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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이오셀리아니의 정말 독창적인 세계, <안녕, 나의 집>

칠순 노장 오타르 이오셀리아니가 본격적으로 주목받은 것은 프랑스로 망명한 1980년대부터였다. 우리에게도 영화제를 통해 두어번 소개됐다고는 하지만 영화제용 귀한 손님 정도로 그를 대접하기엔 뭔가 아쉽다. 알렉산더 도브첸코로부터 영화를 배운 그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세르게이 파라자노프와 함께 평가되는 이름이며, 우리가 지금 마지막으로 발견해야 할 살아 있는 거장이다. 그의 대표작 <안녕, 나의 집>은 한 부호의 가족과 도시에 흩어져 사는 인간 군상의 이야기다. 근작 <월요일 아침>에 버나드 맬러무드의 <피들먼의 초상> 중 ‘베니스 편’이 녹아 있다면, <안녕, 나의 집>은 <톰 존스>처럼 유쾌한 악당이 등장하는 피카레스크 소설을 닮았다.

주인공과 주요 인물의 수는 대충 잡아도 스무명이 넘는데, 영화는 결말에 도달할 즈음에도 여기저기 뿌려둔 에피소드와 각각의 삶들을 주워담는 데 별 관심이 없는 양 흘러간다. 일군의 구성원으로 파리의 축소판을 구성해놓은 도시의 교향악- <안녕, 나의 집>에서 이오셀리아니는 계급, 세대, 인종, 남녀간의 충돌과 갈등을 다루는 듯하다가도 어느샌가 소소한 일상으로 돌아오면서 개입과 회피를 반복한다. 하지만 여기엔 담담한 일상의 시시함, 젠체하며 뽐내는 철학자, 호락호락 선동하려는 서툰 동기가 숨어 있지 않다. 자연과 생명과 삶에 대한 예의는 날카로운 지성을 넉넉한 지혜로 감싸고 있는 자만이 보여줄 수 있는 영역이며, 비극과 희극이 교차하는 삶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다른 세상을 언뜻 쳐다보는 자에겐 초월의 정서가 흐른다.

영화엔 빌헬름 뮐러의 연작시에 슈베르트가 곡을 붙인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의 첫곡 <방랑>이 계속 흘러나오는데, 앞날의 기대에 부푼 남자의 노래는 영화의 결말을 암시한다. 단, 시냇물에 몸을 던지는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의 물방앗간 일꾼이 <안녕, 나의 집>에 있을 리 만무하다. 두 남자가 멀리 닻을 올리고 대양을 가르는 <안녕, 나의 집>의 엔딩은 말로만 듣던 ‘무념무상의 경지’가 이런 것인가, 머리 숙이게 한다. 의뭉한 표정으로 자기 영화의 주인공 역을 맡곤 하는 오타르 이오셀리아니를 일러 혹자는 자크 타티가 재래했다고 했다. 그러나 <안녕, 나의 집>의 황홀한 경지는 온전히 이오셀리아니의 것이다.

이오셀리아니의 작품집이 출시된 프랑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그의 작품을 DVD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안녕, 나의 집>의 국내 출시가 어찌 반갑지 않겠나. 그의 작품 세계를 조금이나마 살필 수 있는 감독 인터뷰도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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