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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 독재정권이 장려할만한 영화, <호국팔만대장경>
이승훈( PD) 2005-05-12

5월15일(일) 밤 11시40분

‘부처님 오신날’ 특집으로 방영하는 장일호 감독의 1978년작 <호국팔만대장경>은 제목 그대로 고려시대 몽골 침공 때 나라를 지키기 위해 팔만대장경을 재각했던 대불사를 그리고 있다.

몽골군 침공 당시 대장경이 보관되어 있던 부인사의 경비를 책임졌던 이준이란 사람은 자신의 실수로 대장경이 소실된 것을 자책하다가 자살을 기도하지만, 그의 부인은 새로운 팔만대장경을 만드는 불사를 일으켜야 한다며 자살을 말리고, 점차 이 대불사에 시주하는 백성이 늘어나면서 몽골군에 잡혀 화형을 당하는 백성들이 늘어남에도, 결국 16년에 걸친 팔만대장경 재각이라는 대불사를 완성한다는 이야기다.

영화가 만들어진 시대로 잠시 가보자. 1978년은 박정희 독재정권의 말기에 해당하는 시기이다. 어렴풋하나마 이 당시를 돌이켜보면 충효, 호국, 멸사봉공 등의 단어들이 정권에 의해 의도적으로 많이 강조되었던 것 같다. 아마도 거세지는 국민들의 저항을 유교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동원하여 국가이데올로기화하려는 의도 때문이었으리라. 그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겠지만, 당시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자기를 희생한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공식적 담론으로 등장했고, <호국팔만대장경>도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유신 말기의 국가이데올로기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못했던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제주에 가면 여몽연합군에 항전하다 전멸한 삼별초의 마지막 근거지를 새롭게 복원한 항몽유적지가 있다. 이곳도 1977∼78년경에 유적지로 조성했다고 한다. 독재 말기, 정권의 정당화 이데올로기가 무척이나 필요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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