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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50~60년대 인도 영화의 정수
2005-05-13

<강> <뮤직 룸> <구름에 가려진 별>

수많은 영화를 만들어낸 땅, 인도. 아이러니한 건 인도를 널리 알린 영화와 감독이 정작 인도의 대중영화와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이다. 장 르누아르는 인도에서 영화를 찍으면서도 호랑이, 코끼리와 노래가 등장하는 활극을 만들고 싶지 않았고, 인도영화의 두 거장 샤티야지트 레이와 리트윅 가탁의 작품 또한 고즈넉한 예술영화에 더 가까웠다. <> <뮤직 룸> <구름에 가려진 별>의 또 다른 공통점은 벵골이다. 르누아르는 담고 싶은 인도의 색채를 벵골에서 찾았다고 했으며, 벵골에서 태어난 레이와 가탁의 작품은 당연히 벵골과 분리될 수 없었다. 서구영화의 영향을 받은 레이의 작품에서 문화적 수도로서의 벵골이 간접적으로 느껴지는가 하면, 가탁의 작품엔 벵골의 분리에 따른 아픔이 배어 있다. 루머 고든의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장 르누아르는 한 미국인의 도움으로 <>을 연출하게 됐다. 어차피 인도를 이해할 수 없다면 얻어낸 만큼의 지혜와 인내를 영화에 담겠다던 르누아르는 그래서 오리엔탈리즘의 혐의를 어느 정도 비켜갈 수 있었다. 자연, 죽음, 순환과 사랑의 은밀한 비밀을 엿본 소녀의 모습이 바로 그것인데,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주문을 새길 만하다. 숲과 세 소녀와 한 남자 그리고 죽음과 오수가 교차되는 장면은 동양과 서양이 만난 가장 소중한 순간일 것이다.

레이가 <아푸 3부작>의 2부와 3부 사이에 연출한 <뮤직 룸>은 여러모로 <아푸 3부작>과 대비된다. <아푸 3부작>이 시골 소년의 성장기였다면, <뮤직 룸>은 죽음이 예고된 시골 귀족의 이야기다. 가족의 죽음 때문에 방황하는 와중에도 그의 헛된 자존심은 새로 지주가 된 대부업자를 끊임없이 질투한다. 레이는 거울 앞에 설 때마다 점점 노쇠해지는 그의 모습을 통해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힘겹게 살아가는 인도를 대변했다. <구름에 가려진 별>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여자의 잔혹사다. 젊은 시절 마르크스주의자였던 가탁은 자신의 영화가 예술보다 민중을 위한 것이 되길 원했다. <구름에…>는 영국과 부르주아에 의해 벵골이 분리됐음을 개탄한 가탁의 마음이 가족과 함께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는 주인공에게로 전이된 작품으로서 그의 영화를 특징짓는 실험적인 화면구도와 음향의 사용이 돋보인다. 세 작품은 감각적인 요즘 작품들에 비하면 다소 심심할지 모른다. 그러나 여백이 하나씩 모여 농밀한 충만감을 이끌어낸 결과물은 아이처럼 순수하고 노인처럼 지혜롭다. 유유히 흐르는 갠지스강과 거기에 녹아든 인도의 역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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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ibu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