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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디스토피아] 우리들의 일그러진 교수님

방 없는 강사 노릇하다 보면 카페에서 강의준비를 해야 한다. 어제도 카페에서 열심히 강의 노트 만들고 있는데, 앞 테이블에 앉은 여학생들이 선생 때문에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사연을 들어보니 정말 황당하기 짝이 없다. “맹장이 터지더니 싸가지가 없어졌어.” 선생이 맹장 수술하고 돌아온 제자에게 내뱉은 말이라고 한다. 교수라는 자가 제자들 대하는 태도가 영 불량하다. 이게 대한민국 대학문화다. 물론 어디 가나 문제아들은 있지만, 그 선생이 감히 이런 발언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그 바닥의 수질을 웅변해준다.

강의 준비를 마치고 강의실로 들어가는 길. 복도에서 두 남학생이 큰소리로 열심히 어느 여학생의 흉을 본다. 그중 한 녀석이 외친다. “씨, 얼굴이라도 예쁘면 용서가 되지. 얼굴도 못생긴 게 싸가지까지 없어.” 옆의 녀석이 히죽거리며 맞장구를 친다. “맞아, 맞아.” 뭐 이런 거지 같은 녀석들이 다 있나. 두 녀석 상판대기를 보니 아무리 호의적으로 채점해도 도저히 그런 말할 주제가 못 된다. 저걸 얼굴이라고 붙이고 다니나. 저건 시각공해를 일으키는 사회악이다. 얼굴이라도 잘생겼으면 용서가 되지. 얼굴도 못생긴 놈들이 싸가지까지 없다.

갑자기 무슨 일 났나? 오늘 또 비슷한 내용의 엽기적인 기사를 읽었다. 전북 익산의 모 사범대학에서 어느 교수가 상습적으로 여학생들에 성적 폭언을 퍼부어왔다는 것이다. 그 내용이 정말 휘황찬란하다. “성폭력을 당하는 여자들의 반절 이상은 자신들이 원하거나 그럴 만한 틈을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널리 퍼져 있는 이 일상적 마초이즘이 또한 ‘조선이 먹힐 짓해서 먹혔으며, 위안부 할머니들은 은장도를 사용하시라’고 권하는 징그러운 한국 보수우익 멘털리티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 정도는 약과다. 교수님의 화려한 수사학을 좀더 들어보자.

“아줌마 얼굴이 두꺼워지는 이유가 아기 낳을 때 병원에서 이미 중요한 부분까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시는 교수님 얼굴은 왜 그토록 두꺼워졌을까? 그 역시 “중요한 부분까지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아줌마들이야 아기 낳으려고 그랬을 터, 교수님은 대체 무슨 계기로 자신의 중요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줘야 했을까? 드디어 여고괴담의 주인공을 발견했다. 바바리맨! 소문으로만 떠돌던 그 바바리맨의 정체가 밝혀졌다. 그는 모 사범대학 교수님이었던 것이다!

“외모로 성적을 준다면 너는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들겠지.” 외모로 봉급을 준다면, 교수님, 너는 몇푼이나 받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좋은 봉급 받긴 좀 힘들겠지요. 아니, 그 안면 가지고는 교수 노릇, 봉급 내가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요? 말로 설득한다고 마초 근성이 사라지겠는가. 말이 필요없다. 그 학교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에서 당장 할 일이 있다. 대학에서는 한 학기가 끝나면 교수들의 강의 평가를 하게 되어 있다. 이 참에 그것과 함께 남자 교수들 얼굴 평가제를 도입하는 거다. 그래야 저 마초 교수들이 비로소 주제 파악을 하지 않겠는가.

“요즘 대학생들은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난자까지 파는데 얼굴이 예쁠수록 난자 값이 비싸다. 너 정도면 난자 가격이 비싸겠는데.” 난자의 값이 달라지는 데에는 심오한(?) 이유가 있을 터, 그건 그만큼 종자의 질이 중요하다는 얘기가 아닐까? 난자만 비싼 거 쓸 게 아니라 웬만하면 정자도 비싼 거 쓰자. 주둥이에서 이런 가공할 삑사리가 새는 종자들은 100% 싸구려 불량정자에서 태어난 개체들이다. 정자 값 아끼려고 야메로 싸구려 정자 쓰니까 자꾸 이런 불량종자가 대학 교수씩이나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는 거다.

일러스트레이션 신용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