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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쿠바의 다양한 일상, <휘파람>

<EBS> 3월26일(토) 밤 11시45분

쿠바 혁명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남겨지게 되었지만, 쿠바에서 영화적 변혁의 시기는 최근까지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흐름에서 언급할 수 있는 인물이 페르난도 페레즈 감독이다. 페르난도 페레즈 감독의 영화는 전통적 서사방식이나 상업영화 만들기의 전형에서 벗어나는 특징을 보인다.

<휘파람> 역시 마찬가지로 이 영화는 쿠바라는 공간을 배회하는 특정한 인물들을 카메라 앞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열여섯살 난 베베는 행복한 소녀이다. 그녀는 행복하지 않은 다른 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 세 사람 중 한명인 마리아나는 댄서로서 지젤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이런저런 고민을 하게 된다. 이 와중에 마리아나는 남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을 것을 맹세한다. 또한 줄리아는 비교적 특이한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는데 아무 곳에서나 의식을 잃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엘피디오는 물라토 출신의 음악가로서 쿠바를 배회하는데, 그는 과거에 관한 슬픈 사연 하나를 간직한다. 어머니에게서 버림받은 기억이 있다는 것.

영화 <휘파람>은 여러 인물들의 일상을 담아내고 있다. 댄서와 음악가 등으로, 이같은 인물의 구성은 영화가 특정한 인물들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에 관심을 보이고 있음을 입증한다. 다시 말해서 현대의 쿠바라는 공간을 비춰 보이면서 영화는 ‘지금의’ 쿠바를 살아가고 있는 문화적으로 다양한 취향을 지닌 사람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휘파람>은 이외에도 특이한 시도를 담고 있다. 쿠바의 전통음악을 중간중간 들려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팝문화의 영향을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중요하게 언급할 수 있는 것이 비틀스의 존 레넌이다. 영화 속 인물의 이름으로 사용되는 ‘줄리아’라는 이름 역시 그의 노래에서 빌려온 것이다.

<휘파람>은 상업영화의 전형적 결말 대신 열린 결말을 택한다. 예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영화를 마치는 것 대신, 관객의 상상에 호소하는 결말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영화를 통해 현실로, 그리고 다시 사회로 시선을 돌릴 것을 요구하는 감독의 의도로 읽을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어느 인터뷰에서 밝혔듯 어린 시절 페르난도 페레즈 감독에게 결정적 영향력을 발휘했던 영화는, 예상외로 <콰이강의 다리>였다는 것.

페르난도 페레즈는 비평가로 일을 하다가 영화감독이 된 경우다. 그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전문적으로 연출 경력을 쌓았고 이후 <위험한 생활>(1987) 등을 만들면서 장편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휘파람>은 선댄스영화제 등에 초청되면서 페레즈 감독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기도 했다. 여전히 다큐멘터리에 관심을 피력하는 페레즈 감독은 최근 <스위트 하바나>를 만들면서 쿠바라는 공간을 탐색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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