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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인 7인 특강 [2] - 문소리·박찬욱 ①
사진 정진환 이혜정 2005-05-31

5월16일,18일 ‘한국영화의 현재를 묻다’ 특강 - 감독 박찬욱·배우 문소리

성실한 문소리의 연기론, 친절한 박찬욱의 연출론

5월16일 저녁, 문소리가 연세대 위당관 지하 1층 강의실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흰 블라우스에 검은 바지 차림, 정갈하게 쪽진 머리의 ‘매력적인 여교수’ 스타일로 등장한 문소리의 미모를 재발견한 기쁨과 반가움이었으리라.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강의는 무슨. 우리 담소나 나누죠”라며 친근하게 운을 띄운 문소리는 ‘다양한 장르와 다양한 캐릭터’라는 특강 테마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영화와 연기에 대해 솔직하고 속 깊은 이야기들을 술술 풀어놓았다. 대담자인 마술피리 오기민 대표, 진행자인 <씨네21> 이성욱 기자, 그리고 관객의 질문에 진심과 성의와 재치로 답변하는 모습에, 현장에 있던 모두가 ‘압도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강이 끝나자마자 절반 가까운 수강자들이, 그것도 적지 않은 연배의 그들이 사인을 받고 기념 촬영을 하고 악수를 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는 진풍경이 연출되었으니까.

이틀 뒤 열린 박찬욱 감독의 특강 분위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강의실의 맨 앞줄은 특강이 시작되기 1시간 전부터 채워졌으며,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야기는 곧바로 일부 참여자들의 노트북 속 활자로 바뀌기도 했다. 단정한 회색 정장 차림을 하고 온 그는 <친절한 금자씨>의 편집을 마치고 후반작업 계획을 짜느라 전날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다시피한 탓에 기조 발제를 준비하지 못했지만, 다양한 질문에 대해 시종 성실한 답변을 펼쳐 400개가 넘는 관람자의 눈빛을 초롱초롱 빛나게 만들었다. 그는 영화의 표면을 훑는 대신 ‘감독 박찬욱’의 심연을 파고드는 남동철 편집장의 질문에 진지하면서도 여유로운 자세로 답했다. 그는 본격적인 영화광이 되기 전 사랑했던 영화와 감독의 궤적을 되짚는 데 장장 30분에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고,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커트 보네거트, 가톨릭 등 크고 작은 영향을 받은 요소들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설명했다.

그러나 어쩌랴. 그들이 풀어낸 2시간의 보따리는 주간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크고 무거운데다 뜨거운 청중의 열기를 전하기에는 필력이 달리는 것을. 여기, 양일간 펼쳐진 특강의 극히 일부만을 선보인다. 이 짧고 거친 요약본에 갈증이 난다면 특강이 모두 끝난 뒤 <씨네21> 웹사이트에 게재될 특강의 전문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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