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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이순신>, 애국심 덕에 인기폭발?

독도 사태 이후 시청률 30%를 넘긴 <불멸의 이순신>

요즘 그야말로 사극이 ‘뜨고’ 있다. 김수현의 저력으로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부모님전상서>를 제외하면 드라마 시청률 순위 2위부터 4위까지가 모두 사극이다. 그중에서도 최근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작품은 <불멸의 이순신>. 방영 전 쏟아진 관심에 비해 그닥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하던 이 드라마는 최근 시청률 30%대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본 시마네현 ‘다케시마의 날’ 조례 제정으로 반일감정이 드높아졌기 때문이다. 때마침 극중에서 임진왜란이 본격적으로 다루어지면서 반일감정이 고스란히 드라마로 몰리게 된 것. 일본의 잇단 망언으로 쌓여만 가는 현실 속 울분을 이순신이 왜군을 속시원히 무찌르는 장면을 통해 풀려는 시청자의 보상심리는 홈페이지 게시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400년 전 왜적을 물리친 이순신 장군이 독도를 지키고 계시는 한 감히 일본이 독도를 넘보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독도에 이순신 장군 동상과 거북선 모형을 설치하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로 20%대 초반에 머물러 있던 시청률은 ‘다케시마의 날’ 조례가 발표된 3월 셋쨋주부터 크게 오르기 시작했고 10위권 안에 겨우 들던 순위도 단숨에 3위로 뛰어올랐다. 임진왜란에서 23전23승이라는 위대한 기록을 세운 이순신의 통쾌한 승리장면을 빨리 방송하라는 시청자의 성화가 게시판에 줄을 이었고, 마침내 첫 전투인 옥포해전에서의 승리가 방영된 지난 4월3일에는 시청률 30.3%(TNS미디어코리아 집계)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지난해 9월 첫 방송을 시작할 때 <불멸의 이순신>을 두고 대박을 점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순신을 소재로 한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가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기간에 읽었다고 알려져 베스트셀러가 된 뒤 이른바 ‘이순신 열풍’이 문화계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500억원이라는 대규모 제작비를 투입해 만드는 <불멸의 이순신>에 많은 기대가 쏟아진 것은 당연한 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도 어마어마했다. 100억원을 투입해 전북 부안에 오픈 세트를 지었고, KBS 수원 스튜디오에는 국내에선 유일하게 미니어처로 수중 전투신을 촬영할 수 있는 공간도 확보했다. 실제 거북선과 판옥선을 본뜬 모형도 부안 앞바다에 띄워졌고 실감나는 전투장면을 위해 컴퓨터그래픽 기술도 마구 쏟아부었다.

이렇게 공을 들인 덕에 “단 한척의 배도, 단 한명의 적도 살려보내지 말라!”는 어록을 남긴 노량해전으로 시작한 초반부는 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첫주 시청률은 18.4%. 높은 기대에 비하면 다소 실망스러운 수치였지만 첫 방송치곤 괜찮은 결과였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시청률은 20%를 넘어설 줄 몰랐다. 어린 시절부터 이순신의 성장과정을 그리다보니 전개도 느리고 흥미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 성장한 이순신이 본격적인 활약을 하면서 극의 전개도 탄력을 받아 드디어 20%대에 진입했다. 하지만 같은 시간대 경쟁드라마인 <봄날>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면서 <불멸의 이순신>은 관심에서 멀어졌고 오히려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라는 비판에 직면해야 했다. 그랬던 <불멸의 이순신>이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른 것은 그야말로 ‘절묘한 타이밍’ 덕이라 해야 할 것이다.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이른바 ‘독도 사태’가 드라마에는 호재로 작용했으니 말이다. 덩달아 인기가 오른 주인공 김명민은 충남 아산시와 순천향대학이 공동 주최하는 ‘제44회 아산 성웅 이순신 축제’에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으면서 전북 부안의 오픈 세트도 손님을 맞느라 분주해졌다. 촬영장 유치를 위해 제작비 중 50억원을 전라북도와 함께 지원한 부안군은 드라마가 성공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3월까지 이 오픈 세트를 찾은 관광객은 64만명. 평일에는 5천명, 휴일에는 1만5천여명가량이 이곳을 찾는다. 이로 인해 생긴 경제적 가치만도 27억원에 이를 정도. 주민들 또한 이번이 핵폐기장 반대운동으로 얼룩진 이미지를 씻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하고 드라마 촬영에 협조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불멸의 이순신>에 대해 ‘독도 열풍’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순신의 승리장면을 학수고대하던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몇주 전부터 전투장면을 시작한다고 예고편을 내보내놓고 약속을 어겨 비난을 받기도 했고, 지난 3일 방영분 앞머리에는 약 10분간 전날 방송된 전투신 내용이 그대로 방영됐다. 옥포해전을 승리로 이끈 장수들의 회상신도 너무 길게 이어져 지루함을 느끼게 했다. 제작진은 ‘편집의 묘’로 이해해달라 했지만 해전을 촬영하는 데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 다른 부분을 소홀히 하는 모습은 시청자에게 실망만을 안겨줬다.

앞으로 거북선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는 사천해전을 비롯해, 한산도해전, 부산포해전, 명량해전 등 일곱 차례의 해전이 펼쳐질 예정이다. 40여부 남짓 남은 극의 후반부는 대부분 전투신으로 채워질 것으로 보여 지금의 기세라면 시청률은 더욱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불멸의 이순신>이 많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안겨줄 것임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시청자의 지지를 받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전북 부안 오픈 세트

100억원 이상 예산, 5천평 부지, 80t의 거북선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반만 달리면 <불멸의 이순신>의 생생한 현장 속으로 빠져들 수 있다. 전남 여수, 경남 통영과의 치열한 경쟁에서 부안이 촬영지로 선정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다른 곳은 해안에 도로, 양식사업, 선착장 포장, 관광 편의시설 건설 때문에 옛 모습을 살리기 위한 풍경이 될 수 없는 데 반해 부안은 발달이 덜 되어 천혜의 자연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어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의 역사와 문화를 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서울에서 지리적으로 좀더 가까운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1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인 오픈 세트의 규모는 5천여평. 궁중장면을 촬영하는 영상테마파크에는 경복궁을 비롯해 흥례문, 근정전 등이 실제와 똑같은 모습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격포항에서 1.5km 떨어진 궁항에는 전라좌수영, 위도 논금해수욕장에는 조선군 진지, 적벽강에는 명군 진지, 성천에는 왜군 진지가 마련되어 있다. 전라좌수영 세트 옆에는 ‘긴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에 잠겼던’ 이순신의 한산섬 수루도 8평 규모의 전통 누각 형태로 만들어져 있다. 또한 격포항에는 3개월 동안 작업한 길이 20m, 너비 7m, 높이 5m에 무게가 80t이나 되는 거북선 외에 이순신이 해상전투를 지휘하던 판옥선과 왜군 군함, 명나라 수군 선박 등 10여척의 배가 떠 있다.

오픈 세트 안쪽에는 드라마 촬영장면을 담은 사진들도 전시되어 있으며, 장검이나 100개의 화살을 동시에 쏘는 화차 등 공들여 만든 소품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부안군청 홈페이지(www.buan.go.kr)에 있는 오픈 세트 안내 페이지에서 촬영지 답사코스를 미리 확인하고 찾아가면 좀더 알차게 세트 구석구석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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