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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캐서린 헵번 전설의 시작, <필라델피아 스토리>
2005-04-08

‘Sophisticated!’ 세련된 영화를 말할 때 1930년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 스크루볼코미디를 빼놓을 순 없다. 상류계급 출신의 주인공과 사교계, 1퍼센트의 모자람도 없는 연기, 완벽한 리듬을 들려주는 연출, 적당히 지적인 대사와 머리를 콕콕 찌르는 농담, 매끄러운 관현악. 그러나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상류계급과 즐길 준비다. 그들과 함께 웃으면서도 비웃음의 꼬리를 감추지 않는 이 사악한 코미디는 보는 사람의 세련된 감각마저 요구한다.

<필라델피아 스토리>는 캐서린 헵번과 캐리 그랜트가 커플로 등장했던 <베이비 길들이기>(1938)와 <휴일>(1938)의 변주 혹은 뒷이야기 같다. 그런데 재혼을 결심한 여자와 그 결혼에 끼어든 전남편과 가십 잡지기자의 이야기는, 프랭크 카프라의 ‘디즈-스미스-도우 3부작’처럼 스크루볼코미디에 다소 심각한 드라마를 붙인 형상이다. 필립 배리가 브로드웨이 연극의 희곡을 쓰면서 헵번을 염두에 뒀다거나, 하워드 휴스가 영화화 판권을 헵번에게 선물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필라델피아 스토리>는 헵번 전설의 진정한 시작으로 평가되곤 한다.

그런데 어디 캐서린 헵번뿐이랴, 영화에 참여한 이름들은 그 자체로 만듦새의 보증수표였다. 캐리 그랜트, 제임스 스튜어트(그는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와 MGM의 전속배우들, 제작의 조셉 맨케비츠, 각본의 도널드 오그덴 스튜어트(<휴일>), 촬영의 조셉 루텐버그(<지지>), 음악의 프란츠 왁스맨(<선셋대로>), 편집의 프랭크 설리번(<올해의 여성>), 미술의 세드릭 기븐스(<파리의 미국인>)와 에드윈 윌리스(<가스등>), 의상의 에이드리언(<오즈의 마법사>), 음향의 더글러스 쉬어러(<미니버 부인>), 분장의 잭 돈(<아담의 갈비뼈>), 그리고 이들을 지휘한 조지 큐커 감독이 있었다. 큐커가 만든 코미디는 하워드 혹스의 스크루볼코미디가 성취한 완벽함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우아함에 있어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우아함을 동반한 영화의 속도, 거기에 한번 휩쓸리면 웬만한 이성은 마비된다. 그것이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절 작품의 힘이었다.

미국에서 출시된 ‘워너 클래식 코미디 컬렉션’ DVD엔 <베이비 길들이기> <사느냐 죽느냐> 등 여섯 작품이 수록됐으나, 국내에선 아쉽게도 그중 <필라델피아 스토리>만 선보인다. 지닌 베이싱어의 100점짜리 음성해설, 터너에서 제작한 두편의 다큐멘터리- <캐서린 헵번: 나의 모든 것>과 <영화인: 조지 큐커편>, 단편영화, 단편애니메이션 등의 부록은 안 만나면 후회할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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