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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매니지먼트 빅뱅 [5] - 우려의 목소리들
2005-04-12

매니지먼트 확장일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공동제작? 스탭 인건비가 더 급선무다”

강우석/ 감독·시네마서비스

요즘 아주 화가 난다. 처음에는 배우 한둘 갖고 지분을 요구하다가 공동제작까지 요구하는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연기자도 겸손할 필요가 있다. 꼭 누구 누가 나와야 하고 그런 게 영화가 아니다. 그런 문제보다 영화계 전체가 모두 머리를 싸매고 함께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스탭 인건비다. 몇몇만 배부르게 하는 현재의 구조는 비정상이다. 너무 부익부 빈익빈을 조장한다. 상대적 박탈감도 만들어낸다. 제작자는 영화 한편 망하면 제작비가 다 날아가는 것을 보지 않냐. 무엇을 하더라도 시장질서를 어지럽히지 않는 범위 안에서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젊은 애들의 경우 매니지먼트사에서 부추기니까 개런티가 천정부지로 뛴다. 드라마 한편 하고 나서 3억원씩 달라는 게 말이 되냐. 난 공동제작이고 뭐고 인정하지 않으니까 그 꼴을 보지 않고 살지만, 지금 현실이 150만∼200만 관객이 들어도 적자가 나는 구조다. 정말 이렇게 하면 최악의 경우엔 나도 매니지먼트를 한다. 그런 정도로 캐스팅이 안 된다면 말이다. 신인을 키울 거다. 사실, 이건 제발 안 일어났으면 하는 일이다. 제발 서로 자제 좀 하자.

“제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차승재/ 싸이더스 대표

매니지먼트의 입장을 완전히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자기네도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 같다. 하지만 이것 하나는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영화에서 제작사는 뿌리다. 제작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한두 작품 공동제작한다고 해서 프로덕션 노하우가 쌓이는 것은 아니다. 프로듀서가 매니저를 못하듯이 매니저도 프로듀서를 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만약 지금처럼 매니지먼트들이 다 제작에 뛰어들어 프로덕션을 죽여놓으면 이후 어떻게 되겠나. 행여 영화의 질이 떨어져 관객이 외면하게 되면 그 이후에는 모두에게 손해 아닌가. 제작사 입장에서는 우리의 크리에이티브를 지키는 방향을 갈 수밖에 없다. 영화제작가협회에서는 법제화 문제와 함께 되도록 제협 회원사만큼이라도 공동제작을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 사실 매니지먼트 입장에서는 여러 인센티브 등 수익 창출 방법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의 공동제작 방식은 안 된다”

심재명/MK픽쳐스 대표

공동제작에 관해서라면 이유가 합당하고 조건이 맞는다면 언제든지 할 거다. 예컨대 배우가 직접 제작자로 나선다든가, 배우가 사전에 결합해서 함께 작업을 하면서 제작단계의 리스크를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만들자는 목표가 세워질 경우라면 말이다. 하지만 현재의 공동제작 방식으로는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걱정이다. 배우 수는 적은데 개런티가 계속 상승한다. 그런데 요즘 영화가 돈을 버냐 하면 해외시장을 빼고 나면 없는 셈이다. 우리가 다양한 시장을 만들었나 아니면 시장이 월등히 커졌나. 물론 현재의 제작비 압박이 모두 배우 개런티 탓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 배우만큼은 아니어도 스탭들 인건비도 굉장히 올랐다. 스탭 또한 극심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겪고 있지만. 우리도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고 있다. 전혜진, 최덕문과 신인배우들이 있는데, 그것은 현재의 매니지먼트에 대한 견제나 대항이 아니라 그저 좋은 배우를 발굴하자는 차원이다. 우리는 배우쪽에 투자를 많이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요즘 한 가지 섭섭한 것은 예전부터 알던 배우들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훨씬 강해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감독이나 시나리오, 제작사보다 비즈니스라는 차원에서 선택을 하는 것 같다는 얘기다.

“공동제작 금지 법제화 논의 중이다”

이승재/ LJ필름 대표

사실 영화제작자협회에서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윌리엄 모리스나 CAA 같은 에이전시가 제작을 못하고 있는데, 우리도 그런 법제화가 필요하지 않으냐 하는 내용이다. 그렇게 되면 매니지먼트가 공동제작에 대한 요구를 못하게 될 것이다. 각자의 전문화를 통해 공생으로 가야 하지 않느냐는 차원이다. 제작사의 요건도 엄격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시나리오 개발 능력과 예산 컨트롤 능력이 부족한 신생 제작사의 경우 투자를 받기 위해 배우 개런티를 올리고 공동제작을 하는 등 거품만 만드는 것 같다.

“이대로가면 매니지먼트도 죽는다”

모 매니지먼트사 K대표(본인의 요청에 따라 이니셜로 표기합니다)

전속금이 본격적으로 생긴 것은 2000년 무렵으로 기억한다. 그때 몇몇 기획사들이 전속금을 걸고 배우들을 확보했다. 그뒤부터도 최근까지는 통상 A급 배우 1억원에서 3억원선이었고, 5억원까지 가면 정말 이변이었다. 사실 매니지먼트만 해서는 2억∼3억원만 줘도 타산이 안 맞는다. 제작을 하려는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본다. 최근의 분위기는 일선 매니지먼트의 사기를 죽이는 일이다. 심화되면 웬만한 데서는 연기자를 영입할 수 없게 된다. 신생 제작사의 부실한 기획의 경우, 배우의 경력을 생각하면 안 하는 게 낫다고 본다. 하지만 일단 돈이 보이면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을 거다. 만약 그런 상황에 몰리게 되면 “그냥 노는 셈 치고 한번 하자”고 배우를 설득하는 것 같다. 투자사들도 그런 부실한 기획에 과감히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할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