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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의 한복판, 가슴이 운다, <노맨스랜드>
조성효 2005-04-15

발칸반도는 인종청소가 두번씩이나 발생한 저주받은 지역이다. 20세기 초 터키에 의한 아르메니안 100만 학살에 이어 90년대 세르비아에 의해 20여만명의 보스니아인이 학살당했던 것이다. <노맨스랜드>는 수년간에 걸쳐 발생한 보스니아 내전을 2시간도 채 못되는 시간과 한뼘의 땅에 갇힌 3명의 병사를 통한 작은 전쟁으로 사태의 본질을 녹여 보여준다.

총든 자의 말이 진실이고 대화채널을 가진 자가 세계 경찰과의 대화에 유리하며 유엔의 관료주의는 상황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며 죄책감이 드는 이유는 엔딩 크레딧이 오르며 체라의 등 밑에 파묻힌 지뢰의 폭발음을 우리로 하여금 기다리게 만든다는 점에 있다. 그 소리를 기대하며 우리는 보스니아 내전이란 해결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유엔의 체념적 시각을 공유하게 된다. 하지만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모두 올라갈 때까지 지뢰의 폭발음을 결코 들려주지 않는다. 타노비치 감독은 해결의 여지를 끝까지 남겨두며 누군가 그 지뢰를 해체해주길 바란다. 내전은 잠재적 불씨를 남긴 채 끝났고 어느덧 우리의 기억 속에서 지워져갔지만 감독은 <2001년 9월11일>에서 여인들의 무언의 거리시위를 통해 그날의 참상을 잊어버려선 안 된다고 말한다.

국내판 DVD는 다행스럽게도 PAL방식의 스피드업 현상으로 인한 93분의 러닝타임과 DD 2.0채널을 가진 유럽방식이 아닌 97분 버전에 DD 5.1 채널을 담은 북미버전에 바탕을 두고 있다. 부록으로는 25분간에 걸친 전찬일 평론가의 강의 영상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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