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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우먼>의 할리 베리, 골든 라즈베리에서 여우주연상 수상
오정연 2005-03-10

영화는 F, 수상 소감은 A+

2002년 오스카 시상식에서 <몬스터 볼>로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거머쥔 채 벅찬 감동에 말을 잊지 못하던 그녀는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당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최초의 흑인 여배우가 된 할리 베리는 무려 5분 남짓한 소감으로 감동적인 순간을 연출했다. 그로부터 3년 뒤. 그의 또 다른 수상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아카데미 시상식 하루 전날 열린 골든 라즈베리 시상식에서, 베리가 최악의 여우주연으로 선정된 것.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처참하게 외면당한 <캣우먼> 덕분이다. 그러나 그는 뻘쭘한 침묵으로 일관한 대부분의 라즈베리 수상자들과 달리 당당하게 시상식에 참석했다.

<쇼걸>의 폴 버호벤 감독 이래로 식장을 찾은 두 번째 영화인이다. 조롱과 농담의 미학을 한껏 뽐낸 그의 소감은 다음과 같다. “나를 이런 쓰레기 같은 작품에 캐스팅한 워너브러더스에 감사해요. (중략) 내가 어릴 때, 어머니께선 ‘만일 네가 훌륭한 패자가 될 수 없다면, 훌륭한 승자 역시 될 수 없다’고 말씀하셨죠.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을 다시 보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이에 주최자인 존 윌슨은 “그는 다만 실수를 했을 뿐 여전히 재능있고 아름다운 여성이다. 우리도 할리 베리가 이 상을 수상한 것이 유감”이라며 위로를 전했다.

한편 올해로 25회를 맞이하는 골든 라즈베리는 <화씨 9/11>에 무려 네개의 상을 몰아주며 최다수상작의 영예를 안겼다. 부시 대통령과 도널드 럼스펠드, 브리트니 스피어스, 부시와 라이스 커플 등이 각종 배우부문을 휩쓴 탓이다. 이에 주최쪽은 “이것이 마이클 무어의 작품을 조롱하는 것은 아니”라며 황급히(?) 수습에 나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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