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스페셜 > 스페셜1
<시내 라이트> [2] - 10년 전 첫 만남

PROLOGUE

혹시 만나셨을지도 모르겠다.

춤추기를 좋아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이 소녀를 말이다.

늘 웃고, 상냥하고, 그랫서 어디서 봤었노라고

착각이 들지 모르겠다.

소녀는 꽃을 판다.

그 꽃 한 송이가 그녀의 운명을 바꾼다.

SCENE 1. 10년 전 첫 만남

춤을 추던 꽃파는 소녀를, 지나가던 당대의 인기배우 채플린이 바라본다. 채플린은 소녀의 해맑은 눈동자에 반해 잠시 멈춰서 있다. 그리고 소녀에게 춤을 청한다. 우아하게 춤을 추는 채플린과 소녀. 소녀는 대스타와 춤을 춘 황홀한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영화배우가 꿈인 소녀, 영화배우인 채플린.

채플린 | 너 참 눈이 맑게 생겼구나.

소녀 | 선생님, 선생님은 혹시 고저 영화배우, 그것도 인민배우 아니심까(아니십니까)?

채플린 | 머뭇머뭇. (싱긋 웃고는 손을 내밀어 춤을 청한다. 콧수염이 익살스럽다.)

소녀 | (처음엔 수줍어하다가, 나중엔 손을 잡아당기며 자신있게) 탱고며 룸바를 추는 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슴다. 인생과는 달리 춤에는 머 실수랄 만한 게 없단 말임다. 설령 실수를 한다 해도 다시 추면 되는 것 아니겠슴까. 일 없슴다(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음악이 시작되면 그것을 느끼시면 됨다. 그러면 저절로 몸도 움직이니 맘놓으쇼.

채플린 | 정말 내 몸도 저절로 움직이네. 이거 영화 찍는 거랑 참 똑같다.

소녀 | 나중에 선생님과 <시티 라이트> 같은 영화 고저 한번 찍어봄 참 좋갔슴다. 그래서 10년 뒤 함께 시내리 같은 멋진 영화잡지 표지를 하면 또 얼마나 가문의 영광이겠슴까.

채플린 | 이건 어떨까. 10년 뒤 영화도 만들고 영화잡지도 만드는 영화의 중심지 시내리에서 만나는 거야. 올해가 바로 영화탄생 100주년을 맞는 해란다. 너 그리고 시내리(<씨네21>을 잘못 읽으면 이렇게 된다) 알지, 새로 나온 영화주간지? 내가 표지를 한 이 잡지 말이야. 그런데 10년 뒤 우리는 서로 어떻게 알아보지? 서로 선물을 주고 그걸 징표로 삼을까. 그래도 걱정말아라. 좋은 건 절대 잊혀지지 않는 거니까.

채플린은 선물로 소녀에게 지팡이를 건네고, 소녀는 채플린에게 꽃 한 송이를 건넨다.

SCENE 2. 소녀의 기도

소녀는 채플린 아저씨를 떠올린다. 지팡이를 만져본다. 춤도 추고, 아저씨의 영화도 본다.

소녀 | 선생 동무, 일찍이 어른이 되고 영화배우가 되어 그대 곁으로 가갔슴다.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것임을 선생님은 아심까.

그러나 방심하고 있다가 의자 위에서 춤을 추면서 발목이 삐끗한다. 이제 춤을 출 수 없게 된 소녀.

소녀가 혼자 춤추며 생각에 잠긴 장면. 멀리서 지켜보는 채플린 포커스 아웃.

SCENE 3. 채플린의 상상

채플린은 소녀를 떠올리며 꽃 한 송이를 양복 상의에 꽂는다. 소녀와 자신이 주인공인 영화 <시티 라이트>를 상상한다.

채플린 | 천천히 무럭무럭 자라거라. 그런데 10년 뒤에도 내가 여기에 있을까? 그래, 소녀에게 정상의 영화잡지 시내리 정기구독권을 보내주는 건 어떨까. 계속 영화의 꿈을 놓지 않게 말이야.

흐뭇하게 꽃을 바라보며 소녀를 생각하는 장면. 멀리서 소녀 포커스 아웃.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