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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포럼 10년, 독립영화 10년 [6] - 인디포럼 추천작 7
오정연 2005-05-31

5월28일 개막하는 제10회 인디포럼 추천작 7+α

그들의 실험은 전진한다

독립영화 작가들이 관객을 만나기 위해 직접 준비했던 인디포럼이 첫발을 내디딘 것이 1996년 5월. 인디포럼96이 ‘아마추어에서 작가까지’라는 슬로건 아래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개최된 이래로 9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는 5월28일(토)부터 6월6일(월)까지 10번째 인디포럼이 새로운 서울아트시네마(구허리우드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인디포럼2005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인디포럼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내실있는 기획전. 인디포럼 역대 상영작 중 홈페이지 투표를 통해 관객이 직접 선정한 작품 6편(<관객선택>), 역대 상영작 중 영화의 가능성을 확장했다고 여겨지는 프로그램 선정작 9편(<새로운 풍경>), 인디포럼에선 상영되지 않았지만 다시 관객을 만나야 한다고 평가되는 프로그램 선정작 5편(<아웃 오브 인디포럼>)이 그것이다. 20편에 달하는 기획전 영화들은 인디포럼 10년을 넘어 독립영화의 10년을 조망할 수 있는 작품들이다. 한편 총 471편의 출품작 중에서 선정된 29편의 국내신작들은 극/실험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부문을 막론하고 영화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독립영화의 풍성한 과거 못지않게 빛나는 미래를 가늠케 한다. 한편 해외특별전은 일본 실험영화의 신성 시호 가노와 미국 아방가르드영화의 전설이라 불리는 요나스 메카스의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의 작품을 통해 국적과 세대를 막론하고 영화의 새로운 영역을 탐색했던 독립영화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05년에 첫선을 보이는 독립영화 중 영화의 관습을 적절히 이용하거나 변형하는 재기발랄한 실험정신에 유머와 진중함까지 겸비한 추천작과 해외특별전을 소개한다. 물론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가장 영화적인 것을 지향하는 이들 작품에 대한 글은, 두눈과 귀로 직접 확인하지 않는 한 절대적으로 무의미함을 미리 밝힌다(문의: www.indieforum.org, 02-337-2274, 02-741-4641).

인디포럼2005

장소: 서울아트시네마(옛 허리욷극장)

일시: 5월28일(토)~6월6일(월)

섹션별 1회 관람료: 5천원, 단체관람(20명 이상) 4천원, 청소년(만 19살 이하) 4천원), 노인(65살 이상) 2천원

문의: 인디포럼 사무국 02-337-2274, 서울아트시네마 02-741-4641·홈페이지: www.indieforum.org

상영시간표 보러 가기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박홍렬·황다은/ 2005/ DV/ 37분/ 개막작· 2005독립영화2

영화를 관통하는 두 가지 질문. 이제 막 선거운동을 시작한 친구에게 감독이 물었다. “솔직히 (지지율이) 몇 프로나 나올 것 같아?” 영화의 마지막, 카메라를 든 감독에게 친구는 묻는다. “야, 근데 너 만날 카메라 들고 왔다갔다 하면서 뭘 찍는 거야?” 과연, 이것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17대 국회의원 선거에 마포 갑 사회당 후보로 출마한 친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다큐멘터리라고 부르기엔 너무 가깝고 복잡미묘하며 은밀하기 때문이다. 상암동 주민들의 철거투쟁을 그린 <상암동 월드컵>을 연출한 바 있는 박홍렬 감독은, 눈앞에 보이는 실패를 향해 모르는 척(?) 걸어가는 친구의 선거영상물을 만들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친구의 현실적인 투쟁이 일단락된 뒤, 영화는 좀더 근본적인 문제를 성찰하기 시작한다. 회색이 빨강으로 보이는 세상을 관객에게 제시하면서, 세상을 손바닥 뒤집듯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카메라의 세계와 작위적인 기준을 바꿔내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하는 현실세계를 비교한다. 영화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 영화보다 웃기는 현실과 현실만큼 지루한 영화를 제시함으로써, 국회의원 출마자와 영화감독은 서로의 세상이 어떻게 연결된 것인지를 관객에게 설명해낸다.

<해성 프로젝트> 김계중/ 2005/ DV/ 18분/ 폐막작·2005독립영화5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해성 자신이 될 것이다”라는 감독 자신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자신의 삶에 바탕을 둔 시나리오를 쓰고 1인다역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지망생 해성의 갖가지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영화 속 영화의 주인공인 조폭은 자타가 공인하는 싸움의 고수. 그러나 어느 날 착실하게 무(武)와 도(道)를 익힌 진정한 고수를 만난 뒤, 그의 인생은 돌이킬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된다. 단순하기 짝이 없는 스토리라고? 감독과 배우, 그리고 시나리오가 미묘한 관계를 맺으면서 완성되는 영화화 과정 속에선 제아무리 단조로운 내러티브도 더없이 흥미로운 텍스트로 변모할 것이다.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어떻게 준비되었는지를 내레이션을 통해 관객에게 설명한다. 영화 속 배우 해성은 시나리오를 쓰거나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소리내어 읽는다. 때로 해성은 그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듯 보이는) 영화 속 인물로 보여진다. 또한 해성은 자신이 쓴 시나리오와 캐릭터에 대해 감독에게 이야기한다. 그리고 관객은 이 모든 과정을 목격한다. 칼아츠 영화영상 학부와 대학원 과정을 졸업한 김계중 감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극화의 과정을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재현했다.

<된장> 윤태식/ 2005/ DV/ 10분/ 2005독립영화6

아들은 당장 밥을 차려내라고 소리를 지르고 엄마는 발을 씻고 난 뒤 밥을 먹으라고 윽박지른다. 아들이 이번엔 차라리 만화책을 읽겠다며 침대맡의 불을 켜자, 엄마는 전기를 아껴야 한다며 당장 불을 끄라고 채근한다. 모자는 우여곡절 끝에 밥상머리에 마주앉지만 아들의 손버릇과 엄마의 반찬을 향한 이들의 시시콜콜한 다툼은 끝날 줄을 모른다. 일상의 어느 한 조각을 덥석 베어내어 스크린에 옮긴 듯한 난데없음은, 모자의 갈등을 바라보는 카메라의 예사롭지 않은 시선으로 더없이 기이하게 다가온다. 방과 부엌으로 이루어진 엄마와 아들의 생활공간은 도저히 파악할 수 없고, 밑도 끝도 없이 버럭버럭 화를 내거나 짜증을 일삼는 인물들의 심리는 너무나 엉뚱하여 심지어 극적이지도 않다. 갈등은 전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건만, 장성한 아들은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든 엄마의 품으로, 모르는 척 파고든다. 그리고 묻는다. “엄마, 내가 발씻고 올까?” 아무것도 설득하려 들지 않지만, 모든 것이 설명되는 일련의 상황을 바라보던 카메라는 이제, 부엌에서 물이 끓고 있는 주전자를 비춘다. 미니멀리즘과 일상성의 깜찍한 결합을 보여주는 작품. 감독이 직접 아들로 출연하여 믿을 수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Yellow3> 이지선/ 2004/ DV/ 7분43초/ 2005독립영화6

어린 시절, 비만 오면 마음이 설렜던 건 노란 비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처음 피부에 닿았을 땐 매끈매끈하니 쾌적하던 비옷은 시간이 지나면 내 몸과 단단히 밀착되게 마련. 돌이켜보면 그리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필름에 비해 한결 자유로운 실험이 가능한 애니메이션의 속성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한 감독은, 노란 비옷의 성질과 의미를 영화적으로 표현한다. 하얀 화면에는 노란 비옷을 입은 사람들만이 등장한다. 이들은 한 방향으로 나아가거나, 모두 다른 행동을 하거나, 한곳에 모여 있는다. 같은 비옷을 입은 사람들은 모두 다른 존재들이겠지만, 화면상에선 구분도 잘 되지 않고, 그저 흐리멍텅할 뿐이다. 비옷의 무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패턴은 반복되며 확장되지만 그 변화를 시각적으로 포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색과 운동, 반복과 변주를 성실하게 탐구하는 작품. 애니메이션과 실험영화가 어떻게 교집합을 가질 수 있는지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실종자(들)> 민제휘/ 2005/ 16분38초/ 2005독립영화5

제휘는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춘 어머니를 찾기 위해, 실종자들에 관한 동영상을 찍는 방송사 아르바이트를 시작한다. 그리고 어머니가 가담한 정체불명의 조직을 만나게 된다. 한 조직원은 자신들이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와 싸우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무슨 은유 같은 건가요?”라는 제휘의 반문은 관객에게도 똑같이 해당되지만, 조직원은 알 수 없는 이야기만을 늘어놓는다. “실종자라는 말은 왠지 희망적으로 들리지 않아요?” 알쏭달쏭한 말장난 같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죽은 것이 분명한 끔찍한 사건이건만, 시체를 발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실종자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욱 불가해한 일이기 때문이다. 결국 제휘는 그간 자신이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모두 풀어헤쳐 스스로 목을 감고 자살을 시도한다. 점점 흐려져가는 그의 눈에 들어오는 건 불투명한 창 밖으로 희뿌옇게 모습을 드러낸 새 한 마리. 새는 고개를 외로 꼬고 제휘를, 혹은 관객을 바라본다. 영화는 익숙한 민중가요를 대이무기 버전으로 변형시킨 조직원들의 구슬픈 노래로 끝을 맺는다. 엉뚱하고 문학적인 상상력과 의외성으로 가득한 비균질한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청스런 연기와 연출이 돋보인다.

<십우도2-견적見跡> 이지상/ 2005/ DV/ 39분/ 2005독립영화6

2003년 귀농하여 2004년 <십우도1 심우-소를 찾아서>를 완성한 이지상 감독이 1년 만에 내놓은 신작. 평범한 농부의 노동을 엄선하여 나열하는 명상적 영상에 가늠할 수 없는 깊이를 부여하는 것은, 검은 화면에 하얀 글씨로 끊임없이 끼어드는 누군가의 편지다. 이사를 갔다거나, 결혼이 하고 싶다거나, 컴퓨터가 고장나서 불편하다며 시시콜콜한 소식을 전하던 편지는 어느새 삶의 단상으로 넘어가더니, 많이 아프다는 아련한 고백으로 끝을 맺는다. 애절한 메시지는 수신인을 제대로 찾아간 것일까. 우리는 농부가 뭔가를 먹고, 대추를 줍고, 감을 꿰어 곶감을 만들고, 벼를 베고, 장작을 패는 풍경을 그저 바라보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오랜 시간을 두고 주변을 응시한 이후에 제자리를 찾은 카메라가 움직이는 순간은 그리 흔치 않은데다가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자연의 소리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때때로 망각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상념에 젖을 새도 없어 보이는 농가의 일상. 그 어딘가로 떨쳐낼 수 없는 간절한 생각이 스며들고 있는 건 아닐까. 속을 알 수 없는 가까운 이의 행동을 주시할 때 느껴지는 긴장감이 만만치 않다.

<‘알고 싶지 않은…’> 이진필/ 2004/ DV/ 28분/ 2005독립영화2

격렬한 시위, 주요 인물들의 일상 스케치, 관계자들의 인터뷰, 전반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긴 자막, 그리고 관객의 감정이입을 돕는 내레이션…. 사회문제를 다루는 고전적 다큐멘터리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56만7천원의 최저임금을 77만5천원으로 올리기 위한 투쟁의 정당성과 최저임금 결정과정의 몰상식함을 관계자들의 인터뷰만으로 드러냈다. 실제 그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은 최저임금결정에 의견을 반영할 수 없는 현실, 생존권과 직결되는 최저임금을 생산성의 측면에서 고찰하는 것의 한계, 매년 몇 퍼센트를 인상할 것인가를 협상해야 하는 현재의 결정방식이 아니라 평균노동의 일정 비율을 최저임금으로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 등 최저임금과 관련한 까다롭고 첨예한 의제들은 서로 의견이 다른 관계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알기 쉽게 설명된다. 각각 다른 장소에서 다른 시간에 이루어졌을 인터뷰 대상자들이 정교한 인터뷰와 편집에 의해 한자리에서 의견을 주고받는 듯 날카롭게 대립한다. 결국 최저임금은 64만1천원으로 결정됐다. 노동자와 사용자의 요구가 적절히 반영된 듯한 이 어중간한 수치가 결국은 합의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의 신화에 불과함을, 관객은 알 것이다.

해외특별전 시호 가노, 요나스 메카스의 조우

<정경>

일본 실험영화계의 신예 시호 가노, 미국 아방가르드영화의 대부 요나스 메카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숱한 국제영화제와 미술관에서 자신의 작품을 상영하고 전시했던 시호 가노는 영화제 기간 한국을 방문한다. 창가에서 팔랑거리는 커튼자락을 사이에 둔 여인과 풍경을 번갈아 보여주면서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빛과 풍경의 변화를 감지하도록 만든 <정경> 등 10편의 영화와 두개의 비디오 설치작품이 상영·전시된다. 영화지 <필름 컬처>(Film Culture)의 편집장이었고, 앤디 워홀 등과 함께 ‘뉴 아메리칸 시네마 그룹’을 결성했던 아방가르드영화의 전설 요나스 메카스의 작품은 7편이 상영될 예정. 1972년 열린 존 레넌과 오노 요코의 전시회에서 존의 생일을 축하하는 친구들의 이벤트를 기록한 <존의 생일을 축하합니다>, 플럭서스 아티스트 조지 마키우나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마시너스의 일기에서 따온 내레이션으로 형상화한 <조지 마키우나스의 삶> 등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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