저예산 B급영화 촬영현장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여장한 살인범의 수법은 잔혹하면서도 황당하다. 혓바닥과 눈알을 뽑아내고, 거구의 남자를

에스컬레이터 틈새에 집어넣어 터져죽게 한다. 그러나 웃자고 만든 하드고어다. 피가 분수처럼 솟아나고 내장이 끝도 없이 줄줄이 사탕으로 흘러나오지만

모조품이나 특수효과에 싸구려 냄새가 폴폴 난다. 영화 속의 감독부터 맹인이다. 30년 동안 영화감독을 해왔다는 그가 “자, 예술작품을 만들자”라고

말할 때부터 이 영화는 메이저영화를 내놓고 조롱한다. 여자 조감독을 두고 삼각관계에 있는 두 남자 중 한명이 연쇄살인범이라는 줄거리가 있지만

정교한 내러티브나 편집을 기대하는 건 우물에서 숭늉찾기다. 영화 속의 영화 제작팀은 로이드 카우프만 감독이 차린 B급영화 전문의 ‘엽기영화

공장’ 트로마 프로덕션의 패러디로 보이며, 카우프만이 맹인 감독으로 직접 출연한다. 그런 만큼 내장과 배설물, 기기묘묘한 섹스가 한바탕 소동을

벌이는 B급영화적 엽기의 진수를 선보인다.

스카우트 맨, Scout Man

일본| 감독 이시오카 마사토| 출연 미쿠 마츠모토, 히데오 나카이즈미| 125분| 2000년

17살의 마리와 20살의 아츠시는 가출해 함께 도쿄로 도망왔지만 돈벌 길이 막연하다. 아츠시는 길거리에서 여자들을 꼬드겨 성인용 비디오 모델을

시키는 ‘스카우트 맨’으로 나서고, 마리는 거리에서 만난 다른 가출 여학생과 함께 원조교제를 중개해 돈을 번다. 둘은 서로의 일을 욕하며 싸우다가

사이가 소홀해진다. 스스로 회의해보기도 하지만 달리 출구를 찾지 못하고 섹스산업 속으로 말려든다. 이 영화로 정식 데뷔하기 전에 성인용 비디오영화를

만들기도 했던 이시오카 마사토 감독은 다큐멘터리처럼 등장인물들과 거리를 두면서 일본 섹스산업과 거기에 몸담는 젊은이들의 세계를 비춘다. 특별한

사건이나 변화의 계기가 없이 섹스업계 종사자들의 일상이 흘러가고 선정적인 화면도 없다. 그래서 건조하지만 몇몇 대목에서 동시대의 구체적인 느낌이

전해지기도 한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김봉석 기자 lotus@hani.co.kr

김혜리 기자 vermeer@hani.co.kr

임범 기자/한겨례 문화부 is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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