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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이민신청자에 관한 영화 <상처>의 주인공 불법체류자로 체포

파리의 불법체류자들

<상처>

니콜라 클로츠 감독의 <상처>(La Blessure)는 새로운 삶을 위해 프랑스로 오려는 이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그린 영화다. 지난해 칸영화제의 ‘감독주간’을 통해 소개된 이 영화는 드물게 철학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프랑스 철학자 장 뤽 낭시의 <이방인>(L’Intrus)을 토대로 하는 이 영화는 프랑스로 몰려드는 이민자들과 난민 신청자들의 참담한 삶을 통해 사회적 규범과 통제에서 소외되는 인간성을 신중하게 담아낸다. <상처>에서 보이는 것처럼 이민 신청자 대부분은 아프리카 출신이다. <상처>의 공항은 아프리카도 프랑스도 아닌, 사막과도 같은 건조하고 생기없는 제3의 공간이다. 우여곡절 끝에 프랑스 입국허가를 받고 공항을 빠져나온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희망일까? 체류증도 살 곳도 없이 불법으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상처>는 사회적 통제하에 살아가는 난민 신청자들의 삶과 시스템의 부조리를 보여주지만, 시나리오를 쓴 엘리자베스 페르스발이 <카이에 뒤 시네마>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것처럼, 영화 속의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프랑스의 난민 신청 절차에 대한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저널리즘적 앙케트’를 넘어 그들의 비참함을 ‘어떻게 필름에 담을 것인가’라는 ‘미학적 고민’에 주목한다. <상처>는 다큐멘터리와 픽션, 등장인물과 실제인물 사이의 경계를 허물면서 클리셰를 극복한다.

지난 3월22일 파리 북역에서 <상처>의 주연배우 아다마 둠비아가 프랑스 경찰의 불심검문에서 불법체류자로 체포되어 징역 2개월의 집행유예와 본국으로의 강제추방 명령을 받은 상태로 구금되는 사건이 있었다. 코트디부아르 출신인 둠비아는 지난 2001년 프랑스에 도착해 그바그보(Gbagbo) 코트디부아르 대통령 정권에 반대하는 운동을 해서 본국에서 살 수 없다는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지만, 2004년 12월 프랑스 당국으로부터 신청이 거부되어 불법체류 상태로 지내던 중이었다. 이 사건이 있기 전 니콜라 클로츠 감독은 배우의 캐스팅에서 “그러한 상황 속에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상황에 있지 않는 것 같은 배우를 찾고 싶었다”고 밝혔다. 현재 니콜라 클로츠 감독과 스탭들을 비롯해 여러 시민단체들이 둠비아의 석방과 구명을 호소하고 있으며, 자크 랑 전 문화부 장관은 둠비아에게 지지 서한을 보냈다. <상처>는 4월6일 프랑스 150개 도시에서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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