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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상 전문가 정혜성 인터뷰
사진 정진환김도훈 2005-03-10

“편의점 아르바이트하며 영화 현장을 꿈꿨다”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 현장에 도착했더니 누군가가 등을 치며 반가운 척을 한다. 뒤를 돌아보니 기자가 살던 동네의 편의점에서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뛰던 정혜성(28)씨. 그는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도 영화의상 분야에서 경력을 쌓아가는 의지의 영화인이었다. 필름메이커스(www.filmmaker.co.kr)를 통해 송일곤 감독과 일하게 된 그는 이미 <번지점프를 하다> <신라의 달밤>과 <H>에 참여한 경력이 있고, 지금은 독립단편영화를 마다지 않고 영화의상 전문가로서의 앞날을 향해 달리고 있다.

-영화의상 분야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경남 밀양대에서 의상디자인을 전공했다. 거기서 밴드부 활동을 하던 중에 PC통신으로 서울의 밴드 친구들을 만났고, 그들의 의상을 디자인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들을 통해 <동감>으로 영화의상 일을 시작했다.

-영화의상에 원래 관심이 많았나보다.

=원래는 그렇지 않았다. 하지만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영화가 너무 좋아져서 서울예대 입학도 준비했었다. 영화를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졸업증명서가 원서마감보다 1시간 늦게 와서 좌절하고 말았지만. (웃음)

-송일곤 감독의 작품은 어떤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무척 연극적이다. 뭐랄까. 옷을 갈아 입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그냥 입고 벗는다는 느낌이다. 감독님은 소품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매우 독특하다. 이전의 나는 왜 의상과 소품 하나하나에 상상력을 부여하지 못했을까. 반성도 되더라.

-아직도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열심히 하고 있나.

=알다시피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두개 동시에 한 적도 있다. 힘들다. 하지만 홍익대라는 동네에는 아르바이트 열심히 하면서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즐기는 친구들이 많다. 동네 분위기가 그러니까 힘들더라도 즐겁게 생활할 수 있는 것 같다.

-말만 그렇지 아무리 그래도 힘들 텐데.

=마음 비우고 최선을 다해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이 내 좌우명이다. 다들 최악의 상황에서 일하는 것을 보면서 크게 자극도 받는다. 처음 영화할 때와는 마음도 많이 바뀌었다. 욕심을 버리는 대신 하는 일에 더 애정을 가지자는 집념이 생긴다. 그래서 앞으로는 큰 스튜디오에 가서 더 공부를 해보고 싶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번지점프를 하다> 현장에서 일했다면, 배우 이은주도 본 적이 있겠다.

=친하게 지냈다. 너무 성격이 섬세해서 말하지 않아도 사람을 배려할 줄 안다. 그때 내가 서울로 상경한 지 딱 1년이 된 해였다. 밥먹으러 집에 오라고도 하고, 영화의상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많을 때는 상담도 해주었다. 나보다 나이는 어렸으나 언니 같았다. 스탭과의 거리감이 전혀 없는 배우였고, 먼저 다가와줘서 굉장히 감동받았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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