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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정훈이를 만나다 [2] - 정훈이가 뽑은 만화 BEST 10
사진 오계옥김혜리 2005-04-26

고증을 통한 역사만화 해보고 싶다

-종이만화 외에 멀티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만화가로 안다. 잠시 회사를 운영하기도 했는데.

=‘도나스’라는 이름의 회사였는데 인터넷 사업 기획에 뛰어들지 않으면 뭔가 큰 기회를 놓치는 것처럼 생각하는 골드러시의 시기였다. 24시간 365일 열려 있는 남기남의 사이버 마을 같은 것을 꿈꾸었다. 밖에서 비가 오면 그 마을에도 비가 내리고, 꽃가게에 들어가면 기남이가 주문을 받고 극장에 가면 영화를 볼 수 있는 <트루먼쇼> 같은 세계를 신나게 구상했는데, 유기적으로 관리할 통제시스템 비용이 수익성에 맞지 않았다. 지금도 아이디어는 많다. 영화의 세트처럼 3D 세상을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만화를 그리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어울리는 친구들이 궁금하다.

=만화와 전혀 관련없는 일을 하고 내 만화를 열심히 읽지도 않는 친구들이다. 만화가끼리는 어쩌다 만나면 모임을 발족하자고 말만 해놓고 다시 각자의 세계에 파묻힌다. 우연히 러시아워의 전철을 타면 적응이 안 돼 40분 거리를 20분씩 나누어 중간휴식을 갖는다. 시간이야 많으니까. (웃음) 박쥐가 다 돼서 가끔 낮에 운전을 하려면 눈이 부셔서 못하겠다. 운전하는 일 자체가 드물어서, 추석에 차로 고향가자고 친구들 소집해놓았는데 주차장에 가보니 자동차세가 체납돼 번호판을 떼어간 적도 있었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씨네21>과 앞으로 얼마나 동행할 수 있을까.

=개인적 목표는 이미 채웠고 위기의식도 느낀다. 사실 인터넷만 봐도 영화를 이용한 만화를 그리는 재능있고 기발한 친구들이 많다. 연재 시작할 때는 이런 보석들이 발견되기 전이었으니까 내게 기회가 온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고증을 제대로 해서 역사만화를 그려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극화체에 대한 야심이 있나.

=내가 극화체를 그려도 <드래곤 볼> 정도가 최대치가 아닐까. 길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그림체의 장편. 두 번째는 정훈이 캐릭터를 유지하면서 배경이 충실하고 볼거리가 풍부한 만화다. 전에는 캐릭터 하나 갖고 10년 하는 작가를 경멸했는데, 지금은 정이 들어서인지 기남이가 “뜨지도 못했는데 버리냐”고 내게 서운해할 것 같다. 그동안 기남이가 어떤 상황만 주면 알아서 움직이며 잘 해주었다. 그는 나와 같이 변해왔다. 어린이나 여성으로 나온 적도 있지만 요즘은 수염도 나고 신경질적인 본색을 드러내는 30대 초반이다. 나처럼.

정훈이가 뽑은 ‘만화 vs 영화’ & ’만화 vs TV’ Best 10

<사무라이 픽션>

“아리가또 고자이 마시다.”(알이 고장이 나는 건 아닐까?) “고… 고자이 마쓰?”(고… 고자가 된다고?) MTV 스타일 흑백 사무라이영화를 흑백 그림체와 사투리를 교묘히 도입한 자막으로 소화한 쾌작.

작가 가라사대, “흑백영상, 완벽한(?) 일본어 대사처리로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취화선>

오원 장승업의 만화계 진출에 아연긴장한 조선시대 만화가 닷냥 정승업의 이야기. 본인의 다른 작품 <신기전>을 말미에 인용해 고정팬들에게 윙크를 보냈다.

작가 가라사대, “바로 내 얘기”.

<신기전>

제자리 서서 손날치기의 명수 서태봉 시발의 바지 저고리 휘날리는 호쾌한 무술 한판. 스티븐 시걸의 <언더 씨즈>를 무려 네 페이지에 걸쳐 패러디한 조선시대 블록버스터다.

작가 가라사대, “조선시대와 할리우드의 연결은 내가 좋아하는 장르”.

<출동 6mm 현장 속으로>

계단과 에스컬레이터, 개찰구에서 몸을 푼 시민 남기남. 열차가 도착하면 객차 내 기물을 이용한 근지구력, 순발력 운동이 시작된다. 지하철을 헬스클럽으로 활용하는 ‘지하철시민헬스“ 회원들의 이야기.

작가 가라사대, “하는 짓이 귀엽잖아~”.

<마이너리티 리포트>

<씨네21> 편집팀의 열광을 산 내부자 유머의 걸작. 주인공 허문영(가명)씨의 말투와 외모가 성취한 리얼리즘의 수준이 뛰어났던 나머지, 소식 끊겼던 지인과 재회하는 미담이 있었다.

작가 가라사대, “실존인물에 대한 완벽한 묘사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무사>

고려를 향해 명나라에서 발길을 재촉하는 고단한 무사들. 그들의 이름은 노무사, 법무사, 세무사, 녹취속기실무사, 간호조무사, 무사 무선철제본, 무사 안일주의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 오늘도 무사 ‘히’다.

작가 가라사대, “내가 한 말장난의 진수”.

<첨단산업의 현장>

대한민국 미취업계 대부 남기남은 최첨단 CPU 칩셋을 제조하는 함안댁(하만테크)에 취직한다.

작가 가라사대, “첨단산업현장을 아주 서민적으로 그려낸 점”.

<스타워즈>

영화보다 제작방식을 패러디한 작품. 오리지널 <스타워즈>와 업그레이드판을 나란히 편집해 화면사이즈, 사운드, 색보정 등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낱낱이 밝혔다.

작가 가라사대, “조지 루카스만이 <스타워즈>를 디지털화하는 건 아니다. 나도 숨어 있는 1인치를 찾았다”.

<쇼생크 탈출>

데뷔 뒤 3번째 작품. 교도소에서 문화영화로 <쇼생크 탈출>을 보고 탈옥을 결심하는 씨네박의 인생모방. 김지미 포스터 뒤를 효자손으로 파서 탈출로를 만들기 어언 몇년. 이감이라니 이 무슨 날벼락!

작가 가라사대, “<쇼생크 탈출>을 단체관람하는 재소자들이란 상황설정에 스스로 기특해했다”.

<전설의 고향>

‘박광수 간다.’ 바캉스의 어원을 우리의 것에서 찾았다.

작가 가라사대, “남기남의 출세작. 남기남이란 캐릭터의 성격이 정의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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