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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쉬징레이 감독, 산세바스티안영화제 감독상 수상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

막스 오퓔스의 영화로도 유명한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미지의 여인으로부터 온 편지>가 최근 중국에서 영화화돼 지난 3월 초 개봉했다. 원작에서 인용한 대사, “당신을 사랑합니다. 하지만 당신과는 상관없지요”로 요약할 수 있는 한 여인의 평생에 걸친 순애보를 다룬 <미지의…>는 배우 출신 쉬징레이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생일마다 미지의 인물로부터 하얀 장미를 받는 중년 남자가 41살 생일에는 장미 대신 한통의 편지를 받는다. 죽음이 임박한 여인이 써내려간 애절한 사연은 남자의 눈시울을 적시고, 남자는 자신이 매년 받은 장미가 18년 동안 자신을 흠모한 여인이 보낸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1900년 비엔나를 배경으로 한 원작은 1930년 베이징으로 장소를 옮기고 촉망받는 음악가인 남자의 신분은 신문사 소속의 작가로 바뀌었다. 남자의 피아노 연주에 넋을 잃고 몰래 남자의 방에 들어가 피아노와 악보에 남은 남자의 체취를 느끼며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소녀의 행동은, 남자의 글쓰기를 훔쳐보고 그의 방에 빼곡한 책들을 살피며 남자와 같이 붓을 들고 글쓰기를 시작하는 소녀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30, 40년대 중국을 배경으로 쉬징레이 자신이 직접 각색한 시나리오는 이렇듯 원작을 충실히 재현하고 있다.

유려한 카메라워킹과 아름다운 세트로 비극적 러브스토리를 한없이 로맨틱하게 보여주었던 막스 오퓔스처럼 쉬징레이 또한 아버지와 딸 사이의 애증을 그린 연출 데뷔작 <아빠와 나>에 비해 한층 원숙해진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연출과 시나리오뿐만 아니라 여주인공까지 맡아 편지의 내용이기도 한 내레이션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쉬징레이는 남자주인공에 장원을 캐스팅해, 데뷔작에 이어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쉬징레이도 중국의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한 연기파 배우이고 장원 역시 자타가 공인하는 중국 정상급 연기자이지만, 영화 속 두 사람의 모습에서 아쉬움이 남는 것은 막스 오퓔스 영화에서 빛나는 연기를 보여준 조앤 폰테인과 바람기 다분한 캐릭터를 외모에서부터 체현한 루이 주르당의 그림자 때문일 것이다.

쉬징레이는 첫 작품에 이어 제작, 감독, 각본, 주연을 동시에 맡으며 여성 영화인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그간 장원이나 장위안 등과 함께 작업한 경력을 바탕으로 연출을 시작하고 나이에 비해 가볍지 않은 소재를 다루고 있는 이 조숙한 여감독은 데뷔작 <아빠와 나>로 그해 중국 금계장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받았고, 1년 뒤 <미지의…>로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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