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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살려낸 프리다의 혼, 프리다 칼로, <Frida>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54)는 그림에 관심있는 20, 30대에게 구스타프 클림트, 에곤 실레와 더불어 가장 인기있는 화가에 속한다. 그녀가 주목받는 데에는 영화 <프리다>(2002)의 영향이 없지 않지만, 파란만장한 일생 그리고 삶의 고통과 상처를 각혈하듯 쏟아낸 작품 자체의 매력에 공을 돌려야 할 것이다. 프리다 칼로가 지금의 청년세대에 시쳇말로 ‘강렬한 포스가 느껴지는’ 상황은 그녀가 인기 화가를 넘어 ‘20세기 문화아이콘’(체 게바라처럼!)의 위상을 얻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과 이름을 앞세운 이 음반은 얄팍한 기획 음반으로 오해받기 쉽다. 하지만 ‘밴드’ 프리다 칼로는 ‘화가’ 프리다 칼로의 붐이 일기 전인 1995년에 결성해 올해로 활동 10년째를 맞이한 록그룹이다. 이들은 음반 <자화상>(1998), <온고이지신>(2000)과 수백회의 공연을 통한 본연의 활동 외에 인디신의 맏형 밴드로서 동료 및 후배 밴드의 활동과 권익에도 앞장서온 ‘아름다운 밴드’다.

지난 10년을 돌이켜보건대, 프리다 칼로의 3집 <Frida>는 자신들에게 밴드명과 영감을 안겨준 화가에게 바치는 ‘예정된’ 진심어린 오마주임을 알 수 있다. 음반의 전체적 꼴 역시 프리다 칼로의 삶과 예술을 밑거름으로 형상화한 컨셉 음반에 가깝다. 전작들을 준거로 ‘예의’ 복고적 하드 록 사운드를 예상한다면, 주술적 허밍과 어쿠스틱 기타가 어둡게 휘감기는 첫곡 <나의 탄생>부터 번지수를 잘못 짚었음을 직감할 것이다.

음반 <Frida>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중심으로 하며 프로그레시브 록에 가깝다. 고갱이에 해당하는 <여행자> <바람의 노래>나 9분이 넘는 대곡 <프리다>의 음악 스타일 때문만은 아니다. 난해하진 않지만 여러 테마와 상이한 스타일이 한곡 내에서도 섬세하고 짜임새 있게 맞물린다는 의미도 내포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인디언의 주술이 삽입된 재즈풍의 <푸른 뱀>, 라틴 그루브가 넘실대는 <프리다> 하는 식의 설명이 무의미할 정도다. 귀에 쏙 들어오는 ‘노래’가 없는 점은 아쉽다. 대신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된 다소 과잉된 정서를 효과적으로 제어해낸 것 같다. 수록곡에 담긴 화가 프리다 칼로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밴드의 모습을 포갤 수 있다면, 또 이 음반을 진보적이라 부를 수 있다면 그런 맥락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