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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몽환적인 정물화 <정일의 이야기 정원전>
2005-05-11

5월4∼16일ㅣ인사갤러리ㅣ02-735-2652

<이야기 정원-튜울립>

흔히 예술을 ‘감성의 살을 뜯어 짓는 집’에 비유하곤 한다. 그래서 작가의 감성은 작품의 색깔을 결정짓는 역할을 하게 된다. 정일의 예술가적 감성의 원천은 무엇일까. 그의 작품을 여는 키워드는 ‘보아 뱀’이다. 바로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그 주인공이다. 대개의 작품에 감성적 교감을 유도하는 아이콘으로 ‘보아 뱀’을 등장시킴으로써, 동화적 감수성이 배어 있는 편안하고 친근한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이는 정일의 회화가 지닌 문학성을 좀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근 <이야기 정원> 시리즈를 중심으로 그의 작품에는 약간의 변화가 감지된다. 이전의 작품이 지극히 일상적인 소재나 상황을 감미롭게 전하는 데 그쳤다면, 최근 작품들은 전통적인 ‘책거리 그림’을 모티브로 삼아 좀더 정리된 조형감각이 엿보인다. 물론 그 저변에 깔린 감성은 그만의 ‘행복론’이다. 피아노, 바이올린, 로맨스에 빠진 연인 등이 지녔던 따뜻한 사랑의 음률은 ‘영혼이 담긴 정물’ 속에 그대로 이입되었다. 또한 어김없이 등장하는 파랑새의 형상은 바로 정일의 ‘집’으로 안내하는 메신저이다.

정일의 화면이 지닌 매력은 매우 두텁지만 정제되어 맑은 색채, 부드럽게 와닿는 곡선 이미지의 형상처리, 팔레트에서 방금 혼합한 듯 신선함 그대로의 색색 편린 등이 서로 제 몸을 섞어 무한한 정겨움을 연주해낸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통 민화의 책거리 그림에 그의 정물화가 오버랩되어, ‘유럽적인 분위기’로 대변되던 이전 화풍에 유연한 변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일의 작품은 몽환적인 꿈의 세계와 정겨운 일상세계의 모호한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행복과 밝음을 노래한다. 희망의 설렘, 핑크빛 환상의 나래, 미래의 무한한 가능성, 끊이지 않고 흘러나오는 사랑의 연주소리 등. 그래도 인생은 참 살맛나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무언의 메시지로 들린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기획된 이번 정일 초대전엔 인사갤러리 5개 전관에 최근작 60여점이 선보이는 대형전시로 그의 스물아홉 번째 개인전이기도 하다.

김윤섭/ 월간 아트프라이스 편집이사·미술비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